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포르투갈 리스본 190208 아침 날씨
190208, 리스본, 약간 구름, 21일 차 오전


포르투갈 리스본 언덕을 오르는 케이블카
언덕을 오르는 전동차

 

 현지시간으로 오전 7시 반, 정시에 열차는 종점인 리스본 산타 아폴로니아(Lisboa Santa Apolonia) 역에 도착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은 스페인 마드리드보다 시차가 1시간 느리다. 대충 9시간 동안의 심야 기차여행이었다.

 


 

포르투갈 리스본 산타아폴로니아 역 플랫폼
리스본 산타아폴로니아 역 플랫폼에서

 

 새벽 6시쯤 잠에서 깨서 동이 터오는 모습을 기차 안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종점이어서 크게 신경 쓸 것은 없지만, 불편한 잠자리에 일찍 잠에서 깼다.

 나도 모르는 새에 객실은 못 보던 손님들이 여럿 차 있었다. 특히 형님 옆에는 외국인이 앉아서 자고 있었다. 빈자리가 엄청 많았는데, 왜 하필 형님 옆 자리에서 잠자고 있는 거지? 괜스레 불안해져서 짐과 지갑, 휴대폰 등을 확인했다. 다행히 문제는 없었다.

 

포르투갈 리스본 타구스 강가의 크루즈여객선
강변에 정박하고 있는 크루즈 여객선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마드리드에서 너무 급했기 때문에 열차칸을 잘못 탑승한 것이었다! 형님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은 원래 자신들의 자리였기에 앉은 것뿐이었다.

 새벽에 자리 주인은 검표원에게 항의를 했나 보다. 형님은 이 사람이 왜 내 옆에서 앉아서 싸우고 있나 어리둥절했지만, 계속 잠든 척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자고 있자 그냥 조용히 옆에 앉아서 리스본까지 온 것이었다. 꽤 배려를 해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ㅋㅋㅋㅋㅋ

 

포르투갈 리스본 산타아폴로니아 역 앞
리스본 산타아폴로니아 역 앞 에서

 

 종점 바로 전 역인 리스본 오리엔트(Lisboa Oriente) 역에 도착했을 때였다. 갑자기 같은 객실에 탑승해 있던 동양인 3인 가족이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깼다. 그리곤 여기가 리스본이 맞냐고 묻더니 짐을 챙겨서 후다닥 뛰어내려 갔다. 음, 그들이 예약한 숙소는 과연 오리엔트 역 주변이었을까......? 그나저나 리스본 역 마드리드 역처럼 여럿 있나 보다. 마드리드처럼 헷갈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포르투갈 리스본 타구스 강변 일출
해가 막 뜬 타구스 강변

 

 찌뿌듯한 몸을 이끌고 기차역 밖으로 나갔다. 태양이 떠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빨갛게 물든 바다가 보였다. 그러나 역 앞의 물길은 바다가 아니었다. 대서양과 만나기 직전의 타구스 강의 하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일한 문제라면 너무 일찍 리스본에 도착한 것이다. 예약한 숙소의 체크인 시간은 오전 11시다. 엄청 피곤했지만 3시간 동안 무거운 짐을 들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엄청 배가 고팠기 때문에 우선 요기를 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을 시간이기도 했지만, 어젯밤의 마드리드에서의 고생 때문에 저녁식사가 너무나도 부실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리스본 헤스타우라도레스 광장 동상
헤스타우라도레스 광장

 

 너무 이른 아침이라서 개점을 한 식당은 24시간 패스트푸드점 밖에 없었다. 그나마 페드로 4세 광장 앞의 맥도날드는 숙소와도 그렇게 멀지 않았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기차역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기에 걸어서 이동했다. 근처에 있는 헤스타우라도레스 광장에 들러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맥도날드에 도착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먹은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텍사스 치킨버거 세트

 

 

 리스본 특유의 맥도날드 오리지널 메뉴가 있을까 찾아봤지만,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포기를 했다. 대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파는 텍사스 치킨버거는 무슨 맛일까 주문해보았다. 에이, 상하이 치킨버거랑 비슷한 맛이다. 머나먼 대륙의 머나먼 서쪽 끝에서 나(서울)를 포함해 4개의 도시가 만나버린 아이러니함이 이 햄버거엔 담겨 있었다.

 

 


 

 오전 11시까지 맥도날드에서 밀린 일기를 쓰거나 포켓몬고를 하면서 최대한 버텼다. 11시가 되어서 밖을 나가보니, 광장은 이른 오전과는 다른 열기를 보여주었다. 사람이 엄청 많았던 것이다. 우리는 짐을 풀고 숙소에 체크인이 가장 최우선 과제였기에,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지나쳤다.

 

포르투갈 리스본 가파른 언덕계단
숙소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

 

 숙소는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높은 언덕에 계단처럼 건물이 지어져 있었기에, 무거운 짐을 낑낑대면서 끌고 올라와야 했다. 또한 건물마다 문이 2~3개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극심한 혼란이 왔다. 1층 집, 지하 집, 지상 집이 모여있는 엄청 신기한 구조의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겨우 주소를 대조해서 도착한 숙소는 지하 집이었다. 아니, 이걸 지하 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단지 건물이 언덕을 따라 아래쪽으로 지어져 있을 뿐인데 말이다. 우리 숙소는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서 들어가야 하는 집이지만, 분명히 땅 위에 솟아 있다. 이 방은 반지하일까? 아닐까?

 

포르투갈 리스본 에어비엔비 주방
주방, 11시 40분을 가리키고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 에어비엔비 거실포르투갈 리스본 에어비엔비 거실 장식
거실, 옷걸이 및 화장대
포르투갈 리스본 에어비엔비 침실
복층 침실

 

 침실은 계단을 타고 복층으로 올라가야 했고, 거실은 주방과 함께 있는 데다가 작은 테이블만 하나 있어서 마땅히 쉴 공간도 아니었다. 바닥은 딱딱한 타일 바닥, 심지어 화장실과 샤워실은 엄청 좁았다!

 하지만 온전히 우리만 쓰는 방이었기에 의외로 만족했다. 프라하와 마드리드의 아파트 독채를 빌린 에어비엔비 숙소가 너무 좋았던 것뿐이다. 옆 자리 사람 덕분에 제대로 주무시지 못한 형님은 오후 동안 쉬기로 하셨고, 나는 저녁 장을 보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오후 일정에서 계속

728x90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