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스페인 바르셀로나 190214 날씨
190214, 바르셀로나, 맑음?, 27일 차 오후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 보케리아 시장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 보케리아 시장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정말 철저한 계획도시다. 우리가 지금 머물고 있는 카탈루냐 광장 근처의 구시가지를 제외하고는, 도시가 수십 개의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모양과 높이가 동일한 건물, 똑같은 길이와 모양을 가진 도로가 모여서 바둑판처럼 짜여있다. '블록'이라는 거리를 가늠하는 단위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동네는 처음 봤다. 덕분에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길을 잃을 것 같았다.

 


 

 아침은 정말 분주했다. 호스트가 오전에 여행을 떠난다고 했기 때문에, 얼른 예약 변경과 추가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거스름돈이 없다던 호스트는 밖에 나가서 돈을 바꿔온다고 우리의 50유로를 가져갔다. 다행히도 금방 돌아와서 거스름돈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예약 변경 문제는 자신의 여행이 우리의 숙박 날짜와 완전히 겹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주었다. 이럴 수가......

 만약 호스트가 여행을 갔을 때, 집이 완전히 비어서 우리 차지라면 불만이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침에 화장실에 가면서 처음 보는 남자 두 명이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다른 작은 방에서 지내는 사람들 같았다. 우리는 상당히 언짢았지만, 두 밤만 더 지내면 되기에 꾹 참고 버텨보기로 했다. 얼른 씻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숙소가 나쁘니 관광에 적극적이 되는구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Mercat de la Boqueria
Mercat de la Boqueria

 

 스페인 바르셀로나 역시 랜드마크에 대한 사전 지식은 전혀 없다. 그렇기에 첫 목적지는 포켓몬고 레이드를 통해서 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형님께서 미리 점심식사를 할 맛있는 식당을 알아두셨기 때문에, 그쪽으로 향하면서 최대한 도시를 탐방하기로 했다. 

 가장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Mercat de la Boqueria(라 보케리아 시장)이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많은 상점들이 우리를 반겨줬다. 입구에 있는 식당 호객꾼은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를 남발하면서 우리를 불러댔다. 하지만 그 사람의 입에서 곤니찌와랑 니하오가 '안녕하세요'보다 먼저 나왔기 때문에 살짝 째려봤다. ㅋㅋㅋ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 보케리아 시장 정육점
시장에 매달린 동물들

 

 시장 내부는 타임아웃 마켓이나 산 미구엘 시장처럼 여러 종류의 음식을 팔기도 했지만, 보통 개념의 시장 역할도 하는 것 같았다. 위의 사진은 한 정육점을 찍은 사진인데, 토끼와 꿩, 칠면조 등은 방금 도축했는지 아래쪽에는 피가 뚝뚝 떨어져서 고이고 있었다. 상당히 그로테스한 광경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창문 공연 마릴린먼로
스페인 마릴린먼로여??

 

 시장 입구 앞에 있는 건물에서는 스페인 산 마릴린먼로가 이상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주기적으로 아래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면서 치마가 들린다. 도대체 공연의 목적이 뭔지 모르겠다. 흘긋흘긋, 흘끔흘끔.

 


 

 바르셀로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이후로 처음으로 길 찾기 기능을 써 본 동네가 되시겠다. 카탈루냐 광장을 지나치자마자 똑같은 도로와 똑같은 건물들이 반복되었다. 눈대중으로 찾아가기에는 길이 너무나도 헷갈렸다. 한 블록을 지나면 아까 봤던 것 같은 광경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우측으로 한 블록 옆 도로에서 헤매다가 구글맵을 이용해서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우타트 콤탈
CIUTAT COMTAL(사우타트 콤탈), https://goo.gl/maps/nc1MWRoc8NHV5xcH9

CIUDAD CONDAL(ciutat comtal)

