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190121, 비 계속 비 미친 듯이 비, 로마, 3일차

 


 시차 적응이 아직 안 되었나 보다. 잠든 건 오전 1시쯤인데, 깨어보니 5시였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지출 내역을 정리하기로 했기 때문에 부지런히 써야 한다. 하루라도 밀리면 꽤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한창 일기를 쓰다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고 열쇠 꾸러미를 챙겼다. 우선 방문(안방)을 나와 집 문(호)을 열고, 나선 계단을 내려와 현관문(동)을 열고, 정원 앞에서 쪽문을 열고나서 커다란 대문을 열면 드디어 도로가 보인다. 사실 그냥 아파트와 똑같은데, 문이나 건물 스케일이 달라서 적응이 되질 않는다. 심지어 주렁주렁 열쇠고리는 만화에서나 나오는 커다란 고리 열쇠가 5개나 걸려있다. 들어갈 때는 이제 열쇠로 문 5개를 하나하나 따면서 들어가야 한다. 오늘이 월요일이라서 그런가 지난 이틀과는 다르게 도로에는 차들이 가득했다. 또한 건물 1층이 사무실이었는지,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담뱃불을 비벼 끄고 올라가서 어제 일기를 마무리 지었다.

 

요리하시는 형님
직접 준비한 아침식사, 리조또+고추장볶음과 자몽주스

 9시쯤, 리조또와 어제 먹다 남은 고추장 고기볶음으로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바티칸 투어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쯤 나갈지 조율하고 있었다. 형님이 나갈 준비를 하시는 동안, 너무 일찍 일어나서 피곤했던 건지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다.

 


 헉! 일어나 보니 시간은 오후 2시고 옆에는 형님도 같이 주무시고 계셨다. 일어나겠지라고 생각하시곤 누워계시다가 같이 잠들어버린 것이다. 바티칸 투어는 오후 3시가 마감이기 때문에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일기 쓴다고 너무 일찍 일어나지만 않았으면 충분한 시간이었는데,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나가서 늦은 점심도 먹고, 어제 방문하지 못했던 한인마트에 가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티켓 발급 이후 100분 내에는 대중교통 이용이 무제한이라는 글을 봤고, 그것 때문에 숙소 앞에서 지하철을 타고선 후다닥 볼일을 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계획을 세웠다.

 3정거장을 이동한 우리는 떼르미니 역 바로 옆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빅맥세트로 점심을 먹고선, 한인마트에서 각종 라면과 햇반을 구매했다. 진라면과 오뚜기밥이 가격이 싸서 여러 개 구매했다. 라면은 현지에서 먹고 싶을 때 구매하기로 하고, 단 한 봉지도 배낭에 챙겨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단 이틀 만에 라면을 챙겨 오지 않을 것을 후회하는 것을 보면서 얼큰한 국물과 쌀밥은 한국인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라고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한국보다는 가격이 높지만 그렇게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넉넉하게 구매했다. 이후에 유레일패스를 개시하기 위해서 떼르미니 역으로 향했다.

 

여행객의 친구, 맥도날드 빅맥!!

 우리는 최대한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유레일패스를 글로벌 패스 21 Days(2등석)으로 예약했었다. 15 Days는 너무 짧고, 30 Days는 너무 길어서 절충으로 중간의 21 Days를 선택한 것이다. 여행 기간은 일수로만 33일인데 어떻게 21일의 유효기간을 가진 패스로 여행이 가능할까 의문일 것이다. 유레일패스는 발급 날짜가 기준이 아닌, 첫 사용 날짜가 패스의 시작 날짜가 된다. 그래서 로마에서 나흘을 흘려보낸 후,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 패스를 개시하면 4일 정도 세이브, 그리고 마지막 여행지인 바르셀로나에서 5일 정도 체류하면 남은 기간이 얼추 21일이 된다. 비행기 타고 이동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총 33일이 완벽하게 짜 맞춰진다.

 떼르미니 역에서 유레일 패스 개시와 예약을 시도해보려고 자동 티켓 발급기 주변을 알짱거렸다. 하지만 영어와 각종 숫자들의 압박에 실패를 했고, 그냥 떠나는 날짜에 창구에서 개시하기로 하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인터넷에선 분명 100분 이내라면 대중교통은 무제한이라고 했었는데... 지하철 티켓이 재사용이 안 되는 것이다. 알고 보니 트램과 버스는 가능하지만 지하철은 무조건 1회만 사용 가능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급히 얻은 토막 지식이라 토막토막 비어있는 부분이 많았나 보다. 다시 지하철 티켓을 끊고선 숙소로 돌아가 구매했던 짐을 내려놨다. 비는 조금씩이지만 끊임없이 내리고 있고, 날씨는 그 때문에 축축하게 추웠다. 바티칸 투어를 통째로 날려버렸기 때문에, 성 베드로 성당 앞의 광장이라도 맛보기 위해 몸을 이끌고 나섰다.

