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190205 스페인 마드리드 날씨
190205, 매우 맑음, 마드리드, 18일 차 저녁


스페인 마드리드 노을지는 도로
마드리드의 노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꼭 먹어봐야 할 스페인 음식이 있다면 뭘까? 그나마 많이 알려진 '감바스'는 꼭 스페인 현지에서 먹어보고 싶었다. 스페인의 정 중심부에 위치한 마드리드는 의외로 해산물 요리가 아주 유명했다. 특히 서북부 지방의 갈리시아식 해산물 요리 레스토랑이 정말 많았다. 우리는 로컬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감바스를 먹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밤 7시 반쯤에 형님은 숙소로 돌아오셨다. 나는 오늘의 현재 시점까지 일기를 전부 쓰는 데 성공했기에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위해서 나도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형님께서 미리 봐 두셨다는 레스토랑은 숙소와 Estrecho 지하철역의 중간지점에 있다고 했다.

 

Casa adriano, Madrid, Spain

스페인 마드리드 Casa adriano 입구
출처: tripadvisor 레스토랑 리뷰

 

 Casa Adriano 레스토랑은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외형은 꼭 장식품을 파는 가게 같았고, 입구와 내부의 불은 꺼져있어서 어두컴컴했다. 지금 밤 8시가 넘었는데 전등이 켜져있지 않으면, 장사를 쉬는 날인가? 그런데 왜 문이 열려있지? 그 순간 내부 주방에서 할아버지 웨이터가 불쑥 나타났다. 

"Hola!"

 올라! 불 꺼진 홀에는 할아버지 두 분이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영업을 하는구나 싶어서, 식당에 들어가도 되는 거냐고 손짓 발짓으로 의사표현을 했다. 그러자 우리에게 인사를 했던 웨이터가 안쪽으로 안내해줬다. 우리가 자리에 앉아서야 가게의 전등이 밝게 켜졌다. 손님은 할아버지 두 분과 우리뿐이었다.

 

스페인 마드리드 Casa adriano 메뉴판
Casa adriano 메뉴판

 웨이터가 가져다준 메뉴판을 보고 눈이 돌아갔다. 왜냐하면 Fish 탭에 약 10가지가 넘는 생선이름이 적혀있었다. 수많은 메뉴의 파도에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어떤 메뉴는 가격이 100유로를 넘을락 말락 했다! 심지어 웨이터 할아버지는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손짓 발짓으로 설명을 하는 우리를 느긋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괜히 모험을 하지 말고 아는 것만 시키려고 노력했다. 스테이크, 샐러드 그리고 감바스! 우리는 GAMBAS라는 알 수 있는 단어를 발견하고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먹고 싶었던 감바스를 먹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전채, 올리브 절임

 

 우리가 주문을 마치자, 웨이터는 아까 할아버지 두 명이 식사 중이던 테이블에 가서 털썩 앉았다. 그리고는 한 할아버지는 식사를 후다닥 끝내곤 일어나서 주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주방장이었던 것이다. 손님이 아니라 영업 전에 식사를 하던 종업원들이었던 것이다. 가게 오픈 시간이 오후 9시로 되어있는데, 마감은 언제 하는 걸까?

 웨이터가 다가와서 전채로 올리브 한 접시를 내어주면서 스페인 어로 우리에게 무엇인가 말했다. 우리는 알아먹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었다. 씩 웃더니 주방에서 무언가 꺼내온다. 와인병이었다. 어떤 와인으로 마실 건지 묻는 것이었다. 우리는 영수증을 흘끗 보고는 그냥 Agua(물)를 달라고 했다. 적은 메뉴를 시켰음에도 꽤 많은 금액이 나왔다.

 

스페인 마드리드 Casa Adriano 새우소금구이
새우 소금구이

 우리는 새우 소금구이가 왜 식탁 위에 올려졌는지 잠시 당황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흔히 통용되는 '감바스'는 통새우살과 마늘, 각종 야채를 올리브 오일에 넣어 익힌 음식인 GAMBAS al ajillo(감바스 알 아히요)를 말한다. 그렇다, GAMBAS는 스페인어로 그냥 새우였다. 우리는 그냥 새우를 주문했던 것이다. 으아아아아-!

 

스페인 마드리드 Casa Adriano 스테이크
미디움 스테이크
스페인 마드리드 Casa Adriano 참치샐러드
참치샐러드

  

 여기는 정말 전통적이고 철저한 식당인 것 같았다. 우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천으로 만든 턱받이가 있다. 또한 웨이터는 컵에 물이 없어지면 어디선가 쓱 나타나선 물을 채우고 사라졌다. 접시가 비면 접시가 사라졌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이 할아버지라서 엄청난 전문가의 느낌이 났다. 환갑을 넘은 나이인 것 같은데, 멋진 웨이터 복장과 절도 있는 서비스라니, 경력이 얼마나 되는 걸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인가 ㅋㅋ.

 스테이크와 샐러드는 맛있었고, 새우는 소금을 걷어내지 않으면 엄청 짰다. 당황 속에서 후다닥 식사를 하고 있으니, 손님들이 점점 들어왔다. 단체손님인지 순식간에 초대형 테이블이 가득 찼다. 매장 내부에 외국인은 오직 우리뿐이었다. 순도 100% 로컬 식당이라니......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니, 우리를 케어했던 웨이터는 커다란 가리비 껍데기를 선물로 주었다. 지금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지는 않고, 숙소 테라스의 재떨이 신세가 되긴 했지만......

 

스페인 마드리드 케밥마드리에서 먹는 케밥과 맥주
케밥과 맥주

 

 정말 웃기게도 방금 저녁을 먹었는데 배가 고팠다. 배부르게 먹을 수 없는 메뉴고, 꽤나 부담스러운 가격에 많이 시키지도 못했다 ㅠㅠ. 우리는 어제 치킨을 사 먹었던 RICO & HOT 으로 가서 커다란 되너 케밥을 포장했다. 

 숙소로 돌아와 축구경기를 보면서 스페인 축구 해설의 발음을 분석했다. 케밥을 우걱우걱 먹으면서 시원한 맥주를 크게 들이켰다. 경직된 레스토랑보다 숙소에서 대충 먹는 음식이 훨씬 맛이 좋다면 이상한 걸까?

 

 

p.s 산 미구엘 맥주는 당연히 스페인 맥주인 줄 알았는데, 필리핀 맥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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