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190207, 마드리드 -> 리스본, 맑음, 20일차 오후

 


 

츄러스는 코코아에 찍어 먹어야 한다

 

 츄러스 혹은 추로스는 스페인이 고향이라고 한다. 놀이공원에 가야지만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마드리드에서는 거리 곳곳에서 팔고 있다. 물론 서울의 대학가에서도 츄러스 매장을 보기는 했지만, 영 기분이 나질 않아서 사 먹은 적은 없다. 하지만 본 고장의 추로스 맛은 어떨까? 또한 거의 초콜릿 녹인 것과 비슷하게 걸쭉한 코코아는 엄청 달콤해 보인다.

츄러스의 올바른 표기법은 추로스가 맞다. 하지만 츄러스가 대부분 사람에겐 익숙한데 나중에 바뀌지 않을까?

 


 

 오늘은 심야 기차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넘어가는 날이다. 하지만 체크아웃 시간은 정오 12시였기 때문에, 9시간 넘게 시간이 붕 뜬다. 마드리드의 가볼만한 곳은 전부 방문해봤기 때문에 숙소에서 최대한 존버를 하기로 했다. 숙소를 청소하는 사람이 오면 그때쯤 쫓겨나기로 한 것이다. 아침식사를 가볍게 한 뒤, 짐을 전부 싸놓고 숙소에서 쭉 쉬면서 일기를 썼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점점 긴장되기 시작했다. 점심으로 대놓고 라면을 끓여먹고 차까지 끓여마시고 있었지만, 마음은 누군가 문이 열리면 뛰쳐나갈 준비만 하고 있었다. 건물의 계단 청소를 하시는 분이 빗자루로 문을 툭 건드린 소리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결국 차까지 완전히 다 마신 뒤에 숙소에서 빠져나왔다. ㅋㅋㅋㅋ

 


 

 

마드리드 아토차 역 락커룸 요금

 

 어제 미리 위치를 봐 두었던, 아토차 역 내부의 락커룸으로 찾아갔다. 처음에 입장할 때, 모든 짐들을 보안검색대에 통과시켜야 했다. 폭탄테러를 방지하기 위함일 것이다.

 락커를 빌리는 것은 전부 키오스크 자동판매기에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복잡했다. 우리는 5.2 eu짜리 그란데 사이즈 락커룸을 빌렸는데, 두 사람의 모든 짐을 넣고도 공간이 남았다. 아주아주 만족스러웠다. 이따 9시쯤, 열차시간이 다가오면 여기서 짐을 찾아서 바로 열차에 탑승하면 될 것이다.

 


 

 

솔 광장에서 비보이 공연 중, 소매치기 조심!!
동상 아래 컨츄리 악단

 

 

 남는 시간 동안 최대한 마드리드를 즐기기 위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솔 광장에 멈춰 서서 공연을 보면서 쇼핑을 살짝 즐겼다. 공연에 참여하길 바라는 비보이들에게 지목당하기도 했지만, 철저히 무시하느라 진땀을 뺐다. 공연을 관람할 때는 소매치기 사주경계를 반드시 해야 한다! 누군가가 말을 걸어도 절대 응대하지 말고 지갑, 가방, 휴대폰을 체크하자. 갑자기 광장에서 말 거는 외국 놈들은 AlMOST 소매치기, 사기꾼이다.

 최대한 짐을 줄이기 위해서 후드 집업 하나만 입고 나왔더니 조금 추웠다. 하지만 마드리드 시내 이곳저곳에서 뜨는 레이드 5성 알들은 추위를 이겨내기에 아주 좋은 수단이었다. 

 

 

크아아아-! 마드리드 왕궁을 짓밟고 있는 펄기아

 

 


 

 마드리드를 날뛰고 있는 펄기아를 어느 정도 진정시키고 나니까 배가 고파졌다.

 

 

스페인 마드리드 Chocolateria Tacita de Plata

 

 지나가면서 유독 눈길을 끄는 츄러스 가게를 발견했는데, 주방이 오픈식이라서 추로스가 만드는 과정까지 전부 볼 수 있었다. 반죽을 튀기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였다. 냄새도 아름다웠고 말이다. 마요르 광장 바로 옆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다.

 마드리드에는 추로스를 파는 가게(Churreria)가 무척이나 많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가게도 있고, 독특한 메뉴를 파는 가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배가 고팠기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매장을 들어갔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영롱한 츄러스

 

 

 츄러스는 솔직히 튀김옷 맛 밖에 나지 않았다. 잘 생각해보니 놀이공원의 츄러스는 엄청난 설탕범벅이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오오, 이것이 츄러스 본연의 맛이구나 생각하니 튀김옷 맛이 이해가 되었다.

 

 

코코아, 걸쭉한 초콜릿

 

 

 하지만 전통 츄러스는 설탕 따위가 본방송이 아니다. 코코아(메뉴명이 정말로 코코아였음)에 찍어먹는 것이 진정한 스페인 추로스의 맛이다. 주문 시에 코코아를 흔히 아는 따뜻한 음료수로 착각할 뻔했다. 하지만 눈치껏 코코아를 주문하니, 주변 손님들이 먹고 있던 걸쭉한 초콜릿 한 잔이 나왔다!

 

 

찍먹은 진리

 

 

물론 찍먹이다. 부먹 따윌 여기서 시도했다가 심각한 눈초리를 수집할지도 모른다. 코코아를 찍어먹으니 정말 완벽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튀김에 달콤한 초콜릿이 묻으니 강렬하게 살찌는 맛이 났다. 살찌는 맛이란 엄청 맛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가격에 비해 양이 많아서 당황했다. 저렇게 큰 츄러스 4개가 단돈 2.0 유로, 코코아 한 잔이 2.5 유로다. 양껏 먹었음에도 1인당 4.5 유로밖에 나오지 않았기에 무척이나 놀랐다. 우리가 커피나 음료를 주문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정말 저렴한 가격이었다.

 

 

여러가지 츄러스 메뉴들

 

 


 

 맛있는 간식으로 배를 채웠으니, 열심히 포켓몬고 펄기아 레이드를 수행했다. 저녁식사는 아토차 역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포장해서 열차에 탑승해서 먹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더 여유를 부렸다. 탑승 한 시간 전까지 레이드를 하다가 기차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너무나도 완벽한 시간 분배에 뿌듯해하고 있었다.

 

 

솔 광장의 야경

 

 

하지만 우리는 중대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너무나도 여유롭게 마드리드-아토차 역으로 사박사박 걸어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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