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190122 이탈리아 나폴리 날씨
190122, 졸라 심하고 짜증나게 비 -> 맑음 -> 흐림, 로마<->나폴리+소렌토+포지타노, 4일차


새벽 5시 40분 기상, 오전 7시에 San giobanni 역에서 출발 예정

 

 우리는 여유롭게 일어나서 어젯밤에 사두었던, 와퍼를 씹으면서 짐을 쌌다. 하루치 여행이지만, 새벽의 어둠을 뚫고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우산이나 우비 등을 철저히 준비했다. 패키지여행 같은 사진 찍기 여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폼페이와 소렌토 등 유명하지만 발품 팔아 방문하기는 조금 고민되는 관광지다. 폼페이의 화산재 유적, 소렌토와 포지타노의 풍광이 엄청나지만 교통편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들었다. 그런데 널찍한 우등버스에 타고 로마-남부 간 왕복 운행을 해준다니 개이득이라고 생각한다. 검색해보니 남부 투어는 정말 많은 업체들이 대기 중이었고, 가격대도 전부 고만고만했다. 우리가 산드로(이번 남부 투어의 가이드)와 함께하는 마이리얼트립의 남부 투어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집결지가 숙소 바로 앞이었기 때문에 ㅋㅋㅋ. 첨에 이걸 보곤 진짜 개꿀이라고 생각했다.

 나름 비수기라고 생각했는데, 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3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였다. 대부분 커플. 우리처럼 남남 조합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도 발휘되는 코리안 타임의 위력. 4 커플 정도가 집결시간을 꽤 넘겨서 도착했고, 어찌어찌 7시를 살짝 넘겨서 남부 투어의 첫 바퀴를 굴렸다.

 


구름에 둘러쌓인 설산
이름 모를 산에 눈 모자가 씌워져있다.

 가이드 산드로(한국인임)는 마른 체형에 안경을 쓴 청년이었다. 나폴리를 거쳐 폼페이 유적지까지가 첫 여정이라고 소개하면서, 이탈리아의 여러 풍습들을 위트 있게 이야기해 주었다. 손가락으로 만두를 만들어서 흔들면 아주 심한 욕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간단한 이탈리아 어도 알려주었다. 나는 이때 Ciao(짜오)의 뜻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틀 전 판테온 근처 식당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이런. 특히 산드로는 자신의 별명이 '태양의 아들' 이라고 반드시 지랄 맞은 비가 얼마 안 있어 그칠 것이라고 약을 팔았다.

과연?

 

Pompeii 화산재 유적지

 약 3시간 뒤, 버스는 폼페이 유적지 근처의 주차장에 멈춰 섰다. 산드로는 여기서 폼페이 유적지를 관람하고 점심 식사도 마친 다음에 소렌토로 이동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마치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들처럼 우산을 쓰고 줄지어서 유적지로 향했다.

 

이탈리아 관광지 폼페이유적지 입구
유적지 매표소를 지난 직후의 모습

 유적지에 진입하자마자 만날 수 있는 것은 중앙광장이다. 멋있는 켄타우로스 동상이 서있고 넓은 공터와 딱 봐도 잘 닦인 돌길을 볼 수 있다. 정면에는 작은 신전과 양측면에는 작고 큰 건물들의 잔해가 있었다. 동상 앞에 서서 산드로의 가이드를 들으면서 서 있었는데, 시장을 설명하려는 찰나에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진짜 진짜 말도 안 될 정도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산드로 가이드도 엄청 당황한 것 같았다. 우산을 쓰고 있어도 강하게 내리치는 빗줄기에 옷은 전부 젖어갔다. 문제는 현재 서 있는 곳이 광장이고 천장이 있는 건물이 전혀 없어서 비를 피할 수가 없었다. 비가 잦아들기 전까지 가만히 서서 우산을 단단히 고정한 뒤, 내 청바지가 리트머스 종이처럼 물을 빨아올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3,000원짜리 다이소 3단 우산은 나를 실망시켰다.

 

이탈리아 관광지 폼페이유적지 켄타우로스 동상
얼굴없는 켄타우로스 전사
폼페이에 내리는 폭우비가 내리는 폼페이유적지 시장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이 분명하다.

