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이자까야 춘휘

전통주와 숙성회


춘휘 입구
춘휘

연남동 - 성산동 그리고 홍제천이 만나는 어느 주택가 골목에 변화가 생겼다. 몇 주 전부터 뚱땅뚱땅 공사를 시작하더니, 색다른 모습의 일식 선술집이 생긴 것이다! 이 골목은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만 오는 맛집들이 숨어있는 곳인데, 새로운 맛집의 등장은 언제나 기대된다.

 

봄볕 춘휘
봄볕 춘휘

가게의 이름은 '눈부신 봄볕', 춘휘였다. 방문한 계절은 추운 한겨울이었지만,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든다. 난방에 신경 좀 쓴 듯하다.

 

술병 전시회
빈병 인테리어

내부의 모습은 단출했다. 들어가자마자 작은 주방이 보이고, 그 주방을 둘러싼 바 테이블이 전부였다. 좌석은 7개, 주방 입구를 닫고서 사장님을 가두면 8개까지 늘어난다.

 

춘휘 메뉴 및 가격
메뉴 및 가격

춘휘는 간판에 쓰여있듯이 사시미, 회를 전문으로 하는 술집이다. 그중에서 숙성회가 대표메뉴다. 그 외에 튀김, 오뎅, 라면 등의 사이드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또한 각종 전통주, 와인을 판매한다. 맥주는 한 종류만, 소주는 아예 구비되지 않았다. 

 

메뉴가 많은 것도 아니고, 가격도 부담없다. 메뉴판을 위에서부터 밑으로 손가락을 그었다. 이거 다 주세요!


참치 한 판
참치 한 판

참치회, 시작은 참치다. 담백한 흰 살 생선 위주의 숙성회로 시작하고 싶었지만, 준비가 덜 되어서 먼저 참치부터 맛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참치는 냉동상태로 발주를 받은 뒤, 해동하는 과정을 거치기에 일종의 냉동 숙성회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샴페인과 참치회참치와 스파클링와인
샴페인 + 참치

참치에 곁들인 술은 샴페인 FREIXENET PROSECCO(프레시넷 프로세코), 사과향과 꽃향이 나면서 상큼한 맛이 특징인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이다.

원래는 참치회에 전통주를 마실 생각이었으나, 사장님이 이 보석 같은 샴페인 한 잔을 서비스로 권했다. 의외로 기름진 참치에 탄산의 청량감과 깔끔한 화이트와인이 엄청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아직 메뉴판에 올라가지도 않은 술이라 손님들에게 반응을 보고 있다고 한다. 실험에 당한 것 같다.

 

배꼽살
참치 배꼽살

참다랑어 배꼽살, 쫄깃쫄깃한 식감이 재밌는 부위다. 약간 뽈살을 씹는 느낌이라고 할까? 대부분 참치회는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반면에 유일하게 씹는 즐거움이 있다.

 

뱃살오도로
오도로 / 참치 뱃살

참다랑어 뱃살(오도로), 기름기가 많고 그만큼 엄청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참치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는 느낌이 난다면 바로 뱃살이다. 느끼함을 잡아줄 갓장아찌와 와사비를 잔뜩 올려서 먹으면 아주 맛있다.

 

아카미 속살
아카미 / 참치 살코기

참다랑어 살코기(적신), 뱃살에 비해 기름기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산미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아카미라고 불리는 부위이다. 배꼽살과 뱃살의 중간느낌이지만, 어중간하다는 느낌보다 아예 다른 맛이 특징이다.


참치를 먹다 보니 숙성회가 준비되었다. 감칠맛과 산미를 극대화한 숙성회의 맛은 어떨까?

 

숙성 모둠회 한 판

숙성회는 계절에 따라 구성 생선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겨울의 모둠회의 구성의 광어, 방어, 삼치, 청어 4종류다.

 

광어는 알다시피 쫄깃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숙성되면 쫄깃한 식감에 묘한 산미까지 더하니 맛이 미쳤다.

방어는 겨울의 생선킹이 아닐까? 기름진 맛을 극대화했다. 방금 먹은 참치 뱃살이 생각나는 맛이다.

삼치회는 처음 먹어봤는데, 엄청 담백하고 살이 부드러웠다.

