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포르투갈 리스본 190208 날씨
190208, 리스본, 약간 구름, 21일차 오후일정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먹은 볶음밥
볶음밥, 스크램블에그, 고추장새우볶음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어비엔비 숙소는 반지하 느낌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의 내 반지하 원룸이 생각이 났고, 갑자기 김치볶음밥이 먹고 싶어 졌다! 어떻게 반지하가 볶음밥까지 연상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오늘 저녁식사는 (리스본) 김치볶음밥이 되시겠다.

 집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먹는 김치볶음밥은 진짜 진짜 맛있다. 단 맛은 전혀 안 나고, 매콤하게 볶아진 김치와 적절히 눌어붙은 밥알의 고슬고슬함까지......! 그래서 항상 해외여행이 끝나고 귀국하면, 무조건 첫 끼는 그 식당에서 느끼함을 해장한다. 과연 나는 그 맛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의외로 밤샘 기차는 엄청 피곤한 교통수단이었다. 형님은 내내 주무시고 계시고, 나도 오후 늦게서야 정신을 차렸다. 필요한 재료를 대충 메모한 뒤, 오후 5시쯤 장을 보기 위해 숙소 밖으로 나갔다.

 숙소 내부는 꽤 추웠기에 두꺼운 패딩점퍼를 입고 있었고, 당연히 밖에도 추울 것 같아서 복장 그대로 나섰다.

쪄 죽을 뻔했다. 

 아무리 겨울이라도 지중해성 기후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이 따뜻하다. 오늘은 심지어 구름이 꽤 많았음에도 오후 기온은 절대 외투를 허락하지 않았다. 

 

포르투갈 리스본 언덕길 그라피티
가파른 언덕길

 

 아까 숙소를 올라온 길과는 반대편 길로 나섰더니, 건물의 벽에 그라피티가 가득 그려져 있었다. 또한 아침 일찍 보았던 언덕을 오르는 전동차가 있는 길이 나왔다. 겨우 이 언덕을 올라가는데 요금이 어마 무시하다. 사실 언덕이 좀 심하게 가파르긴 하다. 관광객들은 굳이 타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포르투갈 리스본 언덕 철로포르투갈 리스본 언덕을 오르는 전동차 케이블카
언덕 케이블카, 옆의 Subway 매장이 재밌다.

 

 목적지는 Amanhecer 아시안마트, 라면이나 햇반 등 비상식량이 좀 부족했다. 위치는 페드로 4세 광장에서 우측 샛길로 조금만 가면 되는데, 나는 길을 잘못 들어서 졸지에 언덕 등반을 또 해버렸다. ㅋㅋㅋㅋㅋ

 

 

 마트는 반지하로 들어가는 구조였고, 꽤 거대했다. 중국 식품류를 주로 취급하며, 구석에 한국식품도 대부분 구비되어있다. 또한 각종 야채와 과일류까지 신선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우선 감자, 양파, 부추 등을 조금씩 구매했다. 파를 사고 싶었지만, 보이질 않아서 그나마 알만한 부추를 조금 샀다. 냉동새우 한 팩, 참치캔 그리고 라면과 햇반, 빵 등 약간의 비상식량을 구매했다.

 

포르투갈 리스본 에어비엔비 숙소 앞 골목
숙소 앞 길

 

 패딩점퍼와 무거운 비닐봉지를 들고 낑낑거리면서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아차 소주를 안 샀다!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는 아끼고 아껴서 먹었지만, 마지막 640 ml 한 병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먼저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려놓고, 재료 손질을 했다. 당근 같은 색깔 재료를 더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안 사길 잘했다. 사온 재료를 반만 썼는데도 접시가 가득 찼다.

 문제라면 소금이나 기름 같은 기본 조미료가 하나도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라면수프로 간을 하고, 참치캔 기름으로 프라이팬을 달궜다.

 

밑재료 준비 부추 썰기밑재료 준비 감자 썰기
부추, 양파, 감자 손질

 

 캔 참치를 쭊쭊 짜서 넣었음에도, 기름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물기가 많은 즉석밥은 제대로 볶아지지 않았고, 마구 프라이팬에 눌어붙었다. 냉동새우가 볶아지면 기름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물기만 더 했을 뿐이다. 또한 이후 요리에도 사용해야 하기에 라면수프를 많이 넣을 수가 없었다. 다음 여행 때는 소금이나 다시다같은 조미료를 반드시 챙기리라 다짐했다.