  인터넷에서는 엄청나게 기다란 웨이팅 줄을 만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조금 애매한 시간대(15시 10분)에 도착을 했는지,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6인 테이블에 다른 사람과 합석을 해야 했다. 만약 저녁시간에 방문할 생각이라면,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자마자 입장하거나, 오래 기다릴 준비를 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메뉴판은 정말 어려웠지만, 최대한 열심히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해석하기 시작했다. 형님께서 미리 알아둔 음식에 푸와그라 스테이크를 추가 주문했고, 맥주와 후식까지 주문했다. 푸와그라와 등심 스테이크를 주문할 때, 직원이 우리에게 재차 물었다. 이 요리는 진짜 양이 적은데 하나만 시키는 것이 정말 맞는지 말이다. 양은 적겠지만, 가격은 적지 않았기에 하나만 달라고 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ciutat comtal 계란감자요리
얇은 감자튀김과 반숙계란을 비빈 요리

 

 가장 먼저 나온 음식은 마치 쥐포 같은 모습의 요리에 계란 프라이가 하나 올라간 음식이었다. 자세히 보니 감자를 얇게 썰어서 튀긴 것이었는데, 그 위에 얹어진 계란 프라이가 정말 색달 라보였다. 직원은 음식을 내오자마자 계란 프라이와 소스, 그리고 감자튀김을 마구 비벼주었기에 원형 사진은 아쉽게도 없다.

 와! 예상한 맛이긴 했지만, 진짜 맛있었다. 케첩 같은 소스와 계란, 그리고 바삭바삭한 감자튀김이 정말 잘 어울렸다. 특별할 것 없는 재료의 조합이긴 했지만, 얇게 썬 감자튀김의 식감이 정말 색달랐다. 별 4개 반!!

 

스페인 바르셀로나 ciutat comtal 푸와그라 스테이크
푸와그라와 등심 스테이크

 

 다음 요리는 살짝 구운 푸와그라와, 등심 스테이크, 그리고 얇은 빵을 끼워서 하나의 꼬치로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아직 푸와그라를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다. 세계 3대 진미라니 정말 궁금했다. 하지만 푸와그라는 그냥 기름 맛이었다. 느끼하고 알 수 없는 맛이 혀에서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요리는 푸와그라만 나온 것이 아니다. 등심 스테이크와 빵, 그리고 푸와그라를 소스처럼 약간만 잘라서 곁들여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등심 스테이크가 메인 보컬이고, 소기름과 거위기름을 듬뿍 먹은 빵 한 조각이 코러스였다. 혈관이 숨이 막혀서 울부짖는 맛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ciutat comtal 대구요리
잼을 곁들인 대구요리

 

  Ciutat comtal의 대구 요리는 리스본 타임아웃 마켓에서의 대구 스테이크와 충분히 견줄만했다. 이 식당에서는 달콤한 잼을 요리에 곁들였는데, 상큼한 달콤함이 느끼함을 오히려 잡아주어서 놀랐다. 아주 쫄깃하고 단짠단짠의 극치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ciutat comtal 요리
ciutat comtal 요리들

 

 이렇게 모아 찍고 보니, 양이 정말 적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만족했다. 최대한 가격을 맞춰서 주문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해석 가능한 요리만 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맛도 정말 좋았고, 푸와그라의 고급스러운 느끼함 덕분인지 충분한 포만감을 느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ciutat comtal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한 잔

 

 후식으로는 에스프레소를 한 잔씩 마셨다. 아, 에스프레소도 처음 시도해본다. 일부러 설탕 따윈 타진 않았다. 카카오 99% 초콜릿도 씹어먹는데, 얼마나 다를까 싶어서 천천히 음미해보았다. 이 음료의 높은 카페인 함량 덕분에 잠이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정신이 번쩍 드는 맛이다. 으엑

 

스페인 바르셀로나 ciutat comtal 영수증
순서대로 계란감자, 대구요리, 푸와그라 스테이크, 맥주, 커피

 

 바르셀로나의 물가도 비쌌지만, 식당 자체도 꽤나 고급스러운 곳이었기에 계산서를 받을 때 많이 긴장을 했다. 꽤나 절제를 해서 그럴까? 그렇게 많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진짜로 배고팠으면 저기에 숫자를 더 추가했을지도 모른다. 맛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다른 음식도 정말 궁금한 곳이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계속 바르셀로나를 떠돌았다. 마침 저 멀리서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보였다. 대 건축가 가우디의 역작이자, 아직도 건축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대성당)은 우리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었다.

 

 

저녁 일정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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