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스페인 바르셀로나 190215 오후 날씨
190215, 바르셀로나, 매우 맑음, 28일 차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저택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저택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인 안토니 가우디는 언제나 놀라운 건축물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유명한 가우디의 최후는 정말로 이상하다. 한창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지어지고 있었던 1926년, 길을 건너던 한 노인은 지나가던 전차에 치어서 중태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남루한 옷, 더러운 행색의 노인을 전차 운전사는 그냥 길 옆에 치워두고 운행을 계속했다. 행인들이 그 노인을 도와서 병원까지 옮기려고 했지만, 어떤 택시운전사도 그를 태우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가게 된 그 노인은 노숙자들이 득실득실한 공동 병실에서 3일 동안 방치되다가 눈을 감았다.

 그렇다. 전차 운전사도 택시 운전사도 지나가던 행인들도 당연히 노숙자라고 생각했던 그 노인이 바로 대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다. 하지만 그들이 대중매체가 발달하지 않은 20세기 초에 가우디의 얼굴을 어떻게 알겠는가? 심지어 거지꼴을 하고 무단횡단을 하다가 치어버렸는데....... 하지만 가우디를 치고 방치한 전차 운전사는 엄청난 대역죄인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카탈루냐 지방정부에서까지 나서서 거대하게 장례를 치렀으며, 현재도 지어지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안토니 가우디의 100주기를 기념하며 2026년에 완공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고추장 불고기와 팔도비빔면
고불과 비빔면

 

 새벽에 들렸던 남자목소리는 진짜였다. 그래서 옆방의 주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가 아침을 준비하는데 방을 나온 건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에게 피해 준 것은 없기 때문에 신경 끄기로 했다. 안 그래도 방음이 되지 않는 집 구조라서 새벽이 시끄러울까 봐 걱정했던 것뿐이다.

 아침식사는 인스턴트 볶음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린 후에 계란 프라이와 함께 먹었다. 오전엔 정말로 숙소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일기를 쓰면서 휴식을 취했다. 점심식사는 팔도비빔면을 끓여서 야채에 비볐고, 어제 남은 불고기를 다시 구웠다. 점심을 먹고 까무룩 잠이 들어버려서, 집을 나온 것은 오후 4시가 넘어서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시가지 건물스페인 바르셀로나 구 시가지 골목
숙소가 있는 골목

 

 오늘은 가우디의 건축 작품 위주로 둘러볼 생각이다. 구엘 저택과 구엘공원, 그리고 가우디가 바르셀로나 곳곳에 숨겨둔 자신의 작품들을 찾아볼 것이다. 숙소는 여전히 불편했지만, 3일이나 지내다 보니 좀 적응한 기분이었다. 심하게 삐걱거리는 마룻바닥과 출입문이 정겨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일이면 비싸고 좋은 숙소로 옮기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저택 입구
구엘 저택 입구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저택 정면
구엘 저택 정면

 

 구엘 저택은 숙소에서 남쪽으로 10분 거리에 있었다. 어제 들렀던 라 보케리아 시장을 지나서 계속 골목을 헤쳐나가다 보니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큰 크기는 아니었지만, 한 가족이 살기에는 넘치는 크기였다. 딱딱해 보이는 회색 벽과 금속 벽으로 장식된 구엘 저택은 조금 차가워 보였다. 하지만, 안토니 가우디의 최대의 후원자이자 최고의 친우였던 구엘을 위해서 지은 이 저택은 따뜻함이 조금은 감싸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면, 후원금이 위대했거나 ㅋㅋㅋ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저택 정문 장식

구엘 저택 내부

 구엘 저택의 입장료는 오디오 가이드를 포함해서 12.0 유로(2019년 기준)다. 저렴한 가격이고, 외부에서 느낄 수 없는 가우디의 솜씨를 내부에선 마음껏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구엘 저택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구엘 공원이었고, 오후 6시면 폐장을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구엘 저택의 외관만 바라보다가 자리를 떴다. 바로 지하철 역으로 가서 구엘 공원으로 향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저택 옥상 구조물
옥상에 뭐지? 아이스크림인가??

구엘 저택 전망대 뷰

 내부와 옥상의 모습은 스트리트 뷰로 대체한다. 내부는 멋진 장식들이 가득하고, 발걸음 한 걸음마다 사진을 찍어야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또한 옥상에도 가우디만의 독특한 첨탑으로 장식되어 있다. 높이는 그렇게 높지 않아 바르셀로나가 한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뷰가 좋은 곳이다. 가우디의 미적 감각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대가 부족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장식들이다. 한 10년은 더 지나야 저 아이스크림 같은 장식들이 이해가 갈까...... 아니면 내가 감각이 부족한 걸까......? 솔직히 너무 테마파크 공주의 성 장식 같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 에스컬레이터
구엘 공원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지하철 역에서 내리고 보니, 저 멀리에 있는 동산 꼭대기에 구엘 공원이 있다고 한다. 정말로 다행히도 중턱부터 꼭대기까지 에스컬레이터가 5-6개 연달아 놓아져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는 엄청난 경사를 자랑했기 때문에, 실수하면 크게 다칠 것 같았다. 문제라면 중간에 하나가 고장 나서 엄청나게 힘들었다는 점이다. 드디어 구엘 공원 정문에 도착하게 되는데......

 

저녁 일정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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