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12시간이 넘는 기차여행이 드디어 끝났다. 자리도 불편하고 긴장도 돼서 자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몸이 엄청 찌뿌듯하다. 무굴사라이(Mughalsarai) 역사 밖으로 나오니 강렬한 햇빛이 우리를 맞는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바라나시가 아니다. 갠지스 강을 건너야지 목적지인 바라나시에 갈 수 있다.

 

바라나시 가는 법
무갈사라이 - 방갈리 톨라

최종 목적지는 갠지스 강변에 있는 방갈리 톨라 라자 가트(Raja Ghat, Bangali Tola, Varanasi, india)다. 갠지스 강과 딱 붙어있으며, 한인 카페나 체험거리가 많고,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가트 주변에서 숙소를 구하고 며칠 묵을 예정이다.

 

무굴 사라이 기차역에서 방갈리 톨라까지는 약 15km, 릭샤를 타면 대충 300Rs 정도 나올 것 같았다. 델리와 아그라에서 매번 흥정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릭샤 요금 계산까지 되는 경지에 올랐다. 역 앞으로 나가니 호객꾼들이 득달같이 달라붙는다. 정말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진다. 우리가 선택한 릭샤왈리는 합승을 하는 조건으로 200Rs를 불렀다. 오, 저렴하다!

 

릭샤 흥정하기
릭샤 흥정하기

뭔가 이상하다. 우리를 릭샤에 앉혀두고 15분 넘게 방치한 것은 합승객 때문에 그렇다고 치자. 릭샤왈리가 말하기를 라자 가트까지 차가 진입하지 못한다고 하고, 만약 100루피를 더 준다면 경찰에서 돈을 쥐어주고 라자가트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는 등 계속 야부리를 트는 것이 아닌가? 말이 너무 많아진 릭샤왈리가 너무 수상해서 바로 그 릭샤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릭샤왈리한테 즉시 출발하는 조건으로 250루피에 흥정을 했다. 말이 많던 릭샤왈리의 허망함을 뒤로하고, 바로 라자가트로 출발했다. 뉴델리와 아그라와는 다르게 도로가 꽤 한적했다. 덕분에 릭샤가 이렇게 까지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갠지스 강
갠지스 강, 말비야 다리

30분 넘게 릭샤를 타고 달리는 것은 꽤 재미있었다. 앞서 가던 트럭을 5번이나 추월 못해서 버벅대기도 하고, 사실 250루피가 아니라 250달러였다고 릭샤왈리가 농담을 던지기까지 했다. 얘네들이 릭샤에서 말 걸 때는 긴장을 하게 된다. 그나저나 갠지스 강바람을 맞으면서 말비야 다리를 지날 때는 살짝 감동까지 느껴졌다.

 

방갈리 톨라
방갈리 톨라(Bangali Tola)

드디어 도착한 방갈리 톨라 초입, 릭샤왈리는 이상하게 생긴 시장 입구 같은 곳에 우리를 내려줬다. 이제 걸어가야 한다고 손가락으로 내부를 가리켰다. 방갈리 툴라는 정말로 릭샤가 진입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이유는 그냥 차가 지나다닐만한 길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는 개소리였다는 이야기다. 

 

길을 막은 소

여기는 진짜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인도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소똥, 개똥이 푸짐하게 길바닥에 놓여 있으며 쓰레기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다. 심지어 거대한 소가 길거리를 걸어 다닌다. 엄청 좁은 길을 틀어막고선 움직이지 않아서 가만히 기다려야만 했다.

 

인도 사람들은 소를 신성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다 보니, 손을 대거나 쫓아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단순한 고정관념이었던 것이, 인도 사람들도 급하면 쫓아낼 사람은 쫓아내더라 ㅋㅋㅋ

 

선재카페 아이들
선재네 아이들

숙소를 구하기 위해서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멍 카페로 향했다. 멍 카페(Mong Cafe/Ondo Cafe/선재 카페)는 선재라는 한국어 이름을 가진 인도인이 운영하는 한식당 겸 카페다. 이곳에서 갠지스 강 보트 투어도 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선재 아저씨는 한국말을 상당히 잘하므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면 된다. 참고로 카페 메뉴판도 전부 한국어였다. 

 

비빔밥과 시원한 음료를 주문해서 나눠먹으면서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휴식을 취했다. 식사를 마친 후, 밀린 일기를 쓰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우리 주변에 앉았다. 핸드폰으로 게임을 시켜주면서 같이 놀았다. 가운데서 핸드폰을 들고 있는 여자아이가 만시다.

 

바라나시 숙소원숭이
방 내부

이곳에서 승민이를 만날 수 있었다. 며칠 전에 네팔에서 바라나시로 넘어온 친구였는데, 역시 혼자 여행 중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가 숙소를 찾는다는 사실을 듣고선 자기가 있는 숙소를 추천해주었다. 에어컨도 빵빵하고, 방이 꽤 넓으면서 개인 화장실까지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식사를 마무리하고 바로 승민이를 따라나섰다.

 

에어컨이 있는 큰 방이 1박에 500루피, 위치도 방갈리 툴라 중심부라서 아주 좋았다. 살짝 비싼 감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둘러본 숙소보다 엄청 좋았다. 바로 3일 치를 결제했다. 소영이는 2층, 나는 3층 방을 잡았다. 

 

짐을 선재 카페에 전부 맡겨뒀기 때문에 찾으러 돌아가는 길이었다. 골목이 엄청 복잡해서 길을 쉽게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특히 소영이한테서 길치의 느낌이 자꾸 나서, 한 번 두고 보자는 느낌으로 소영이에게 선두를 맡겼다. 그렇게 우리 둘은 길을 잃었다...... 거의 30분을 헤맨 끝에 선재카페에서 짐을 찾아올 수 있었다.

 

바라나시 라자 가트
라자 가트

숙소에 짐을 풀고 곧장 라자 가트로 향했다. 가트는 강변에 있는 계단이라는 뜻으로 남아시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건축물이라고 한다. 갠지스 강변을 크게 둘러서 이런 가트가 쭉 늘어져 있었다.

 

갠지스 강
갠지스 강

전방에는 큰 모래톱이 보이고, 강물은 푸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뱃놀이 중인 모습이 정말 편안해 보였다. TV에서 보던 시체와 쓰레기가 둥둥 떠다녀서 더럽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물론 좌우 방향의 화장터에서 연기가 계속 솟는 모습이 보이긴 했다. 사람들도 딱히 관광객에게 관심이 없이 열심히 일을 할 뿐이었다. 화동이 끈질기게 쫓아와서 꽃을 사라고 내밀었지만, 이 정도는 귀엽다.

 

손 씻는 중
손 씻는 중

처음에 바라나시로 향하기로 했을 때, 갠지스 강에서 수영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었다. 다들 피부병 걸린다고 말리고 난리가 났었다. 막상 갠지스 강을 눈에 담고 나니까 살짝 부끄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서 절충을 했다. 가볍게 손만 씻어보기로 ㅋㅋㅋㅋㅋㅋ 소영이는 질색을 하면서 사진사 역할만 해주겠다고 했다.

 

천천히 한 손으로 물을 퍼올려서 손을 씻었다. 나름 경건하게. 냄새가 난다거나 물이 엄청 탁하다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한강이랑 비슷한 느낌의 투명도였다. 어쨌든 손 발 씻기 성공!  나중에야 내가 밟고 올라선 곳이 빨래판인 것을 알았다. 어쩐지 반들반들하고 미끄럽고 평평하더라.

 

다음 일정은 라씨(물소젖 인도식 요거트)를 먹으러 갈 예정이다!

 

 

계속......

 

728x90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