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바라나시 출발 - 6월 21일 22시 30분

바라나시 버스터미널
바라나시 버스터미널

바라나시에서 출발한 직후는 특이사항이 없었다. 새벽에는 2-3시간 간격으로 잠깐씩 멈춰서 화장실하고 정차한 것이 전부였다. 불편한 버스 좌석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네팔로 향하고 있었다. 에어컨이 없었다면 정말 끔찍했을지도 모르겠다. 

 

인도/네팔 국경 도착 - 6월 22일 오전 6시경 

인도-네팔 국경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버스기사가 나를 깨우더니 내리라고 말했다. 인도와 네팔의 국경이라서 여권을 확인하고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막 동이 트고 있었다. 잠이 덜 깬 비몽사몽 한 상태로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런데 국경 직원 왈, 네팔에는 인도 루피는 500루피 이상 못 들고 가니까 나머지는 전부 네팔 루피로 환전해야 하며, 비자는 무조건 달러$로만 가능하며 1인당 25$(15일 이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달러는 당장 가진 것이 없으니, 자신들이 환전해주겠다는 것이다. 비몽사몽 한 상태라서 그러라고 했다.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4,000루피50달러로 변했고, 남은 1,000루피 1,400 네팔루피로 변했다.

 

참고로 당시 환율은 1루피 = 17원 / 1달러 = 1,100원 / 인도 루피 : 네팔 루피는 1:1.6 고정환율이다. 즉, 제대로 환전했으면 약 85,000원이었던 돈이 약 69,000원이 되었고, 이것을 깨달은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의 버스 안이었다. 심지어 정확히 세지 않고 남은 루피 현금을 전부 넘겼기에, 이 끔찍한 환율이 정확히 가늠이 안 되는 점이 너무 짜증 난다.

 

손해 금액은 약 16,000원이라서 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보다 이틀 먼저 똑같은 루트, 똑같은 방법으로 넘어간 분의 말씀으로는 강제 달러 환전은 없었다고 한다! 그냥 인도 루피를 내고 더 저렴한 가격으로 비자로 발급받았다고 한다. 또한 500루피 이상의 인도 루피도 없다고 하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완전히 당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해서 짜증이 더 했다. 

 

네팔 산 속
산 속

네팔에 진입하면서부터 도로가 전부 좁은 2차선 산길로 변했다. 다시 말하자면, 좁아서 버스 두 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도로인데, 한쪽은 가드레일도 없는 낭떠러지라는 소리였다. 심지어 아래쪽에서는 급류가 흐르고 있었다.

 

카트만두 행 버스
롤러코스터

새벽에는 잠들어서 못 느꼈지만, 우리 버스기사는 미친놈이 분명하다. 느릿느릿한 커다란 화물차를 추월하기 위해서 역주행을 하는데, 다가오는 반대 차선 차들을 패기로 멈춰 세운 뒤 칼치기로 추월에 성공해버린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을 말이다. 어우,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카트만두 도착 예정시각 - 6월 22일 13시

산 중턱에서 휴식
휴게소

참고로 카트만두 도착 예정시간은 오후 1시였다. 하지만 오후 1시에 도착한 곳은 산속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위치는 정확히 모르겠다. 점심시간이 약 30분 주어졌다. 진짜 고도가 점점 올라가는 느낌이다. 6월 말의 한낮임에도 날씨가 엄청 선선했다. 

 

모모와 챠민
점심식사 모모/챠민

소영이는 모모라는 작은 찐만두를, 나는 챠민이라는 볶음국수를 시켜서 먹었다. 인도-네팔 국경을 넘는 버스 여행 중에 먹는 유일한 식사였다.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길이 엄청나게 막혔다. 좁은 길에서 사고가 나면서 차들이 기어가고 있었다. 좁고 답답한 버스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잠을 자는 것이 최선이었으나 이미 정신은 말짱했다. 미리 사 둔 간식을 나눠먹고,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예상시간보다 약 6시간이 더 지나서야, 드디어 카트만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총 20시간 40분간의 인도 국경을 넘어 네팔로 향하는 버스 여행이었다. 

 

카트만두 도착 - 6월 22일 18시 40분

네팔 카드만두
네팔 카드만두 거리

네팔의 첫인상은 인도와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다. 수염을 기르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런가 인도와 중국이 섞인 듯한 느낌이었다.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택시를 타고 여행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TAMEL 거리로 이동했다. 인도에서 애용하던 릭샤는 네팔에 더 이상 없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바라나시에서 함께 놀았던 사람들을 만나서 깜짝 놀랐다.

 

327 HOTEL

 

숙소는 타멜거리에 있는 327 호텔이다. 1층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도 있으며, 외관이나 내부가 무척 깔끔했다. 우리는 옥상에 있는 8인 도미토리에 짐을 풀었다. 3성급 호텔로써 개인실도 있고 큰 방도 물론 있었지만, 저렴하고 다양한 인종들을 만날 수 있는 도미토리가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날씨도 습하지 않고 선선한데, 옥상에 위치해서 바람이 솔솔 부는데 전망까지 완벽했다.

 

카트만두 한식당 축제

짐을 풀고서는 향한 곳은 카트만두에서 유명한 한식당 축제(FESTIVAL)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반반 치킨에 맥주까지 잔뜩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음식도 맛있고, 무엇보다 압도적인 고기메뉴의 양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또한 열정적이고 친절하신 사장님의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다.

(2022년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자려고 누웠는데, 엄청난 복통이 엄습했다. 인도에서 아무거나 막 주워 먹어도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았던 내 위장이, 드디어 네팔에 와서 물갈이를 시작하는 듯했다. 배가 무척 아프면서도 화장실을 가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미칠 지경이었다. 제대로 체했다.

 

직접 손도 따고 약도 먹고 노력을 했지만,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해야 했는데, 문제라면 공용 화장실 출입문이 반쯤 오픈 형식이었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가려지지 않아서 다리가 보이는데,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눈치가 보였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씻지도 않고 누워서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잠든 방에서 조심스럽게 2층 침대로 올라갔다. 방귀 뀌면 어쩌지, 코 골면 어쩌지 걱정 속에 잠에 들었다. 그래도 밤 기온이 서늘할 정도로 낮아서 찝찝함은 덜했다. 중간에 모기에서 물려서 깬 것 말고는 꽤 잘 잔 것 같다. 

 

네팔에서의 첫날, 장기간 버스여행으로 지친 몸에 더해 물갈이까지, 신고식 제대로 했다.

 

728x90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