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190218, 바르셀로나<->시체스, 매우 맑음, 31일 차

 


 

스페인 시체츠, 빠에야 속 새우

 

 

 스페인 시체스는 지중해변에 있는 관광도시로써, 바닷가에는 수많은 상점과 식당들이 몰려있다. 지중해를 바라보고,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미리 블로그에서 시체스 맛집 조사를 했다. 그중에서 샹그릴라라는 음료와 감바스가 그렇게 맛있다는 식당을 발견하고는 점찍어뒀었다. 유럽여행의 마지막 레스토랑 방문이므로 맛있는 곳이면 정말 좋겠다.

 


 

 우리는 해변을 따라서 쭉 서쪽으로 이동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은 저 멀리 수평선 위의 곶까지 이어져있었으며, 우리의 목적지는 해변의 중심부였다. 그런데 조사해두었던 식당에 도착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주소는 분명 이 곳이 맞지만 건물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서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으나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근처에 있는 식당에 적당히 찾아들어가기로 했다. 그나마 가격과 메뉴가 괜찮아 보이는 한 곳을 찾았고,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입장했다.

 

 

시체스 해변레스토랑 LIZARRAN

 

 

 해변 레스토랑 LIZARRAN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가격이 적당한 3코스 메뉴가 있었고, 텅텅 비어있는 다른 식당과는 달리 두 명의 손님이 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비수기라서 손님이 없는 것이겠지만, 아무도 테이블이 비어 있는 식당은 언제나 의심스럽다.

 

 

블랙과 화이트 한 잔 씩

 

 

 우리는 식당 내부보다는 해변을 바라보고 싶어서 외부 테이블에 앉았다. 웨이터는 금방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메뉴판에 적혀있는 요리 이름들이 전부 필기체로 쓰여 있었다. 분명 영어가 맞지만,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3코스 요리이고, 각 코스별로 요리가 여럿 적혀있었기에 하나하나 해석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사전과 번역기를 이용해 해석한 뒤, 원하는 음식 3가지씩을 골랐다. 음료로는 하우스 와인을 한 잔씩 주문했다.

사실 해석 가능한 단어만 선택했을 뿐이다. ㅋㅋㅋㅋㅋㅋ

 

 

쉬지 않는 손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내가 할 일은 계속 일기를 쓰는 것이다. 아마도 귀국하고 나면 일기는 내 의식 속에서 잊히게 될 것이다. 반드시 여행이 끝나는 시점에 일기도 같이 마쳐야만, 이 여행기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박차를 가했다. 다행히도 어제 하루 종일 일기를 쓴 덕분에 전부 따라잡을 수 있었고, 지금은 어제 쇠고기 카레를 만들기 위해 야채가게를 간 에피소드를 적고 있었다. 그런던 와중에 음식이 차례차례 나오기 시작했다.

 

 

토마토파스타와 콩 수프

 

 

 가장 처음으로 나온 음식은 토마토 파스타였다. 겉보기에는 괜찮았지만 한 입을 먹어보니 크게 실망했다. 인스턴트 파스타를 전자레인지에 돌린 듯한 느낌이 강하게 났기 때문이다. 간도 맞지 않으면서 파스타도 덜 익었기 때문에 아주 끔찍한 맛이었다. 다음엔 베이크드 빈 같은 걸쭉한 콩 수프가 나왔다. 생긴 모습만 봐서는 끔찍해 보였으나, 의외로 토마토 파스타보다 훨씬 맛이 있어서 싹싹 긁어먹었다. 물론 이것도 상점에서 살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 느낌이 강하게 났다.

 

 

농어 올리브 구이

 

 

 다음으로 나온 음식은 농어빠에야였다. 필기체 메뉴판을 겨우 해석한 유일한 메인 메뉴가 바로 농어였다. 농어는 아시아와 달리 유럽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요리 재료인데, 올리브 오일을 이용해서 굽거나 찌는 식으로 요리하곤 한다. 유럽에 도착해서 처음 먹어보는 농어요리여서 꽤나 기대가 됐다. 살이 두툼하고 간이 입에 딱 맞아서 아주 맛있었다. 생선살은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해물 빠에야

 

 

 마드리드에서 먹은 빠에야는 가격은 비싸긴 했지만, 아주 맛있었다. 적당히 고슬고슬하게 볶아진 밥과 다양한 해물이 들어있어서 보기에도 좋았다. 하지만 이번에 먹게 된 빠에야는 너무 느끼했다. 기름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또한 죽이나 다름없이 물기가 많아서 먹기가 힘들었다. 뭐야, 음식이 다 왜 이래?

 

 

후식, 푸딩

 

 

 후식으로는 푸딩과 셔벗이 나왔다. 푸딩은 접시에 담겨서 나왔지만, 셔벗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공산품이었다. 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코스요리 구성이었다. 비수기여서 음식이 대충 나온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 식당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먹은 것은 1인당 14.0 eu짜리 3코스 요리였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것일까. 어쩌면 시체스의 해변 식당은 대부분 이런 식일지도 모르겠다.

 

 2020년 10월, 포스팅을 작성하기 위해서 LIZARRAN 레스토랑을 구글맵에서 찾았다. 하지만 그 위치에는 이름이 전혀 다른 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블로그에서 찾았던 식당이 없어진 것처럼 의외로 폐업과 개업이 자주 일어나는 동네일지도 모르겠다. 여름 성수기가 대목이며, 그 시기가 지나면 방문객이 급감하므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시체스의 수많은 식당들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말 위치가 좋은 곳이거나 맛이 좋아야 할 것이다. LIZARRAN은 위치도 맛도 모두 좋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시체스 해변의 오후

 

 

 찝찝한 식사를 마친 뒤, 이번엔 동쪽 해변 끝까지 산책을 시작했다. 동쪽에는 거주지인 듯 크고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방파제에 부서지는 파도를 보기 위해서 모래사장에 풀썩 앉기도 했다. 모래가 정말 작고 부드러웠다. 

 

 

시체스 역 플랫폼에서

 

 

 해가 점점 붉어질 때쯤, 우리는 바르셀로나로 돌아가기 위해서 시체스 역으로 향했다. 열차는 꽤나 자주 있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만 기다리면 금방 탈 수 있다. 아직도 식당에서 먹은 느끼함이 가시질 않아서, 시체스 역 자판기에서 콜라를 하나 뽑아 먹었다. 그런데 콜라가 엄청나게 미지근했기에, 속이 더욱 찝찝해졌다. ㅠㅠㅠㅠㅠㅠ 곧 바르셀로나 행 R2 열차가 도착했고, 텁텁한 입 속을 달래면서 열차에 몸을 실었다. 저녁에는 딱히 일정이 없기 때문에 카탈루냐 광장으로 가서 기념품과 개인적인 쇼핑을 할 생각이다.

 

저녁 일정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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