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계란 푼 신라면

 

<인도인에게 신라면 팔기>

 

인도 사람이

신라면을 먹을 수 있나?

 

(2020/07에 작성한 글을 끌올 및 수정한 게시물입니다)


16년 04월 21일 목요일, 날씨는 매우 뜨거움, 진짜 뜨거움.

 

 인도 벵갈루루에 도착한 지 벌써 2일 차. 아직도 여기가 인도인지 한국인지 헷갈린다. 음식이 전혀 바뀌지 않았던 것이 큰 것 같다. 오늘 아침 메뉴가 닭강정, 호박무침, 된장국, 흑미밥이었다. 아직도 이 완벽한 한식 차림이 적응되지 않는다. 오늘 나는 삼성 벵갈루루 지사에 라면을 팔러 가야 한다.

 

벵갈루루에는 삼성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지사가 있고, 그 커다란 삼성 지사 건물 내부의 한 층 전체가 푸드 코트라고 한다. 아재는 그곳에서 한식을 파는 '비빔카페(Bibim Cafe)'를 입점, 운영하시고 있었다. 점심 때는 큰 일거리가 없는 비즈텔의 주방 직원들이 비빔카페로 이동해 음식을 만들어 파는 형식이었다.

 

또한 월요일, 목요일마다 한국인 출장자와 주재원, 현지 채용자들의 점심 도시락도 배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월요일, 목요일마다 비빔카페의 가용 인원이 모자라기에 상당히 바쁘다고 한다. 그래서 아재는 나에게 작은 임무를 주셨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만 삼성 벵갈루루 지사 푸드코트로 가서 주문 및 계산을 돕는 임무였다. 인도인한테 한식을 팔고 돈을 받는 임무라니?!

 

출입증과 직원용 모자

차를 타고 삼성 지사로 가는 30분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영어 회화 실력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5명이 넘는 주방 직원들과 1명의 운전기사까지 전부 인도인이었으니, 나는 어떤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사람들은 나를 무뚝뚝하게 휴대폰만 쳐다보는 이상한 한국인이라고 생각했겠지 ㅠㅠ

 

우리는 건물 뒤 쪽에 있는 뒷문으로 진입했다. 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하는 곳이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에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겨우 끼여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비빔 카페의 메뉴(2016년 기준 1.0 루피= 17.0원)

건물 2층 전체가 식당이었다. 우측 모서리에는 회사에서 자체 운영하는 구내식당이 있었고, 좌측에는 외부에서 입점한 식당이 있었다. 비빔 카페 매장은 3평 남짓한 조그만 공간이었고, 앞집은 베스킨라빈스, 옆집은 서브웨이였다. 그리곤 중앙은 식사 공간으로 엄청난 수의 테이블과 의자로 채워져 있었다.

 

막 도착했을 12시쯤이었는데, 식사 인원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 1시가 넘어가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몰려왔다. 손님들은 전부 인도 사람이었다. 출장자와 주재원 등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들은 수가 적은 데다가 따로 준비된 도시락을 드시기에 그렇다.

 

식당 안의 모습, 바로 앞에 베스킨라빈스도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구내식당의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일부의 직원만 우리 비빔 카페로 왔지만, 원체 직원수가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에 일부의 직원도 수십 명이었다. 나는 짧은 영어로 주문을 받고, 현금과 직원카드로 계산을 했다. 다행히 대부분 직원카드로 포인트 결제라서 손이 바쁘진 않았다. 가끔 현금결제가 나오면 손이 너무 바빴다.

 

하지만 주문을 전달하는 방식이 문제였다. 최대한 소리치고, 쪽지에 메뉴를 적어서 주방으로 보냈지만, 주문이 너무 밀려서 소용이 없었다. 다른 매장도 손님이 많기는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비빔 카페가 줄이 제일 길었다. 줄은 늘어지고 음식은 늦게 나오지만, 익숙한 듯 인도인 손님들은 느긋하게 기다린다. 한국이었으면 두어 번은 뒤집어질 시간이 지나도 손님들은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와, 포스가 필요해!

 

Ramyen with egg(Nonveg)

비빔 카페는 수출용 신라면을 사용했는데, 보통 신라면과는 다른 점이라면 기름이나 페이스트 등 고기와 관련된 모든 것이 빠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통 신라면의 수프를 보면 소고기 페이스트가 들어가 있는데, 수출용 신라면은 고기가 목욕만 했던 재료라도 무조건 빠져야 한다. 덕분에 이 수출용 신라면은 겁나 맛없다. 계란을 풀면 조금 나아지는 정도.

 

메뉴를 보면 대부분 veg.Nonveg.로 나뉘어 있다. 채식주의자 및 종교적인 이유로 반드시 표기 및 구분을 해야 하는 사항이다. 베지와 논베지의 크게 다른 점은 계란의 추가 유무라서 논베지가 20루피씩 더 비싸다.

 

1.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당연 라면. 상당히 비싼 가격(150 rs x 17 = 2,550원)이라고 생각되는데 엄청나게 사 먹는다. 하지만 라면 조리기의 수가 너무 적어서 주문이 왕창 밀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2. 다음은 양념치킨. 치킨류는 미리 집에서 조리해서 가져간 뒤, 양념만 묻히면 되기 때문에 회전율이 엄청 좋았다. 또한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싸서 많이 남는 것 같았다.

 

3. 3위는 비빔밥. 야채와 밥을 같이 곁들여먹는 것은 인도에서도 기본적인 식사 형태기 때문에 꽤나 인기가 좋았다. 이건 양도 푸짐하고 진짜 맛있어 보였다. 비빔 카페에서 가장 비싼 단일 메뉴다.

 

삼각김밥이나 호떡도 사이드 메뉴로써 엄청 잘 나가는 편이었다. 가격이 그나마 저렴하니까 라면, 비빔밥과 함께 주문하더라.

 

점심식사, 특제 김치볶음밥

지옥 같은 2시간이 지나서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당에서 사라졌다. 그제야 나는 주방장이 해 준 특제 김치볶음밥을 점심으로 먹을 수 있었다. 주방 언니들은 따로 점심시간을 갖지 않고 적당히 요리하는 음식을 나눠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넓은 테이블을 나 혼자 차지하고 밥을 흡입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판매해도 극찬할 완벽한 김치볶음밥이었다! 와, 김치도 식당에서 직접 담가서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완벽한 김치 맛이었다.

 

인도지폐에는 모두 간디가 그려져있다.

오후 3시가 되자, 운전기사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빈 도시락통, 대형 국냄비 등 설거지거리와 현금이 든 주머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금과 직원카드결제까지 합쳐 약 3만 Rs(51만 원 상당)의 매출이 나왔다. 아재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개선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포스기 같은 주문을 출력, 정리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씻고, 운동하고 스마트폰을 하면서 놀고 있었더니 금방 저녁시간이 되었다.

찜닭과 닭똥집 볶음 그리고 인도맥주

오늘 저녁식사는 202호 손님이신 삼성 무선사업부 과장님과 합석하게 되었다. 식사메뉴는 찜닭과 맥주를 곁들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또한 과장님께서 재밌는 이야기를 잔뜩 해 주셨기에, 술이 정말 잘 들어갔다. 새로운 안주인 닭똥집 볶음이 나왔고 2차는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기 때문에, 거의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술자리가 끝났다.

 

 

인도에서 소주를 잔뜩 마시고 거하게 취하다니, 이거 뭔가 이상해...... 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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