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바라나시 소나기
소나기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소나기 소리에 일어나 보니 벌써 아침 8시다. 선재카페에 가서 에어컨을 쐬면서 아침식사를 하려고 나섰다. 대충 씻고, 가방 하나만 챙겨서 나갔다.

 

아침 산책
아침 산책 중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가, 선재 카페가 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근처를 산책하기로 했다.

 

갠지스 강
갠지스 강

어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골목을 쏘다니기도 하고, 가트에 앉아서 멍하니 햇빛을 쐬기도 했다. 바라나시 도시 자체가 너무 조용하고 평안하다.

선재카페 만시오믈렛과 토스트
만시//오믈렛과 토스트

1시간 후, 선재 카페를 다시 찾아갔더니 선재 아저씨 딸내미인 만시가 문을 드르륵 열어주었다. 아침식사로 오믈렛과 토스트를 먹으면서 일기를 썼다. 겨우 이틀 전 이야기인 뉴델리와 아그라 이야기를 쓰면서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은 인도의 마력 때문일까?

 

12시쯤, 늦잠을 잔 소영이를 깨워서 선재 카페로 데려왔다. 선재 아저씨는 '아버지의 눈물'이라는 소설책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대화를 나누다가 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따끔하게 훈육하는데, 회초리를 치고 귀를 잡아당기는 등 아주 무서웠다.

 

바라나시 시장
시장 가는 길

오후에 레바 카페에 들렀다. 로맨틱한 한국인 사장님과 사모님이 운영하는 레바 카페는 숙박 및 한식 식사가 가능하다. 즉, 한국인들이 엄청 많이 있다. 승민이가 시장에 아주 맛있는 망고주스 집을 발견했다고 우르르 몰려갔다. 아주 덥다.

 

시장

골목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면 살짝 넓은 길이 나오는데, 거기서부터 시장이다. 의류점, 정육점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주스 노점

즉석에서 망고와 얼음을 넣고 믹서기로 갈아주는 진짜 노점이었다. 소영이나 다른 분은 물갈이할까 봐 무서워서 먹지 않았고, 나와 승민이는 겁도 없이 도전을 외쳤다.

 

망고주스망고주스
망고주스

진짜 맛있다! 얼음과 망고가 세세하게 갈려서 건더기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주스를 마시는지, 망고를 씹는 것인지 착각할 정도로 꾸덕하다. 설탕이나 다른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았는데 엄청 달고 시원해서, 바로 한 잔 더 마셨다. 한 잔에 20Rs= 340원!

 

얼음 가는 중
얼음 가는 중

이제 보니 얼음은 노점 뒤쪽에서 즉석에서 갈고 있던 것이었다. 뙤약볕에 녹는 얼음이 더 많은 것 같았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갈아서 여기저기 배달하고 있었다. 갠지스 강물로 만든 얼음은 아니겠지?

 

여성 파티원 두 사람은 바라나시 중심가에 있는 쇼핑몰을 간다고 했다. 망고주스를 쪽쪽 빨고 있던 승민이와 나는 강제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강가와 중심가 사이가 꽤 멀었는데, 릭샤 한대에 4명 100Rs으로 흥정을 하는 것을 보고 엄청 놀랬다.

 

더초콜렛룸메뉴 및 가격
더 초콜렛 룸

쇼핑센터에서 해가 질 때까지 옷 구경을 했다. 남자들에게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여자들에겐 행복한 시간이었나 보다. 어느 정도 아이쇼핑이 마무리되자, 쇼핑몰 내부의 The Chocolate Room 핫초코 전문 카페에 들어갔다. 다양한 핫초코를 판매하는데, 엄청 신기했다.

 

핫초코
플레인 핫초코

핫초코에 이상한 것을 첨가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그냥 플레인으로 시켰다. 따뜻하고 달달한 것이 정말 맛있다. 헤이즐넛이나 토피넛도 엄청 맛있어 보였다. 시원한 에어컨과 따뜻한 음료의 조합으로 마음이 스르르 풀어진다. 같이 간 사람들이 자꾸 소영이와 나를 엮으려고 들어서 엄청 당황스러웠다.

 

인도 골목
바라나시 골목

다시 강변으로 돌아와서 레바 카페로 다시 모였다. 식사 전에 배드민턴을 칠까 싶어서 가트로 나갔는데, 바람이 엄청 불어서 그냥 포기했다. 저녁식사는 철수네에서 참치김치볶음밥과 미역국으로 먹었고, 밤에 사람들과 함께 먹을 양념치킨을 미리 주문해뒀다. 

 

레바카페양념치킨
양념치킨 

밀거래로 사 온 맥주와 내가 챙겨 온 소주, 철수 카페에서 튀겨진 양념치킨으로 작은 파티를 열었다. 살짝 고추장 맛이 나긴 했지만, 한국에서 먹는 양념치킨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맛이었다! 사람들과 보드게임도 하고, 이야기를 하니 바라나시의 밤이 깊어졌다.

 

파장을 밤 11시에 했는데 뭔가 아쉬워서 쇼핑몰 멤버끼리 따로 모였다. 맥주를 사 와서 우리 숙소 옥상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모기도 별로 없고 날씨도 시원해서, 그냥 시멘트 바닥에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대화 내용은 거의 쇼핑몰 핫초코 집에서의 연장이었다. 진실게임도 하고 엮기도 하면서 당황과 부끄러움의 연속이었다. 거의 새벽 1시까지 술을 마셨더니, 몸이 붕 뜨는 기분이다.

 

여기는 분명 인도의 성지 바라나시 갠지스 강 앞이다. 그런데 밥으로 한식을 먹고, 밤에는 치맥을 먹고, 한국인들과 어울려다니다 보니 뭔가 이상하긴하다. 다만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은 정말로 재미있었다. 조금 색다른 휴양지에 온 기분이 든다. 인도의 달이 밝다.

 


16/06/18/토

아침(선재카페 토스트 오믈렛) - 90

점심(선재카페 라볶이) - 150

저녁(철수 카페 참치김치볶음밥+미역국 백반) - 200

물 2병 - 40

핫초코 - 200

망고주스 2잔 - 40

맥주 - 330

치킨 - 180

 

1,280 Rs

(1Rs = 17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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