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스페인 바르셀로나 190216 날씨
190216, 바르셀로나, 매우 맑음, 29일 차 저녁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메시 현수막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홈팀인 FC 바르셀로나는 정말 강한 팀이다.(20-21 시즌은 어떨까?)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부터 시작해서 귀포식자 루이스 수아레스까지, 어디선가 듣고 어디선가 본 유명한 선수들이 득실득실한 곳이다. 스페인 프로축구리그인 라리가에서 가장 강력한 팀 중 하나이며, 유럽의 상위 구단과 경기하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도 밥 먹듯이 가는 팀이다. 아쉽게도 18-19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4강 탈락을 하였다.

 


 

 우리는 여행 중 반드시 한 번은 축구경기를 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해외축구에 크게 관심 있는 편이 아니라서 따로 응원하는 팀은 없다. 그래서 현 축구선수 중 양대산맥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리오넬 메시 중 한 명을 보기로 했다. 호날두는 이탈리아 유벤투스 FC에서 뛰고 있고, 메시는 언제나 그랬듯이 바르셀로나 FC를 지키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탈리아의 여행 일정과 경기 날짜가 전혀 겹치지 않아서 호날두는 볼 수 없게 되었다. 남은 것은 바르셀로나 FC의 일정인데, 다행히도 우리와 메시의 발걸음이 꽤 겹쳤다.

 2월 6일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국왕컵 4강전이 열렸다. 바르셀로나 FC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였기에, 경기장 표를 구매할 수도 없었고, 구매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표가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가장 낮은 가격의 입장권이 50만 원을 넘었기에 애써 외면했다. 텔레비전으로 알아듣지 못하는 스페인어 해설을 들으며 시청할 수밖에......

 2월 16일, 오늘. 다행히도 바르셀로나 현지 캄프 누 구장에서 열리는 홈경기를 예매할 수 있었다. 3층 구석의 적당한 좌석의 표였음에도 10만 원은 가볍게 넘어갔다. 상대팀은 레알 바얄돌리드라는 처음 들어보는 팀이었다. 엘 클라시코 급의 경기가 아닌 단순한 리그 홈경기였기 때문일까? 다른 날짜의 경기와 비교하면 꽤나 저렴한 입장료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대문
FC 바르셀로나 홈구장 캄프 누 대문

 

 새로 옮긴 숙소와 캄프 누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걸어서도 20분 정도의 거리였다. 하지만 초행길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늦을까 봐 숙소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갔다. 경기장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인구밀도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바르셀로나의 인구가 500만이 넘는다는데, 여기에 다 모여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팬들은 메시 유니폼을 입고선 바르셀로나 컬러 타월을 휘둘렀으며, 상인들 역시 비슷한 복장으로 흥정과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거리에 공간이 부족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인파
수 많은 사람들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술집
경기장 앞 술집

 

 경기장 입구부터 내부까지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술집과 술 마시는 사람들이다. 규정상 경기장 내부에는 알코올 반입이 절대 금지된다고 하니, 다들 미리 밖에서 잔뜩 마시고선 입장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한다. 정말로 술집에는 자리가 하나도 없었고, 외부 가판대에서도 엄청 커다란 잔에 따라진 맥주가 쉴 새 없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근처 벤치와 바닥에 앉아서 열심히 맥주와 음식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케밥저녁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먹은 소맥
저녁과 연료

 

 우리도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저녁거리로 싸온 케밥을 꺼내 들고, 그 무리에 합류했다. 경기장 내에서 잔뜩 마실 생각으로 포켓소주를 전부 긁어서 가져왔는데, 어쩔 수 없이 이 자리에서 전부 처리해야겠다. 맥주가 양에 비해서 엄청 비쌌기에 가장 큰 잔으로 1잔만 사다가 소주를 섞어 마셨다. 500cc도 안 되는 양인데 만원에 가까운 가격이었다. 적당히 맥주를 나눠마시다가 좀 줄었다 싶으면 소주를 다시 채워 넣는 식으로 같은 양을 유지했다. 마시면 마실 수록 양은 줄어들지도 않지만, 맛은 훨씬 맛있어지는 신기한 맥주였다. ㅋㅋㅋㅋ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보안검색대
보안검색대