 거의 15분 동안 미친 듯이 쏟아내리다가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산드로 가이드는 프로답게 표정을 최대한 펴면서 유적지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고, 수신기로 이어진 이어폰을 통해 내 귀에 떨리는 목소리가 전달되었다. 태양의 아들 ㅠㅠㅠ 드디어 교과서에만 보던 화산재 화석(캐스트)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일정한 주기로 전시되는 화석이 바뀐다고 한다. 우리는 광장을 벗어나 돌로 만들어진 대로를 따라가면서 식당, 사창가, 수로, 우물 등 2천 년 전의 유적들을 신기한 눈으로 구경했다. 온통 비에 젖어서 번들거려서 사진 찍기엔 좋았다.

 

폼페이유적지 화산재화석 캐스트
잠이 든 걸까? 넘어진 걸까?
폼페이유적지 식당에 있는 고대벽화
식당에 그려진 엄청 오래된 벽화

 


폼페이유적지 정비된 도로
흐린 하늘아래 젖은 고대의 도로
폼페이유적지 수도시설폼페이유적지 작은 길
폼페이유적지의 모습
폼페이유적지 성기모양 음각
요상한 것이 새겨져있다

대공연장에 다다르니, 갑자기 구름이 갈라지면서 푸르디푸른 하늘이 보였다. 짧은 시간 모든 것을 쏟아냈던 건지, 지금까지 내렸던 빗물은 폼페이의 역사 속으로 스며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유럽에서 만난 첫 태양이었다!

 

맑은 날씨의 폼페이유적지 검투사 숙소
검투사 숙소와 연병장, 뒤쪽 높은 건물이 대공연장이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파란 하늘에 열광했다. 산드로 가이드도 이러한 드라마틱한 전개에 흥분을 했는지 설명에 활기가 넘쳤다. 검투사 숙소는 현재 화장실로 사용되고 있어서 냄새가 심했다. 검투사 숙소를 마지막으로 관람을 마치고 유적지를 빠져나갔다. 옷은 축축했지만 하늘은 축복이 내린듯했다.

 

폼페이유적지 나가는 길
우산 없이 산뜻한 발걸음

 


 점심은 유적지 앞의 식당에서 준비되어 있었고, 간단한 코스요리였다. 빵, 스파게티, 피자, 여러 가지 튀김이 차례로 나왔다. 웨이터가 커다란 접시를 가지고 다니면서 적당히 나누어주었다. 잘 모르는 모녀와 함께 식사를 했는데 엄청 어색해서 대화를 잇기가 무척 힘들었다. 음식 맛은 그럭저럭이었다.

 

남부투어 점심시간 코스요리 피자 스파게티 튀김 빵
피자★★★☆, 스파게티★★★, 튀김★★

 식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로 이동하던 중, 태양은 다시 먹구름에 먹혀버렸고 비는 다시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여행엔 역시 기적이 없다고 생각하곤 소렌토로 이동했다.

다시 비가 오는 나폴리의 날씨
나폴리, 을씨년스러운 지중해

 


 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쏟아낸 먹구름은 더 이상 햇살을 이기지 못했다. 아직 물방울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지만, 하늘이 짙은 회색에서 점점 색을 갖춰나가는 것이 희망적인 조짐이 보였다. 소렌토 절벽 위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하니, 아름다운 해변도시의 모습에 시야가 확장되고 마음이 크게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이것이 호연지기일까?

 

소렌토 전망대에서 본 지중해
소렌토 전망대에서 본 절벽의 절경
소렌토 전망대에서 본 풍광

 짧은 촬영 시간 이후 우리의 최종 목적지이자 가장 메인이벤트인 포지타노로 향했다. 포지타노 들어가는 길목은 절벽 위의 좁은 길이었기 때문에 45인승 대형버스는 진입이 불가능했다. 우리는 작은 미니버스와 승합차에 두 무리로 나누어 타고는 내부로 진입했다.

 


 브래드 피트가 앤젤리나 졸리에게 선물해 줬다는 섬을 바라보면서 절벽길을 아슬아슬하게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구름이 갈라지면서 햇살이 그 섬 주변에 내리꽂더니 엄청난 광경을 연출했다.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피트 부부의 섬을 비추는 햇살
욕이 절로 나오는 기적의 현장

 전망대에서 포지타노의 풍광을 눈에 담고는 마을 입구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1월 말의 비수기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열지 않았다. 우리는 길을 따라 해변가로 내려갔다. 레몬이 유명한 동네라서 그런지 대량의 레몬 운반차량이 보이기도 하고 레몬 맥주, 레몬 사탕 등 상큼한 것들이 가득했다. 날씨까지 상큼했고 말이다.