청어 역시 정말 맛있다. 기름진 맛보다 고소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오크젠

두툼한 생선살의 감칠맛에 빠져, 술잔을 비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숙성회에 곁들인 술은 오크젠, 오크통에 10년 숙성한 원액을 첨가한 전통 소주다. 옅은 나무향과 뒷맛이 깔끔해서 담백한 회와 꽤 잘 어울린다. 옅은 황금빛이 흰 살 생선과 합이 맞는 듯하다.


성게알
우니 / 성게알

성게알(우니)은 살짝만 먹어도 바다를 삼킨듯한 느낌을 주는 엄청난 해산물이다. 바다향이 가득하고 풍미가 있어서 조금만 먹어도 독한 술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우니 참치회
참치와 성게알의 만남

끔찍한 실수의 한 장면이다. 비싼 오도로에 비싼 우니를 싸서 먹으면 훨씬 맛있을 줄 알았다. 서로 강한 맛이 만나니 뒤죽박죽이 되어 참치의 맛이 죽어버렸다. 아까워......!


토치칠 숙성회
토치질??

천천히 숙성회와 술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님께서 토치를 꺼내서 불질을 시작했다. 횟집에서 생선을 불에 태우다니 충격적인 모습이다.

 

토치질 삼치회

사장님 왈, 삼치회를 미소된장에 재어서 숙성한 뒤에 토치를 이용해 강한 불로 겉껍질만 태운 것이라고 한다. 삼치회는 원래 살이 부서질 정도로 부드러운데, 토치질 덕분에 식감이 좀 단단해지고 끝에 미소 향이 올라온다고 한다.

미친 감칠맛 삼치불회

껍질과 생선살의 상반된 식감과 불맛으로 인한 다양한 감칠맛이 미쳤다. 이건 생선회도 아니고 생선구이도 아니니 생선불회라고 마음대로 이름을 붙여본다.


해산물튀김
모둠 튀김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어 주문한 튀김, 튀김은 피시 앤 칩스용 전갱이 튀김굴 튀김이 있다. 황금빛 튀김들과 타르타르소스, 레몬 한 조각이 나온다.

 

굴튀김
굴튀김

레몬즙을 살짝 뿌리고 타르타르소스에 포옥 찍어서 굴튀김을 한 입에 넣었다. 뜨거움을 참으면서 강하게 베어 물면, 굴 특유의 바다향 가득한 육즙이 팡 터진다. 튀김은 역시 맛있다.

 

전갱이 튀김
전갱이 튀김

살이 두툼한 전갱이는 생선튀김에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바삭바삭한 튀김을 조금씩 뜯어먹으면 술이 술술 들어간다.

 

오뎅
어묵

어묵은 원하는 토핑을 선택해서 그릇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루토 햄은 원래 하나만 넣어주는데, 두 개나 넣었다고 생색내셨다.

 

참치낫토덮밥
참치낫토덮밥

참치낫토덮밥, 압도적인 양의 참치회가 너무 좋다. 기름진 참치와 구수한 낫토의 만남은 의외로 잘 어울린다.

 

해물라면
해물라면

홍합과 게 다양한 해물이 잔뜩 들어가는 얼큰한 라면이다. 기름지고 차가운 음식을 계속해서 먹다 보니 매콤하고 따뜻한 국물 메뉴가 꼭 필요했는데 정말 좋다.


춘휘 초밥우니 초밥
초밥

사장님의 전직은 초밥 요리사였다고 한다. 딱히 메뉴판에 있지는 않지만, 오마카세 느낌으로 사장님 맘대로 초밥을 쥐어주신다. 숙성회 초밥, 참치 초밥, 우니 초밥, 백김치 초밥 등 손에 잡히는 대로 쥐어서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준다.

 

새우참치초밥
사장님 특제 참치새우김말이초밥

 

위 사진의 혼종 초밥은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도 많았지만, 이것저것 서비스로 주는 음식의 양이 정말 많았다. 자꾸 실험당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입은 무척 행복하니 좋은 것이 아닐까?

 

 

점심시간에는 숙성회 초밥을 식사메뉴로 판매하기도 한다고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춘휘
서울 마포구 성산동 606-8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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