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190123 로마 베네치아 날씨
190123, 로마->베네치아, 아주아주 맑음, 5일차


이탈리아 기차여행 풍경
맑은 날씨를 만끽하며
이탈리아 피렌체 역
피렌체를 지나고
이탈리아 기차여행 풍경2
이름모를 들판을 지나고 나서야,

 베네치아-메스트레(Venezia - Mestre) 역에 도착했다. 4시간 정도가 걸리는 기차여행 동안 밀린 일기를 쓴다고 고역이었다. 바로 다음 역이 베네치아 본섬이자 베네치아 산타루치아(Venezia - s. Lucia) 역이었지만, 여기서 내린 이유는 숙소를 이 주변에서 잡았기 때문이다. 본섬 내부 혹은 산타루치아 역 주변은 접근성은 아주 좋지만, 가격이 비싸다. 대신 메스트레 지역에서 숙소를 잡으면 가격도 상대적으로 싸다는 장점이 있다.

 

베네치아 자유의다리를 지나는 열차
바다기차 지나간다ㅏㅏㅏㅏ

또한 기차나 버스를 타고 베네치아 본섬을 잇는 자유의 다리(Ponte della Libertà)를 매일 건널 수 있다. 바다 위를 달리는 기차가 운치도 엄청나지만, 유레일패스 소지자라면 메스트레-산타루치아 구간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 우리는 이 사실을 모르고 패스를 들고 자동판매기에서 예약을 해본다고 30분 넘게 삽질을 했다. 물론 유레일패스가 없더라도 단 1.0 eu에 티켓을 끊을 수 있다.

 메스트레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숙소. 이제 보니 에어비엔비 앱은 정확한 주소의 지도를 제공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주변에 있으니 알아서 찾으셈~ ㅋㅋ' 느낌으로 건물이 아닌 도로 정중앙에 핀포인트를 꽂아놓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로마에서 이탈리아 주소체계에 대해 단련을 한 몸. 다행히도 금방 그 번지수가 적힌 현판을 찾을 수 있었고, 호스트에게 연락하니 곧 문이 열렸다. 4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었기에 짐을 들고 헉헉거리며 올라와보니, 좁고 더러운 방이 우리를 기다렸다. 아니, 달리 생각하면 로마의 숙소가 너무 좋았던 것일 뿐이지 아주 적당하고 넓은 숙소였다. 세탁 가능 유무와 가격만 확인하고 구한 숙소여서 불평불만을 할 처지가 아니었다. 숙박비는 에어비엔비에서 카드로 결제했지만, 베네치아 숙박 관광세는 현금으로 총 10.0 eu를 지불했다. 숙박 관광세라니 생소한 개념이었다. 금방 짐을 풀고선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곧장 역으로 산타루치아행 열차에 몸을 얹었다. 유레일패스만 들고 타서 무임승차로 걸리는 것이 아닐까 조금 긴장했지만, 베네치아에 있는 2박 3일 동안 검표는 전혀 하지 않더라. 진짜 정말로 유레일패스만 제시하면 검표 과정을 통과하는지는 확답할 수 없다. 예약이 필요하지 않은 열차 구간은 패스만 제시하면 무료라는 것이 유레일패스의 기본 옵션이긴 하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
베네치아의 거인.

어둠을 헤치고 곧 산타루치아 역에 도달했다. 복잡한 베네치아의 길목에 어둠까지 겹쳐서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우리에겐 빵빵한 와이파이 도시락과 구글맵이 있다. 북쪽으로 조금 위도가 상승했다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바다내음이 전혀 나지 않는 강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우리는 골목과 다리를 하나하나 지나갔다. 구글맵이 있었음에도 길을 잃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밤의 풍경
어두운 베네치아의 야경.
이탈리아 베네치아 밤거리
여기가 어디임??

 어찌어찌 도착한 리알토 다리에서 이것저것 사진을 찍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알토다리 야경
리알토다리
이탈리아 베네치아 곤돌라선착장
곤돌라 선착장
이탈리아 베네치아 야경
이게 베네치아다


 이미 해는 졌고, 저녁때도 이미 지나갔다. 점심도 버거킹으로 대충 해결했기 때문에, 너무 배가 고파졌다. 리알토 다리 근처에 있는 식당은 조금 꺼려졌다. 너무 화려하고 번쩍번쩍해서 그랬던 것 같다. 주린 배를 부여잡고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다가 눈에 띈 식당 하나. 구글링과 네이버에 입력해도 전혀 포스팅된 적이 없고, 오히려 구글맵 평에는 g 당 가격으로 뒤통수를 친다는 글만 떡 하니 하나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웠지만, 너무 배가 고팠기에 들어가서 눈 딱 감고 식당으로 진입했다.

 우리는 18.0 eu 짜리 세미 코스를 시켰다. 파스타 류, 구이 류, 사이드 이렇게 3코스로 18유로이고, 각 코스마다 3-5개의 요리 중 택 1 할 수 있다. 모르는 단어는 하나하나 검색해서 신중하게 주문을 하고, Meno Sale(소금 적게)를 강조했다. 이미 로마에서 엄청 짜고 느끼한 파스타를 맛봤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믜노살레를 외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2명이서 이것저것 무려 6종류의 음식을 주문했다.

