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스페인 바르셀로나 190216 날씨
190216, 바르셀로나, 매우 맑음, 29일차 오후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광장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 출처: theguiriguide.com/las-ramblas/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카탈루냐 광장은 우리나라의 광화문과 같은 위상에 있다. 도시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광장에서 시작해서 여러 거리들이 시작되고 뻗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마치 집결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대한 2개의 분수대와 중앙에 별이 그려진 넓은 광장이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과 비둘기(?)들을 목격할 수 있다. 또한 밤에 간다면 분수대에 조명이 아름답게 비추기 때문에 엄청나게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늘 우리는 카탈루냐 광장에서 오후 3시간 동안 뺑뺑이를 돌 생각이다.  

 


 

 늦은 새벽에 잠이 들었지만, 아침 8시에 벌떡 일어났다. 씻고 짐을 챙기는 등의 체크아웃을 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스스 잠에서 깬 형님께서 착 잠긴 목소리로 말씀하시길, 자신이 오전 7시쯤에 겨우겨우 잠이 들었다고 조금만 더 잘 수 있겠냐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어제 소매치기의 충격이 너무 크셨나 보다. ㅠㅠㅠㅠ 오전 11시 전까지는 카탈루냐 광장 근처에 있는 락커로 가서 우리 짐을 맡기는 것이 계획이었으나, 조금 더 여유를 부리기로 했다.

 나는 모든 아침 준비를 끝내 놓고 10시 반쯤에 형님을 깨웠다. 그래도 3시간 정도 주무셔서 그런가 조금은 활력이 돌아오신 것 같았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모든 짐을 정리하자 11시가 가까워졌다. 이 에어비엔비의 호스트는 아직도 여행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열쇠를 테이블 위에 두고는 메시지를 이용해서 원거리 체크아웃을 했다. 드디어 이 지랄 맞고 좁은 숙소를 벗어났다!!

 

 형님의 짐은 은색 캐리어와 작은 패션가방이 전부다. 반면에 나는 캐리어를 들고 오지 않았다. 적당한 등산배낭과 작은 크로스백이 전부였다. 배낭에 들어가지 않는 물건들은 대충 손에 들거나 배낭 뒤쪽에 주렁주렁 매달아두면서 다녔다.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짐이라면 바로 패딩점퍼가 있다. 하지만 패딩을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오면서 한 번도 입어보질 못했다. 그만큼 날씨가 따뜻했기 때문인데, 배낭에도 들어가질 않으며 입으면 쪄 죽는 아주 짐덩어리였다. 파리나 드레스덴에서는 엄청난 아군이었지만, 조금 따뜻하니 바로 짐이 되어버렸다. ㅋㅋㅋ 배낭에 들어가지 않은 패딩을 손에 들기는 너무 귀찮아서 크로스백에 반쯤 걸쳐서 다니곤 했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 락커룸

 우리는 곧장 카탈루냐 광장 근처에 있는 락커룸으로 향했다. 캐리어와 거대한 배낭 하나를 모두 보관할 수 있는 가장 큰 사이즈의 락커를 빌렸다. 가격은 무려 13유로! 옮길 숙소의 체크인 시간이 오후 3시쯤이었기 때문에, 일찍 가서 짐을 두고 나올 수가 없었다.

 가벼운 짐만 들고선 카탈루냐 광장에 도착하니 벌써 11시 30분이 넘어 있었다. 이미 광장 곳곳에 꾸꾸리가 마구 튀어나오고 있었고, 우리는 광란의 사냥을 시작했다. 별의 모래 3배, 사탕 2배 이벤트가 겹쳐있어서 정말 정말 열심히 잡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지만, 계속 게임 상의 날씨는 흐림으로 나와서 쉬지 않고 날씨 피드백을 보내기도 했다. 이벤트가 끝나는 14시에 딱 맑음으로 변하는 짜증 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말 순식간에 3시간이 지나갔고, 너무 열심히 했던 걸까? 광장 모습이 찍힌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었다. 

 


 

 카탈루냐 광장에 있는 카탈루냐 역 근처에는 흑인 보부상들이 우글우글하게 모여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수십 명이 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역에서 우르르 나오고, 역 근처의 공간을 점거하는데 장관이 따로 없었다. TORRASA 역도 1호선이기 때문에 환승 없이 9 정거장만 가면 된다. 얼른 체크인하고 무거운 짐을 어서 내려놓고 싶었다. 플랫폼에 서 있자 곧 열차가 역으로 진입했다.

 분명, 우리가 서 있는 탑승구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형님이 캐리어를 끌고 안쪽으로 먼저 들어가셨다. 나도 지하철에 발을 올리려고 하는 찰나에 왼쪽, 오른쪽 그리고 뒤쪽에서 여자 4명이 갑자기 나를 마구 밀치는 것이 아닌가? 분명 다른 문에 사람도 별로 없고, 방금 차량이 도착했기 때문에 급하게 탈 이유도 없는데 얘네들은 뭐지??? 라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에 배에서 느껴지는 꼬물거림!

