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모스크바에서 이륙한 지 4시간 뒤, 비행기는 로마 다빈치 공항에 현지시간 22시 10분에 착륙했다. 우리는 에어비엔비 숙소를 로마 시내에 마련해 뒀지만, 비행 도착시각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까 계속 걱정했었다. 지속적으로 세실리아(로마 에어비엔비 호스트)에게 앱으로 연락하여 체크인 예상시간을 알렸지만 응답이 늦게까지 오지 않았다. 이미 늦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입국 수속 및 수하물 수령을 마치고 숙소까지 찾아가면 새벽 1시가 넘을 것 같았다. 너무 늦은 시간이면 숙소 체크인이 불가능할까 봐 너무 걱정이 되었다.

 

테르미니
테르미니 역, am 12:47

 다빈치 공항에서 테르미니 역까지 직통열차인 다빈치 익스프레스(편도 14.0eu)가 있었다. 표를 구매하고 어디서 펀칭을 해야하는 지 조금 헤맸다. 늦은 시간이라서 검표도 없는 것 같았다. 그냥 탑승했더니 열차가 출발했고, 30분 만에 테르미니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늦은 밤, 낯선 타국, 여행의 시작 3가지 요소 덕분에 우리는 바짝 긴장을 한 채로 짐을 들고 역 밖으로 나섰다.

구글의 힘을 이용해서 아직 심야버스가 다닌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구글에서 알려주는 버스 번호를 찾기는 너무나도 어려웠다. 여의도 환승센터처럼 여러 개의 버스정류장이 배치되어 있었고, 정류장 안내판을 보아도 찾는 버스 번호는 전혀 적혀있지 않았다. 우리는 물어보지도 못하고, 정류장에서 맴돌았다. 근처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부랑자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아 정말 긴장되었다. 새벽에 택시를 타는 것도 조금 꺼려졌기에 우리는 걸어서라도 가야 하나 생각 중이었다. 다행히 근처에서 지하철 입구를 발견했고, 사람들이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아닌가? 혹시나 싶어 검색해봤더니 아직까지 지하철이 운행되는 것이 아닌가? 알아보니 금토일 주말에는 새벽 1시 30분까지 운행을 한다고 한다.

 

 

로마 지하철 노선도
로마 지하철 노선도

 


 

 우리의 숙소는 A 노선도의 SAN GIOVANNI 역이다. 시간만 일렀다면 걸어갔을 지도 모르는 거리지만, 무거운 짐과 초행이라는 점이 우리를 지하철로 이끌었다. 순식간에 목적지 역에 도착했다. 무거운 캐리어를 낑낑거리면서 지상으로 끌어올리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외국에 온 것 같은 낯선 풍경이 우리를 반겼다. 5-6층 높이의 비슷한 건물들이 구획별로 각을 맞춘 채,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넓고 큰 대문과 오래되어 보이는 벽돌들로 이루어진 건물들은 정말 신기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가 이탈리아의 주소체계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에어비엔비 앱에서는 사거리 정중앙이 숙소라고 표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주변에서 엄청나게 헤맸다. 심지어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즉각 응답했던 호스트가 그 이후로 전혀 재 응답을 하지 않는 것이다. 늦은 시간이라서 잠들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전혀 다른 건물 앞에서 얼쩡거리면서 노숙을 고민하고 있었다.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도중이었다. 갑자기 느껴지는 휴대폰의 진동!! 호스트가 드디어 응답했다. 그녀는 우리가 앞에서 얼쩡거리던 건물이 아니라고 말했다. 호스트는 자꾸만 번지수를 반복해서 말했는데 우리는 그럴수록 더욱 혼란스러웠다. 우리는 그때야 건물 입구 높은 곳에 적힌 숫자가 번지수라는 것을 깨달았고, 드디어 제대로 된 숙소 주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로마 에어비엔비 숙소 대문
드디어 찾은 숙소, 무슨 문이 이렇게 크지?