 

 가져온 음식과 음료를 전부 마시고 8시 10분쯤 되자 사람들이 슬금슬금 보안검색대로 모여들었다. 현재 술집이 있는 곳은 경기장의 최 외곽지역이다. 이 보안검색을 마쳐야 진정한 경기장 옆으로 이동할 수 있다. 가벼운 검사만 하는지, 빠르게 줄은 줄어들고 있었다. 바로 앞의 사람이 직원 앞에서 가방을 열었다. 그런데 직원은 내부에 있는 페트병을 꺼내 들고, 뚜껑을 연 다음에 냄새까지 맡았다. 정말로 주류 검사를 빡세게 하잖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외관
캄프 누 외관

 

 우리는 원래 야구장에 소주를 숨겨가는 수법 중 하나인, '물병에 쏘주 옮겨 담기'를 계획하고 있었다. 저렇게 확실하고 강력하게 검사를 할 줄은 몰랐기에 정말 놀랐다. 하지만 우리는 걱정이 없었다. 가져온 소주를 전부 위장에 옮겨 담았기 때문이다.

 


 

 경기장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우리가 입장할 게이트를 찾았다. 경기장 내부는 전부 연결되어 있지만, 우리 자리를 빠르게 찾기 위해서 가장 근접한 30번 GATE로 입장했다. 모바일 QR코드 입장권이어서 게이트 앞에서 직원이 표를 찍어서 검사를 해주었다. 형님은 한 번에 통과했지만, 나는 수 번해도 찍히질 않아서 정말 당황했다. 다행히 밝기를 조절해서 다시 제출하니 한 번에 통과했다. 

 

FC 바르셀로나 홈 경기 모바일 입장권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내부통로
캄프 누 내부

 

 경기장 내부에는 구획별로 화장실과 간이매점이 설치되어있었다. 핫도그나 팝콘을 조금 구매할까도 했지만, 엄청난 길이의 줄이 대기 중이었기에 가볍게 화장실만 갔다가 바로 내부로 입장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몸 푸는 선수들
경기 전 몸풀기, 관중 30%

 

 정말 놀랐다. 캄프 누는 9만 8천 명의 관중을 수용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거대할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이나 잠실구장도 가봤지만, 크기에 압도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캄프 누의 규모에 진짜로 가슴이 웅장해졌다. 크게 떠진 눈을 가라앉지를 않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FC 스트레칭 중인 선수들, 메시
스트레칭 중인 선수들, 오른쪽에서 두 번째 키 작은 선수가 메시다.

 

 레알 바얄돌리드의 선수들은 미리 나와서 짧게 몸을 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파란색 운동복을 입은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메시가 뛰어나오자 관중석 곳곳에서 짧은 함성이 들리기도 했다. 경기 시작 20분 전임에도 관중은 대부분 들어오지도 않았다. 줄이 길다거나 그런 이유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정말 일사천리로 입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음주 스퍼트를 달리고 있을 뿐이겠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관중석 모습
경기 시작 10분 전, 관중 45%

 

 리오넬 메시는 정말 키가 작았다. 나머지 선수들과 비교하면 진짜로 작았다. 슬금슬금 경기장에 사람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곧 몸을 풀던 선수들이 전부 들어갔고, 경기장에는 보안요원들만이 뛰어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라인업 중인 선수들
선수들 라인 업, 관중 90%

 

 꽤나 관중이 없어서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크나 큰 오산이었다. 가장 저렴하고 가장 멀리 있는 반대편 4층 좌석에는 빈자리가 드문드문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의 자리에는 관중이 가득 들어찼다. 우리의 주변에도 한 자리의 빈자리가 없이 모든 관중들이 착석했다. 뒤에 있는 꼬맹이가 자꾸 등받이에 발을 올려서 살짝 짜증이 났다. 선수들이 라인업을 하고, 깃발을 교환하고 사진을 찍고 나서 경기가 바로 시작되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FC 홈경기 킥오프
킥 오프

