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190203 파리 저녁날씨
190203, 파리, 맑음, 16일차 저녁 일정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야경
노트르담 대성당

 

 19년 4월 15일, 노트르담 대성당이 꼭대기 종탑에서부터 불타올랐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화재가 발생하기 얼마 전인 19년 2월 초에 노트르담 성당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종탑은 여전히 수리 중이었기에, 예전에 들었던 아름다운 종소리는 듣지 못하였다. 사실 노트르담 성당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지쳐있어서 빨리 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화재 전의 노트르담 대성당, 구글 스트리트 뷰


프랑스 파리 OFR 서점
Ofr. paris (서점)

 베르사유 궁전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서 파리 중심으로 이동했다. 그동안 해는 완전히 져서 순식간에 깜깜한 밤이 되었다. 겨울철에는 대부분의 관광지는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즉, 우리가 목표했던 루브르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외관만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선 누나가 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Ofr. 서점을 찾았다. 폐점 시간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무슨 에코백을 반드시 파리에서, 그것도 서점에서 구매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Ofr 서점은 책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장식품과 미술품도 가게 뒤편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서점의 이름과 주소가 찍힌 에코백이 색깔별로 있었고, 나는 검은색을 집어 들었다. 심플한 디자인이 꽤 마음에 들었으나 가격은 심플하지 않았다. 무려 29.0 eu. 누나에게 배달비용까지 받아내야 할 것 같다.

 

Ofr. paris 에코백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
퐁피두 센터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앞 광장
퐁피두 센터 앞 광장

 우리는 길을 따라서 남쪽으로 쭉 내려왔다. 퐁피두 센터 앞 광장의 이상하고 이상한 구조물들과 그라피티를 감상했다. 퐁피두 센터에 올라가 볼까 했지만, 예전에 전망대에 올랐을 때 실망이 컸기에 무시했다. 전망대 창문에 먼지가 잔뜩 껴있어서 미세먼지 가득한 야경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시청사
파리 시청
프랑스 파리 센 강의 야경
센 강의 야경

 퐁피두 센터와 센 강은 꽤 가까웠다. 파리 시청사를 지나서 저 작은 다리만 건너면 노트르담 성당이 보인다. 우리는 점심을 베르사유 궁전에서 대기줄에 서서 간식용 빵으로 해결했었다. 그래서 무진장 배가 고팠다. 가려고 했던 다리 근처 프랑스 음식점은 너무 늦은 시간이라 문을 닫은 것 같았다. 주변에 있는 다른 식당도 마땅히 갈 곳도 없었기에, 그냥 꾹 참고 숙소로 돌아가 남은 음식들을 먹기로 했다. 내일이면 파리를 떠나니까.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정면
노트르담 대성당
프랑스 파리 경찰서
파리 경찰서

 지루함. 왠지 모르게 아까부터 느껴졌다. 봤던 것이라도 4년 만에 봤으면 새로움을 느낄 법도 할 텐데, 지금은 전부 귀찮아지고 있다. 프라하-드레스덴에서 이어진 포켓몬고 레이드 강행군이 너무 힘들어서일까? 아니다, 포켓몬고 레이드는 나도 즐겁게 했다. 결국은 그냥 배고파서 그렇다. 배고프고 당 떨어지니까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마구 나는 것이다. 마침 노트르담 성당에 도착하자마자 펄기아 레이드가 열렸다. 평소라면 시간에 딱 맞춰와서 명소 관람도 하고 레이드도 할 수 있다고 좋아했을 것이다.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너무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무심코 형님께 짜증을 내버렸다.

"형님이 하고 싶으면 하시던지요."

 형님은 당황하신 듯했지만, 나를 달래듯이 설득하셨다. 스페인으로 넘어가면 레이드는 좀 덜 하자고 ㅋㅋ.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레이드를 끝내고 나니, 노트르담 성당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충 사진을 찍고선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성당의 마지막 모습은 씁쓸하게 점점 멀어졌다.

 

생 제르메 록세루아, 독특한 외형의 성당
루브르박물관

 노트르담 성당과 루브르 박물관, 콩코드 광장 등 유명한 관광지는 서로 붙어있다. 센 강만 따라간다면 에펠탑까지 만날 수 있다. 얼마 걷지 않아서 루브르 박물관에 도착했다. 루브르 박물관 하면 유리창으로 이루어진 피라미드만 떠올리지만, 3면을 둘러싸고 있는 루브르 성이 원래 터줏대감이었다. 박물관 앞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과 비슷한 양식의 성당을 한 번 보고는 측면으로 돌아갔다. 입구가 측면에 있기 때문인데, 정면에 있는 루브르 성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출입이 통제되어있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피라미드
프랑스 파리 루부르 박물관 피라미드 조명
루브르 박물관의 화려한 조명

 나는 미술관과 박물관에 관심이 없다. 비싼 입장료도 신경 쓰이지만, 내가 모르는 작품을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는 척하기도 싫다. 오디오 가이드? 인터넷 강의도 1.5 배속으로 듣는 세상이다. 물론 시간이 늦어서 입장할 수 조차 없지만 말이다 ㅋㅋ. 커다란 유리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4개의 작은 피라미드가 둘러쌓고 있다. 큰 피라미드로 입장해서 지하로 내려가서 관람을 할 수 있다. 이 루브르 성은 베르사유 궁전을 짓기 전에는 프랑스 왕가의 궁전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번쩍번쩍 빛나는 유리 피라미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불어오는 찬 바람에 놀라 숙소로 향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점멸중
점멸중인 에펠탑

 긴 역 간격을 가진 RER선은 파리의 어둠을 뚫고 달려갔다. 드엉시에 있는 숙소에 도착해보니, 시간은 벌써 10시를 넘었다. 나는 얼른 씻고선 식사를 차렸다. 지금 와서 느끼지만 한인마트에 갈 때마다 너무 많이 사 오는 것 같다. 덕분에 프랑스 음식은 하나도 못 먹고 고추장 불고기만 이렇게 많이 먹고 간다.

 3박 4일은 긴 시간이 아니지만 파리의 많은 것을 놓쳤다. 독립문도 몽마르트 언덕도 가보지 못했다. 겨울에도 비가 내리는 이상한 날씨가 여유로운 일정 때문이라는 비겁한 핑계를 대보자. 파리에서 하루 더 일정을 진행할까도 생각해봤지만, 너무너무 추웠다. 형님도 나도 어서 빨리 따뜻한 지중해의 바람을 맞고 싶었다. 내일은 드디어 스페인 마드리드로 간다. 원래라면 프랑스 남부의 도시 하나를 가보고 싶었지만,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모든 것을 제치고 스페인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우리의 출국 장소가 바르셀로나라서 여행루트가 더 꼬인 것 같지만, 기차여행도 즐겁다. 긴 기차여행에는 밀린 일기를 쓸 수 있으니까.

 

프랑스 파리에서 먹는 마지막 한식
프랑스 최후의 밤참

 


19/02/03 지출내역

 

RER선 요금(숙소 -> 베르사유 궁전) : 3.65 x2 = 7.3 eu

베르사유 궁전 입장료 : 0.0 eu

마드리드 3.4 에어비엔비 : 147,244 원

 

비용 외 처리

OFR 서점 에코백(누나 선물) : 29.0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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