전망대에서 본 포지타노의 모습
포지타노

 우리는 드디어 지중해 바닷물을 맛볼 수 있었다. 찍어 먹어보니 동해 물맛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갑자기 맑아진 날씨, 푸른색 바다가 보이는 모래사장, 그리고 맛있는 특산 레몬 맥주까지 갖추어지니 우리의 기분은 정말 좋아졌다. 3일 동안 비와 추위에 이가 갈렸는데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 주다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포지타노 카페외벽
포지타노 벽화
포지타노 옷가게
포지타노 옷가게
포지타노 길
포지타노 거리의 모습
포지타노 특산품 레몬맥주와 오렌지
레몬 맥주와 귤 하나

 

 짧은 관광을 마친 후, 올 때와 정반대로 승합차를 타고 소렌토 부근까지 가서 대형버스를 타고 로마로 향했다. 해변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소나기가 쏟아지는 등 너무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산드로 가이드는 '태양의 아들'이라는 자신의 업적에 관해 신나게 이야기했고, 우리는 격하게 호응해 줬다. 물론 모두들 피곤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들어버렸지만 말이다. 비에 젖은 냄새를 가득 태운 버스가 로마로 향했다.

 


​ 만약 San giovanni 역 근처에 숙소를 잡는다면 마이리얼트립을 기억해보길 바란다. 로마에 도착한 버스는 출발지와 동일하게 San giovanni 역 앞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숙소에서 걸어서 3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기에 피곤하고 축축한 여행을 조금 위로받았다. 지하철을 타러 우르르 내려가는 남부 투어 전우들을 측은하게 쳐다봤다.

 숙소 앞에 있는 로컬 레스토랑 OFFICINE 으로 향했다. 오늘도 춥고 축축하고 힘든 하루였기에 열량 높은 고기가 먹고 싶었다. 3일 연짱 라면을 먹을 수는 없었기에 찾아간 곳인데, 구글맵의 위치가 약간 이상해서 조금 헤맸다. 지하로 들어가니 오직 이탈리안 사람들만 가득한 찐 로컬 식당이었다. 분위기는 엄청 좋았고, 사람들은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 입장하면서 엄청 비싼 곳이 아닐까 멈칫했었다. 우리는 커다란 스테이크와 베이컨 계란 파스타를 주문했다. 고기를 잘근잘근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OFFICINE, SAN GIOVANNI

산지오반니에 있는 레스토랑 Officine의 스테이크
400g짜리 대형 스테이크
산지오반니에 있는 레스토랑 Officine의 파스타
베이컨 계란 파스타

 파스타 맛은 아주 좋았다. 하지만 입맛에 조금 맞지 않았다. 물론 소금을 조금 적게 쳐 달라는 주문을 했어도 생각하던 맛과는 너무 달랐다. 짜고 느끼한 맛. 형님은 꽤 좋아하셨다. 스테이크는 육질도 좋고 아주 맛이 좋았지만, 역시 간이 맞지 않아 김치가 너무 생각났다. 배는 부르지만 불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오늘 여행도 마무리를 짓는다.

내일은 점심 쯤에 체크아웃해서 베네치아로 떠난다.

 


19/01/22 지출 내역 (나폴리+소렌토+로마)

-남부 투어 제반 비용(점심 식사, 입장료, 승합차 대절료) : 42.0 eu x2 = 84.0 eu

(어제 지출한 1인당 65,000원 은 가이드 및 대형버스 대절료)

-포지타노 레몬 맥주: 5.0 eu x2 = 10.0 eu

(식당에선 5.0 eu, 상점 개별구매면 2.5 eu에 쌉가능)

-저녁 값 (OFFICINE 파스타, 스테이크 400g, 물) : 32.0 eu

-맥주 2+감자칩 : 5.2 eu

(2.0 x 2 + 1.2)

총 131.2 eu

기타

-베니스 에어비엔비 예약 : 55,246\ (2박 3일)

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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