 새벽 2시 10분, 우리는 드디어 진짜 숙소 문 앞에 서서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호스트가 응답하길 자신의 부모님께서 찾아가서 안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15분 뒤, 어떤 노부부가 우리에게 접근했다. 아내분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으나, 남편분은 상당히 허스키한 목소리로 딱 한 마디를 외치셨다.

 

"WHAT TIME!"

 

 오자마자 호통을 들은 우리는 당황스러웠지만, 우리가 늦은 시간에 도착한 것은 사실이므로 최대한 사과했다. 그 이후에 이어진 숙소 내부에서의 아내분의 친절한 설명 중에도 남편분은 근엄한 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물론 전혀 불친절하다거나, 그 한 마디로 전혀 불쾌하지도 않았다. 단지 유럽여행에서 가장 처음만난 외국인의 가장 처음 들은 외국어가 바로 "지금 몇 시인 줄 아시오?!"라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아내분은 화장실, 주방 등의 소개와 전등 키고 끄는 법, 그리고 열쇠 사용법과 엘레베이터 탑승 방법 등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수동으로 문을 닫는 옛 방식 엘리베이터, 대문열쇠-현관문열쇠-방열쇠-숙소방열쇠까지 총 4단계 보안 절차, 카펫이 깔린 나선 계단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건물 내부의 모습에 우리는 말을 잃었다.  친절한 설명이 끝나고 우리는 심야시간 체크인 추가요금인 20유로를 현금으로 지불했다.

 방세는 에어비엔비 앱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되나, 이러한 추가 요금은 따로 지불하도록 되어있다. 막무가내로 호스트 측에서 너무 늦었으니 20유로 내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다. 호스트의 소개 글 자체에서 이미 명시되어 있고, 우리도 모두 확인 후에 지불하기로 하고 예약을 잡은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소개 글과 호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정해진 내역을 확인해야 이러한 상황에 당황하거나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로마 에어비엔비 침실로마 에어비엔비 화장실
고급스러운 침실과 화장실

 숙소를 보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숙박비가 너무 싼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었다.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카펫이 깔려있고 충분히 넓은 방에 고풍스러운 그림까지, 로마 중심부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이곳이 1박에 36,000\ 꼴이라니. 심지어 우리는 2인이므로 1인당 2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호텔급 방에 묵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공용 화장실에 공용 주방이긴 하지만, 인기척을 보아하니 숙박하는 사람이 우리가 전부인 것 같았다. 에어비엔비는 호스트와 불편한 동거를 감수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냥 단지 노부부가 관리하는 건물일 뿐이었는지, 우리에게 안내를 해준 뒤에 쿨하게 건물을 나가버렸다.

 


성 지오반니 문
Porta San Giovanni, 성 지오반니 문

 

 

 우리는 크게 만족하고 짐을 풀었다. 기나긴 비행으로 무척이나 피곤할 법했으나 비행기에서 너무 오래 수면을 취했던 탓일까 정신이 말똥말똥했다. 그도 그렇듯이 한국은 지금 오전 9시경이었다. 정확히 24시간 만에 우리는 홍대입구역에서 이탈리아 로마의 숙소에 도착을 한 것이다. 천에서 로마까지 오는 24시간의 비행기여행동안 총 3번의 기내식과 6번의 음료까지 먹고 마셨지만 꽤나 허기가 졌다. 우리는 대충 짐을 정리하고 마실 물과 내일 아침거리를 구매하러 간다는 핑계로 스마트폰과 작은 가방을 챙겨서 나섰다. 로마 근교의 성 지오반니 지역의 포켓몬들의 씨를 말렸다. 하지만 새벽 3시에 연 상점은 없었다. 우리는 가벼운 산책을 끝내고 숙소로 들어와서 잠을 청했다. 물론 현재 한국 시간으로 아침이었기에 정신은 말짱했지만 말이다.

 


19/01/19 지출 내역

모스크바 공항

-물+콜라 - 490 RB (약 9,000원)

로마 1일차

-다빈치 익스프레스 : 14.0 EU x2

-파워에이드 : 1.8 EU

-지하철 티켓 : 1.5 EU x2

-체크인 벌금 : 20.0 EU

 

총 52.8 EU + 490 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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