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망리단길 꼬치주간

버섯조차 맛있다


비가 그치질 않는다. 서울 나들이는 즐겁지만,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젖은 바지단이 짜증을 낸다. 귀엽게 내리는 수준이 아니라서 우산이 쓸모가 없을 정도다. 밖에선 도저히 못 버티겠다.

 

망원동 꼬치주간
망원동 꼬치주간

이번에 방문한 꼬치주간은 망리단길 중심부에 위치해있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만한 작은 간판을 달고 있으며, 낡은 건물의 분위기 때문에 상당한 감성을 내뿜고 있었다. (7011 버스를 타면 바로 앞에 위치한 정류장에 하차할 수 있다.)


이른 저녁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내부 구조는 테이블 몇 개와 바 테이블 그리고 오뎅바가 있었다. 작은 어묵 냄비를 중심에 두고 커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꼬치 구이 메뉴세트 메뉴
꼬치 메뉴

역시 꼬치집의 메인은 꼬치다. 다양한 꼬치 메뉴를 제공한다. 세트메뉴로 시키면 랜덤으로 구성되는 점이 무척 재미있다.

사이드 메뉴주류
사이드 및 주류

꼬치를 제외한 모든 일식 안주들은 사이드 메뉴로 치부할 정도로 진심이다. 사이드 메뉴답게 꼬치와 함께 주문해야지 맛볼 수 있다. 맥주와 생맥주, 소주, 사케, 하이볼 등 다양한 주류 역시 준비되어 있다.

 

오뎅정식이 포함된 6종 꼬치 세트와 소주를 주문했다.

 

기본 찬
기본 찬

간장과 단무지, 장아찌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딱 입가심 용도다.

 

베이컨 꼬치
베이컨꼬치

4종류의 꼬치가 먼저 나왔다. 베이컨메추리알, 베이컨치즈떡, 늑간살, 모래집. 똥집이나 늑간살은 평범하지만, 베이컨을 이요한 꼬치는 무척 색다르다. 뭔가 어레인지가 된 모습이라서 기대가 된다.

 

꼬치에 끼워진 재료들을 하나씩 빼서 접시에 담았다. 꼬치의 개념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항상 생각하곤 하는데, 사람이 많으니 여럿 맛보기 위해선 이게 최선이다.

 

베이컨 치즈떡
베이컨 치즈떡

베이컨 치즈떡, 치즈를 심으로 품은 떡을 베이컨으로 감쌌다. 내부의 치즈와 베이컨이 만나서 기름진 맛이 폭발한다. 쫄깃한 식감도 두 배!

 

베이컨 메추리알
베이컨 메추리알

베이컨 메추리알, 처음엔 뭔지 몰랐다가 한 입 먹어보고는 알게 되었다. 삶은 메추리알을 베이컨을 감싸서 살짝 구웠는데, 의외로 노른자의 감칠맛이랑 베이컨이 만나서 미국식 아침식사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도 맛있다.

 

늑간살이랑 모래집은 딱 기대했던 맛, 그래도 시치미 가루에 찍어먹으면 복잡한 맛이 나서 좋았다.

 

새송이 명란안심
새송이 / 명란안심

새송이버섯은 구우면 향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버섯향에 불향까지 더해지니 아찔한 맛이 난다. 새송이 버섯 특유의 단맛이 맛있다.

 

명란 안심살

명란안심 꼬치, 닭가슴살 위에 명란젓과 마요네즈를 얹은 특별한 꼬치다. 전혀 퍽퍽하지 않고 촉촉한 닭가슴살 구이에 고소한 명란마요가 올라가 있으니 상당히 신기한 식감이었다. 맛은 편의점에 파는 주먹밥 같았지만, 구워진 불향이 더 첨가되었다.

 

오뎅정식
오뎅정식

오뎅 정식은 일종의 어묵탕이었다. 그렇다고 오뎅만 들어있는 것이 아닌, 소시지, 곤약, 떡, 새우 등 다양한 재료를 국물에 푹 담가서 다양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다채로운 재료 덕분에 꼬치 메뉴를 하나 더 시킨 느낌이었다.

 

안주들이 맛있어서 금방 접시가 비워졌다. 소주는 남았기에 추가로 몇 가지 더 주문해봤다.

 

표고버섯
표고버섯

표고버섯 꼬치, 그냥 먹어도 맛있는 표고버섯을 달콤 짭짤한 소스를 발라서 구웠다. 쫄깃쫄깃한 고기 같은 표고버섯에 불향이 입혀져서 미친듯한 감칠맛과 향을 내뿜었다. 역시 꼬치집에서는 표고버섯을 꼭 먹어줘야 한다. 표고버섯 한 점에 술이 얼마나 잘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돈페이야끼고기 가득
돈페이야끼

돈페이야끼, 돼지고기를 가득 넣고선 양배추와 계란을 섞어 철판에 부치면 완성된다. 일종의 돼지고기 부침개(오코노미야끼)다. 꼬치를 하나씩 빼서 야금야금 주워 먹다가, 묵직한 부침개를 크게 베어 먹으니까 살 것 같다. 돼지고기와 계란이 상당히 많이 들어서 푸짐하다.

 

오늘은 비를 피해서 소주와 꼬치만 가볍게 맛봤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다. 다른 꼬치 메뉴와 하이볼을 함께 먹어보고 싶었고, 오뎅바에도 앉아보고 싶었다. 이 정도로 이 가게에 대한 궁금증이 멈추질 않는다. 다음에도 조용히 방문하고 싶은 맛집이었다.

 

꼬치 주간
02-332-9599
서울 마포구 망원동 4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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