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스페인 바르셀로나 190218 저녁 날씨
190218, 바르셀로나<->시체스, 매우매우 맑음, 31일 차 저녁


스페인 바르셀로나 특산물 돼지 뒷다리살 하몬
스페인 바르셀로나, RESERVA IBERICA Jamon에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땅덩어리를 이베리아 반도 혹은 이베리코 반도라고 부른다. 이 지역에만 서식하는 특수한 돼지를 이베리코 돼지라고 한다. 특히 이 이베리코 돼지가 도토리와 허브, 올리브 등을 주식으로 성장하게 되면, 우리가 아는 정말 맛있는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된다고 한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이베리코 돼지의 다리를 소금에 절여서 충분히 삭힌다. 적당히 숙성된 통다리를 얇게 저며서 내놓으면, 그것이 유명한 하몬(하몽, JAMON)이 되겠다.

JAMON은 표기법 상 하몬이라고 읽는 것이 맞으나, 한국인들에겐 왠지 모르게 하몽이라는 발음이 입에 달라붙어버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CIUTAT COMTAL 저녁 웨이팅
손님이 엄청 많은 CIUTAT COMTAL

 

 사흘 전, 레스토랑 CIUTAT COMTAL을 찾기 위해서 바르셀로나를 헤매다가 하몽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을 발견했었다. 매장이 꽤 깔끔하고, 가격도 조금 있어 보이는 프리미엄 하몽 매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나 형님이나 한국에서 나눠줄 선물을 고민하다가, 역시 먹을 것이 최고라는 생각에 하몽을 선물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매장을 찾기 위해 다시 지나친 CIUTAT COMTAL은 저녁시간이라서 그런지 가게 내외부에 손님들이 득실득실하더라. 문득 이 레스토랑의 푸와그라와 감자튀김이 그리워졌다. 그곳을 지나쳐 3블록을 직진하자 하몽 판매점이 나왔다.

 

하몽 전문판매점 RESERVA IBERICA

 RESERVA IBERICA의 내부는 그렇게 넓지 않았다. 벽에는 숙성이 끝난 돼지다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었고, 매대 근처에서는 직원들이 대기하면서 곧장 썰어주기도 했다. 또한 테이블이 두 개정도 놓여있었는데, 한 무리의 손님들이 앉아서 하몬과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뒤쪽으로 이어진 공간은 냉장고 같은 장소였다.

 

이베리코 돼지고기 뒷다리살로 만드는 하몽
이베리코 돼지다리로 만드는 하몬

 

 직접 대패로 썰어서 주는 것은 꽤나 흥미로웠지만, 언어의 장벽 덕분에 매대에 놓여있는 썰린 하몽들 중에서 고르기 시작했다. 내 눈에는 전부 똑같아 보이는데,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가장 저렴한 것은 150g 한 팩에 5~6 유로였지만, 비싼 것은 100g에 20~30 유로가 넘어갔다. 우리는 도대체 차이를 몰라서 어벙하게 하몽 팩을 들었다 놨다 할 뿐이었다. 용기를 내 점원에게 무엇이 다른지 물어보니, 가장 저렴한 것은 하몬이라기보단 소시지 같은 것이라서 싼 것이며, 가장 비싼 것은 돼지고기 자체가 비싼 것이라고 하더라.(의역 89%)

 

스페인 바르셀로나 RESERVA IBERICA 내부
하몽 전문판매점 RESERVA IBERICA 내부, https://www.tripadvisor.co.kr/

 

 나는 가장 싼 것과 적당히 비싼 것을 한 두 개 정도 구매했다. 저렴한 것은 선물용으로, 비싼 것은 직접 먹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형님은 선물을 나눠줄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고, 꽤 많은 양을 구매하셨다. 계산대로 전부 가져가니까 점원이 크게 놀라던데, 우리를 중국인 알부자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RESERVA IBERICA의 하몽은 꽤 비쌌다. 그래서 선물용으로 나눠주기엔 턱 없이 부족한 양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까르푸에서 저렴한 하몽을 판매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곧장 이동해서 거의 쓸어 담듯이 하몽들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정말 든든하게 쇼핑했다.

 


 

Cathedral of Barcelona
Cathedral of Barcelona, 바르셀로나 대성당

 

 하몽 구매를 마친 뒤, 어머니께 부탁받은 손목 묵주를 구매하기 위해서 바르셀로나 전체를 들쑤셨다. 가장 먼저 열려있는 성당들을 전부 찾아가서 기념품 상점이 있는지부터 살폈다. 하지만 대부분 순수한 예배당일 뿐이었다. 다음으로 골목마다 있는 기념품 가게에 찾아가 봤지만, 전부 싸구려 플라스틱 공산품만 팔고 있었다. 며칠 전,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입장만 했다면 구매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게으른 나 자신이 한심했다. 결국 아무 소득도 없이 숙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성당과 구름 속의 달
Cathedral of Barcelona

 

 숙소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하몽을 한 팩 까서 먹어본 것이다. 으음, 외국인이 홍어나 육회를 먹으면 이런 느낌일까? 삭힌 돼지고기라서 반 정도 썩은 냄새가 아주 진동을 했다. 삭힌 맛으로 먹는 것이 특징인 음식이라고 했다. 어? 마치 과메기처럼 한번 익숙해지면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음식인 걸까? 하지만 워낙 냄새가 고역이어서 향이 강한 와인이나 소스가 필요할 것 같았다.

 맥주와 하몽을 곁들여 먹으면서 오늘치 가계부 작성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영수증과 물건을 살펴보다가 영수증과 남은 돈이 맞질 않았다. 돈이 오히려 엄청 남았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가장 비싼 하몽 1팩이 가장 싼 가격으로 계산된 것을 발견했다. 개수도 많았지만 종류도 다양하게 산 덕분에 일어난 행운이었다.ㅋㅋㅋ

 아주 많은 양의 하몽을 보다 보니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베리코 하몬, 즉, 스페인산 축산가공품이 대한민국의 세관을 통과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많이 샀는데, 전부 뺏긴다면 정말 큰 손해다. 뜨악한 마음에 열심히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모두 말이 달랐다. 미리 1)세관 신고를 하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고 하고, 신고를 해도 뺏기고 하지 않아도 뺏길 뿐이니 2)선물용으론 구매하지 말라는 글도 있었으며, 세관에서는 무작위로 가방을 열어보니 3)운이 좋다면 무사통과라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어,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자꾸 3번 정보로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19/02/18 지출내역

지하철 10회 권 : 10.2 eu

- 시체스 행 2인 왕복 : 4.2 eu x 4 = 16.8 eu

- 점심식사 3코스 + 와인 : 31.8 eu 

(LIZARRAN 시체스 해변식당)

- 콜라(시체스 역 자판기) : 2.1 eu

- 선물용 하몽(RESERVA IBERICA) : -

- 선물용 하몽(까르푸 대형마트) : -

총 : 60.9 eu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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