 아...... 지하철에 탑승하는 순간을 노리는 4인조 소매치기였다. 뒤와 옆에서 신경을 분산하고, 행동대장이 지갑을 쏙 빼가는 수법이다. 나는 탑승하다 말고 멈칫했고,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여자를 노려봤다. 나에게 바싹 밀착해 있는 여자의 팔에는 역시나 얇은 점퍼가 둘둘 말려있었다. 내가 쳐다보자 그 년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어서 타라는 듯이 나에게 웃으면서 손짓했다. 나는 몸을 비틀면서 지하철 안으로 진입했고, 그나마 안전한 곳에 계신 형님 옆으로 이동했다. 순간적으로 놀라고 당황해서 그냥 그 년들을 노려보기만 했다.

 정말로 다행히도 크로스백은 잘 잠겨있었고, 그 위에 걸쳐진 두~~~꺼운 패딩점퍼 때문에 소매치기의 손이 방황을 했던 것 같다. 덕분에 물건은 아주 무사했다. 정말 그 찰나의 순간에 사방위를 점거하고 손장난을 치다니, 엄청난 합동 연계기술이었다. 물건이 무사하고, 벽을 등지고 자리를 잡았기에 조금 안전하다고 생각되자 치밀어 오르는 짜증과 분함. 어제 형님의 심정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음에 저런 소매치기를 만나면 반드시 지긋이 쳐다보면서 딱밤을 날려주어야겠다고 쓸데없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TORRASA 역에 도착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나가는 중이었다. 사람이 좀 있었기 때문에, 줄을 서서 천천히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올렸다. 내 앞에는 여행객 같은 백인 여성이 서 있었고, 우리는 방금 소매치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어깨너머로 흘끔 나를 쳐다보고선, 손을 뒤로 보내더니 자신의 배낭 지퍼를 꽉 잡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번엔 소매치기범 취급이냐! 으아아아악!!!

 


 

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어비엔비 숙소 현관문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어비엔비 현관 복도
숙소 대문과 현관

 

 새로이 예약한 숙소는 엄청났다. 조금 비싼 값을 하는 것일까? 방 한 칸짜리 숙소에서 지내다 보니, 시야도 좁아지고, 예민해지고 있었다. 과연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런데 3배나 비싼 숙소에 오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유순해지는 기분이었다. 공동 예산 초과였지만, 형님께서 개인 지갑을 열어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다. 여행의 마지막인데 쓰레기같은 숙소에서 마무리를 지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바르셀로나 에어비엔비 가격
구시가지 방 한 칸(2인)
= 1박 45,000원

외곽지역 아파트 전체 
= 1박 89,000원

 

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어비엔비 화장실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어비엔비 화장실모습
화장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어비엔비 안방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어비엔비 작은 방1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어비엔비 작은 방2
큰방1, 작은 방1, 더 작은 방1

 

 넓고 깨끗하고 욕조까지 있는 화장실, 더블 배드, 싱글 배드, 간이침대가 각각 있는 방 3개, 넓고 소파까지 있는 거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탁기가 있는 테라스까지. 약간 오래된 건물이라서 할아버지 집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넘칠 정도로 깨끗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박 당 9만 원에 이 정도 퀄리티면 그렇게 비싼 것이 아닌데, 왜 그렇게 고민했나 싶었다. 물론 모든 문제는 포르토에서 느낀 미치도록 저렴한 물가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어비엔비 주방 싱크대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어비엔비 주방 냉장고
깔끔한 주방
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어비엔비 거실 소파
거실의 소파

 

 우리를 안내해 준 숙소의 호스트는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마지막 당부로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대답했다. Already met them everywhere, 이미 만났어요, 졸라 많이 ㅎㅎㅎ

 

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어비엔비 거실모습과 테라스
거실과 테라스

 

 불닭볶음면과 짜짜로니를 후다닥 비벼서 점심을 먹고, 얼른 낮잠을 잤다. 어제와 오늘의 연달아 이어진 사건 덕분에 형님도 나도 너무나도 피곤했다. 저녁에는 바르셀로나 FC 홈경기를 보러 캄프 누에 가야 한다. 맑은 정신으로 메시의 용안을 보기 위해서라도 푹 쉬어야겠다. 아, 물론 짜증 나서 잠도 잘 안 왔다.

 

아니!!!

24시간동안!!!

소매치기 시도를 3번이나 당하냐고?!

진짜!!!!

미수로 끝나지 않았으면 짜증 나서 죽어버릴 뻔했다.

 

 

 저녁 일정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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