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190124 이탈리아 베네치아 날씨
190124, 베네치아, 맑음, 6일차 오전일정.


숙소에서 본 파란 하늘
하늘이 파랗다니? 이럴수가.

 눈이 부셔서 잠에서 깼다. 뭐? 따뜻한 맑은 햇살이 얼굴에 내리쬐어서 그것 덕분에 잠에서 깼다고?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여행 일정에서 처음으로 겪는 기상 방법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집주인은 아마 출근한 것 같았고 집 내부는 우리뿐이었다. 어제 사온 샌드위치로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그리곤 밀린 빨래를 했다. 섬유유연제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다이소에서 산 빨랫줄이 드디어 활약했다. 방 내부에 옷걸이와 빨랫줄을 이용해서 최대한 많이 널었다. 그리고 잘 마르지 않을 것 같은 청바지 류는 테라스에 바닷바람을 맞게 걸어두었다.


 모든 집안일을 마치고 오전 11시쯤,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조금 이상한 날이었다. 본섬에 도착하기까지 2번 계단에서 넘어질 뻔했으며, 3번 튀어나온 곳이나 찬장에 머리를 부딪혔다. 조금 일진이 좋지 않은 날인가 싶었지만, 맑은 하늘은 그런 기분을 모두 날려버렸다.

 

베네치아 자유의다리를 달리는 열차2
자유의 다리 위에서

 본섬에 도착하자마자 역 근처에 있는 피자집에서 엄청 커다란 피자를 한 조각 씩 포장했다. 가격도 싸고 무엇보다 크기가 엄청났다! 바로 옆에 있는 마트에서 맥주와 주전부리도 사서 준비 완료.

 

Quanto Basta, 조각 피자를 구매한 곳

 그리곤 산타루치아 역 앞의 계단에 앉았다. 따뜻한 햇살과 베네치아의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야외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다!

 

이탈리아 피자와 밀맥주
독일 밀맥주와 이탈리아 피자의 조합

 맥주를 사나이답게 라이터로 따고선 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진한 기름 맛과 고소한 치즈맛이 아주 맛있었다. 맥주도 처음 본 맥주인데, 먹고 보니 밀맥주였다. 맛이 아주 괜찮아서 놀랐다. 우리 주변에는 커다란 부리를 가진 갈매기가 한 입 달라는 듯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부리와 눈 주변에는 화장품을 바른 듯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베네치아 갈매기
이 새(-끼)가 어그로 담당

 두 입 째 먹으려는 찰나 무언가 내 귀를 퍽! 하고 쳤고, 나는 앜!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내 손에 있던 피자는 사라졌다. 어????????

 

피자를 날치기하는 베네치아 갈매기
저 새(-끼)가 행동대장

 주변에 있던 모든 갈매기와 비둘기가 후두두둑 하면서 광장 정중앙으로 모여들었고, 나는 내 귀를 치고 간 것이 역 지붕에서 앉아있던 갈매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곤 그 새(-끼)가 내 일용할 양식인 피자를 날치기한 것이다. 다른 새(-끼)가 어그로를 끄는 사이 높은 곳에서 그대로 내리꽂으면서 강습한 것이다. 와... 진짜 말 그대로 날치기네 망할ㅋㅋㅋㅋㅋㅋ

 헛웃음과 욕 밖에 나오지 않았기에 허망하게 광장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순간 뛰어들어서 나의 소중한 피자를 되찾을까 하는 생각을 한 나 자신이 놀랍다. 비둘기와 갈매기가 무섭게 피자를 뜯어먹다가, 다른 곳에서 날아온 더 커다란 검정 갈매기가 재빠르게 피자를 채가선 멀리 날아갔다. 날치기를 저지른 당사자 갈매기조차도 그것을 허망하게 쳐다봤다.

 

피자를 쪼아먹는 베네치아 갈매기와 비둘기
??? : 님들 님들, 내 피자 어디 감??

주변에 같이 앉아있던 외국인들도 내가 빚어낸 코미디를 보면서 웃었다. 나도 웃었다. ㅎㅎㅎㅎㅎㅎ 어제 생수 1.5L부터 시작해서 자꾸 손해만 보는 것 같아 정말 어이가 없었다. 결국 형님께서 피자를 나눠주셨고, 슬프고 염치없게도 나는 그것을 받아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단을 일어나 역 앞의 수상버스 매표소로 갔다. 오늘은 걷지 않는다! 수상버스만을 타고 산 마르코 광장을 한 번 더 들렀다가 무라노 섬과 부라노 섬으로 갈 것이다.

 

베네치아 수상버스위에서
수상버스 위에서

 

오후 일정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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