 

베네치아 맛집 Agli Artisti 먹물파스타
먹물 파스타
베네치아 맛집 Agli Artisti 라자냐
라자냐
베네치아 맛집 Agli Artisti 닭 가슴살 구이
닭 가슴살 구이
베네치아 맛집 Agli Artisti 오징어구이
오징어 구이
베네치아 맛집 Agli Artisti 샐러드베네치아 맛집 Agli Artisti 감자튀김
샐러드와 프랜치프라이

먹물 파스타, 닭가슴살 구이, 프렌치프라이 // 라자냐, 오징어 구이, 샐러드

먼저 라자냐를 먹고 울었다. 드디어 유럽 음식 중 처음으로 어디선가 먹어본 것 같은 익숙하고 따뜻한 맛이 났다. 딱 맞는 간에 느끼하지도 않고 입맛에 딱 맞았다. 로마에서 나흘 동안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고 항상 라면으로 해장했었는데...... 나머지 음식도 맛이 아주 좋았다. 처음으로 만족감이 느낀 식사였다. 가방에 챙겨둔 포켓소주까지 꺼내어 몰래 나누어 마셨다. 너무 감동한 나는 실시간에 구글맵에 가게 평을 남기기까지 했다ㅋㅋㅋ. 진짜배기 베네치아 맛집이어서 가슴이 웅장해졌다.

 

베네치아 맛집 Agli Artisti 간판
식당의 예술가 피자집?

Trattoria Agli Artisti Pizzeria

무엇보다 멋진 수염을 기른 남부 스타일의 이탈리안 종업원이 엄청 친절하고 자세히 안내해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사람도 적어서 조용하고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화장실 진짜 깨끗하고 고급지다. 변기커버도 있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최종 목적지였던, 산마르코 광장으로 향했다. Victor Emmanuel 2세, 통일 이탈리아의 초대 국왕 석상을 지나고 죄수들이 처형당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밖을 보며 탄식을 내뱉었다는 다리를 지나고 산 마르코 성당과 광장에 도착했다. 지금 와서 보니, 길을 조금 많이 헤매었던 것 같다. 리알토 다리 - 저녁 먹었던 식당 - 산마르코 광장까지의 경로가 많이 이상하다.

 

베네치아 임마누엘 2세의 동상
보름달을 꿰뚫은 Victor Emmanuel II
베네치아 탄식의 다리
탄식의 다리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산 마르코 광장

 조금 둘러본 후, 너무 추웠고 시간이 늦었기에 돌아가기로 했다.


헨젤과 그레텔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돌아가는 길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방문한 적 없는 포켓스탑은 하얀색 띠를 두르고 있는 반면, 한 번이라도 방문했으면 띠는 사라진다. 포켓몬고를 하면서 베네치아를 거닐었기 때문에, 우리의 이동경로가 게임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덕분에 이번엔 헤매지 않고 리알토 다리를 다시 건너서 산타루치아 역까지 가볍게 도착했다.

 

베네치아 리알토다리 계단위에서
돌아가는 길, 리알토 다리에서 한 컷

근처 상점에서 숙소에서 먹을 1.5L 생수를 하나 구매한 뒤, 메스트레 역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5분 만에 도착한 메스트레 역에서 형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플랫폼을 건너 출구로 나가려는 찰나, 생수병을 내가 놓고 내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깜짝 놀라 형님께 기다리라고 말씀드리곤 아까 내렸던 열차로 뛰어올라갔다.

 하지만 우리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웬 집시 같은 여자가 앉아있었고, 내 생수병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나는 "It's mine. give me."라고 말했지만, 그 여자는 무슨 개소리를 하냐고 하는 듯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나는 당황했고, 무엇보다 이 열차가 곧 떠날 것 같이 덜컹거렸기에 깜짝 놀라 빠르게 포기하고 내렸다. 형님은 열차 앞에 서 계셨고, 와이파이 도시락을 내가 가지고 있는 바람에 졸지에 형님은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될 뻔했다. 너무 당황해서 생각 없이 튀어간 것이 문제였다. 후우....... 망할 집시년, 내 2.5유로가 그대로 증발했다. 정신만 차렸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손해에 너무 짜증이 났다.

역 앞의 카페테리아가 자정이 넘었음에도 영업을 하고 있기에, 그곳에서 작은 생수와 샌드위치를 샀다. 어쩔 수 없이 생수를 사고 나왔는데, 식당 바로 옆의 자판기에서 더 싼 값에 똑같은 생수를 파는 것이 아닌가? 으아아아앜ㅋㅋㅋㅋㅋㅋㅋ.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물 때문에 2번이나 물을 먹었다. 젠장.

 


19/01/23 지출내역 로마, 베네치아

 

로마

-점심 버거킹(라지와퍼 세트 1, 단품 와퍼 1) : 10.6 eu

-로마 지하철 : 1.5 x2 = 3.0 eu

-파씨 젤라또, 콘+미디엄 : 2.0 x2 = 4.0 eu

-기차 예약 비용(로마-> 베네치아) : 10.0 x2 = 20.0 eu

-테르미니 역 화장실 : 0.7 eu

 

베네치아

-베네치아 관광세 : 2.5 x2 x2 = 10.0 eu

(베네치아에서 숙박할 시, 하루 인당 2.5 유로의 관광세가 발생한다고 한다. 2박에 2명이므로 총 10유로를 냈다.)

-저녁 Agli Artisti(세미 코스 2, 물) : 18.0 x 2 + 3.5 = 39.5 eu

(부가세 포함, 팁 없음)

-물 1.5L : 2.5 eu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역 앞 카페테리아(샌드위치 2 + 물 500ml) : 1.6 x2 + 1.0 = 4.2 eu

 

총 94.5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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