 

 8시 45분, 바르셀로나 FC와 레알 바얄돌리드의 리그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광판에 있던 전자시계는 곧장 경기시각을 알려주는 시계로 바뀌었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살짝 멀리 있는 경기장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전반 4분
전반 4분, 관중 95%

 

 솔직히 하품을 5번은 넘게 했다. 메시의 날카로운 드리블도 없었으며, 화려한 패스 플레이도 존재하지 않았다. 전반에는 힘을 아끼는 것일까, 아니면 오늘 경기 내내 힘을 아끼려고 하는 것일까.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었다. 약팀에 속하는 바얄돌리드의 공격이 오히려 재밌을 정도였다. 확실히 설렁설렁 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전반 37분
전반 37분, 6분 뒤에 메시가 골을 넣는다.

 

 전반 43분, 바얄돌리드의 패널티박스 안에서 선수가 넘어졌다. 당연하게도 페널티킥이 주어졌고, 전담 키커인 메시가 나와서 준비를 했다. 휘슬이 울리고 메시는 톡 밀어 넣어서 바르셀로나가 득점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1-0이 되었다. 관중들은 소리치고 환호했다. 메시의 골 장면을 보다니! 평생 자랑거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경기보다 팬들의 응원과 응원가에 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만큼 지루했던 전반 경기였다.

 

메시의 전반 패널티킥 골 장면

 

 후반에는 실수 연발이었던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선수가 들어가고 루이스 수아레스가 나왔다. 그때부터 경기의 속도감이 조금씩 붙기 시작하더니, 수아레스와 메시가 바얄돌리드의 골문을 미친 듯이 두들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얄돌리드의 골키퍼도 함께 미친 듯했다. 그 골키퍼는 엄청난 선방을 선보였는데, 넣었다고 생각되는 슛들을 전부 잡아내고 쳐내기 시작했다. 특히 후반에도 수비수의 실수로 페널티킥을 얻었는데, 메시의 생각을 완전히 읽어내서 페널티킥을 막아내었다!!!! 아, 메ㅈ......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경기가 끝난 뒤
썰물처럼 빠져나간 관중들

 

 경기는 그렇게 1대 0으로 바르셀로나의 승리로 끝났다. 정말 바얄돌리드의 골키퍼가 아니었다면 골잔치를 볼 수도 있었는데, 꽤나 아쉬운 경기였다. 메시가 골을 넣는 장면을 코 앞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만이 이야깃거리로 남았다. 경기가 끝나자 관중들은 정말 썰물에 휩쓸린 모래처럼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우리는 남아서 사람들이 대부분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텅 비어 가는 경기장은 꽤나 을씨년스러웠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외관
집으로 가기전 캄프 누

 

 경기장 반경 1km까지 경기장에서 흘러나간 인원들로 골목이 가득 차 있었다. 경기가 끝난 시간이 23시 30분이었기 때문에, 모든 대중교통이 끊기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경기장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우리도 구글 지도의 도움을 받아서 걷기 시작했다. 내일 마실 물을 사려고 골목을 헤매었지만, 골목에는 작은 Bar들만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가던 바르셀로나 FC의 팬들은 그 Bar 속으로 사라져 갔다.

 


19/02/16 지출내역

- 락커룸(카탈루냐 광장), 대형 : 13.0 eu

- 케밥 2개 : 3.5 x2 = 7.0 eu

- 맥주 1 컵(바르셀로나 FC 캄프 누) : 7.6 eu

- 바르셀로나 FC 홈경기 티켓 2매 + 예매수수료 : 183.0 eu

(3층, 313 섹터, 좌측 모서리 좌석, 결제는 일주일 전에 함.)

 

총 27.6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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