 

테베즈 강의 이름 모를 다리 위에서

 산 지오반니 역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탈 수 있는 81번 버스는 로마의 주요 관광지를 전부 거치는 루트를 가진다. 버스에 있는 금발 벽안 청소년 무리들이 무서웠지만, 우리는 조용히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며 테베즈 강 초입까지 갔다.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면 창밖의 광경이 완벽한 야경 시티투어가 되었을 텐데...... 목적지인 성 베드로 성당까지는 5 정거장 넘게 남았지만, 일부러 조금 먼 곳에서 내려서 걸어가기로 했다. 테베즈 강둑을 따라가면 꽤나 많은 랜드마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둡고 분위기 있는 조명에 취해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걷는다. 비는 조금씩이지만 계속해서 신발을 적신다. 주변을 둘러보면 놀라운 조각품들이 스스로를 뽐내면서 도열해있고, 신전같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의 정체는 사실 법원이고 경찰청이라고 한다. 응?? 비만 오지 않았으면 완벽할 그 강가에서 내가 느낀 것은 어색함이었다. 지나치게 이국적이고 너무나도 새로운 자연환경에 정말 새로움을 온몸에 처바르고 있었다.

 

성 천사의 성
성 천사의 다리

 얼마 지나지 않아 성 천사의 성과 성 천사의 다리가 나타났다. 15년도 유럽여행의 끝맺음이 바로 이곳이었다. 하필 바로 옆에 있던 이탈리안 커플들이 정말 강렬한 키스를 하고 있어서 더욱 강렬하게 기억이 남는 장소다. 예전에 함께 여행을 했던 동료들에게 그 장소의 사진을 보내고는 대망의 성 베드로 광장으로 향했다. 비가 내려서 그런가 광장에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리 같은 관광객이 사진만 찍고 가는 정도였다. 그런데 베드로 광장 정중앙에서 경찰차가 상향등을 켜고 떡 하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예뻐야 할 광장과 성당 사진이 자동차 라이트에 모두 묻혀버렸다. 나의 거대한 몸으로 빛을 가려서 사진을 찍는 등 각고의 노력을 통해 사진을 얻어냈다.

 

눈뽕
갤럭시 A5와 갤럭시 S9의 차이를 여러분은 지금 보고 계십니다.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고, 근처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올드브릿지에서 맛있는 젤라또로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예정만. 근처에 5성 레이드 알이 여러 개 뜨기 시작했고, 이왕 온 김에 날씨 버프를 받은 가이오가를 잡기로 했다. 추운 날씨에 비까지 맞으니 손과 발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으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놀랍게도 근처에서 생성된 레이드는 전부 성공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한껏 고무되어서 성 베드로 성당에서 레이드가 뜨면 그것을 잡고 AR 모드로 성 베드로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마침 놀랍게도 성당에서 생성되는 5성 알! 우리는 그때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갔어야 했다.

 

성 베드로 성당을 지키는 고스트 팬텀, 정화되려나...

 레이드 오픈 시간에 맞춰서 성당 밑으로 향했다. 식당이나 젤라또 집은 마감시간은 여유로웠다. 가볍게 클리어하고선 기념사진 찍고 가면 딱 맞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방금까지 수행한 레이드에서는 보이지 않은 손길이 우리를 조금씩 도와줬었는데, 가장 중심지고 유명한 이곳에선 어떤 사람도 레이드를 참여하지 않았다.

 3계정으로도 충분히 클리어하기도 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진입했는데, 하필이면 솔라빔을 쓰는 무지막지한 그란돈이 레이드 보스였다. 그냥 한 대 맞으면 사라지는 몬스터로 인해, 치료 약과 부활 아이템이 부족해지는 사태까지 발생. 45분 레이드 시간 동안 3번의 트라이, 2번의 튕김으로 우리는 완전히 비에 쫄딱 젖고, 손발이 꽝꽝 얼어버린 파김치가 되어서 긴 한숨을 내뱉었다.

 당연히 식당과 올드브릿지는 문을 닫았고, 차가운 젤라또는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로 추위에 노출되었기에 그냥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숙소에 두고 온 라면이 강렬하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얼큰한 라면과 함께 소주 한잔하고 이 축축하고 추운 기운을 떨쳐낸 후, 잠에 들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우리는 패잔병처럼 터덜터덜 걸어서 숙소로 향했고, 내일 새벽 6시에 남부 투어를 출발하기 때문에 아침용으로 버거킹 와퍼를 사고선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라면과 소주를 벌써 이틀 연속 먹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쌀쌀하고 험난한 날씨를 가진 타국에서 이것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버텼을까?

 


19/01/21 지출 내역

 

-지하철+버스 3회 이용 : 1.5 eu x3 x2 = 9.0 eu

-한인마트(라면 및 햇반 구매) : 13.8 eu

-점심, 빅맥세트 - 맥도날드 : 6.9 eu x2 = 13.8 eu

-음료, 물 구매 : 1.0 + 2.0 = 3.0 eu

-내일 아침, 와퍼 - 버거킹 : 3.7 eu x2 = 7.4 eu

 

총 47.0 eu

 

※패스트푸드로 내내 식사, 식당 이용을 안 해서 지출이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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