 결국 볶음밥인지 죽인지 모를 음식이 완성되었다. 부족한 조미료 덕에 요리에 너무 시달리다 보니 사진도 찍지 못했다 ㅠㅠㅠㅠ

 

새우듬뿍 야채듬뿍 계란말이 지지는 중
계란말이 -> 스크램블에그

 

 다음 요리는 새우와 야채가 듬뿍 들어간 계란말이! 하지만 기름이 부족한 관계로 스크램블 에그로 급선회했다. 그냥 열심히 계란이 익을 때까지 프라이팬을 휘저었다. 간은 물론 라면수프로 했다!

 그럼에도 새우와 야채가 꽤 남았다. 형님이 배낭에 남은 고추장 양념장이 있지 않냐고 말씀하셨다. 프랑스 파리에서 돼지불고기를 해 먹고 남은 고추장 양념이었다. 남은 재료를 전부 양념장에 재운 뒤, 프라이팬에 볶았다. 기름이 없으니 그냥 팬에 지진 거지만 말이다. 오오, 이건 진짜 먹을만했다. 간이 조금 세지만 소주 안주로 정말 딱이었다. 프라하에서 구매했던, 청정원 고추장 돼지불고기 양념은 우리를 또 구원해줬다.

 

[체코, 프라하] 리틀 하노이 속 한국 마트, 고추장 돼지불고기 만들어먹기! (19.01.27 저녁)

 

[체코, 프라하] 리틀하노이 속 한국마트 (19.01.27 저녁)

고추장 돼지불고기를 체코 프라하에서 만들어 먹는다고? 어떻게???

kosimpler.tistory.com

 


 

포르투갈 리스본 첫날의 저녁 김치볶음밥, 새우 스크램블 에그, 고추장 새우볶음
김치죽, 계란새우지짐, 고추장새우지짐

 

 완성된 볶음밥은 처참했다. 물기가 너무 많아서 그냥 김치죽이었다. 김치볶음밥 맛집을 생각하면서 만들었지만, 너무나도 끔찍한 맛이었다. 형님은 먹을만하다고 하셨지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한국에 가면 다시 처음부터 제대로 해서 대접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다행히 스크램블 에그랑 고추장볶음은 괜찮아서 마지막 소주 페트병은 전부 비울 수 있었다.

 

포르투갈 리스본 맥주 SUPER BOCK
포르투갈 맥주 SUPER BOCK

 

 식사 후에는 휴식을 취했다. 잠깐 포켓몬고를 하러 밤거리를 나가보긴 했으나 멀리 나가지는 않았다. 몸이 너무 피곤했기 때문인데, 심야 기차 덕분에 1시간짜리 시차 적응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었다.

 근처 구멍가게에서 감자칩과 맥주를 사 왔다. 1L짜리 병으로 된 포르투갈 맥주 SUPER BOCK이었는데, 길거리에 대형 간판도 있고 꽤 유명한 맥주인 것 같았다. 맛은 아주 좋았다!

 오늘은 맛없는 볶음밥과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 나니 하루가 완전히 지나버렸다.

 


19/02/08 지출내역

 

[리스본]

- 포르투행 열차 예약비 : 5.0 x2 = 10.0 eu

- 지하철 1회권 x2 + 교통카드 x2 = 1.5 x2 + 0.5 x2 = 4.0 eu

- 물 + 음료 : 3.0 eu

- 아침(맥도날드 버거 세트) : 5.95 x2 = 11.90 eu

- 장보기(아시안마트 Amanhecer) : 22.86 eu

- 맥주+감자칩 : 7.0 eu

 

총 58.76 eu

 

[기타 비용]

- 에어비엔비 리스본 2박 3일 : 123,975 원

- 에어비엔비 포르토 3박 4일 : 98,413 원

- 라이언에어 (포르토---> 바르셀로나) : 65.31 eu

   (운임 + 10 kgx2 + 20 kgx1)

- FC 바르셀로나 리그 홈경기 2장 : 183.0 eu

 (2월 16일, 3층 구석자리)

 

총 222,388 원 + 248.31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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