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갠지스 강 목욕
갠지스 강에서 손 씻기

힌두교에서 가장 신성한 갠지스 강물에 손과 발을 씻었지만, 그 직후 무정한 수돗물에 비누를 문대며 손을 박박 씻는 경험은 뭔가 모순이 느껴졌다. 신성함이 비눗물에 씻겨서 정화되는 모순 말이다.

 

바바라씨

 

짧게 갠지스 강바람의 쐬고선 바로 근처 시장으로 향했다. 골목을 이리 꺾고 저리 꺾어서 도착한 모퉁이에 바바라씨가 있었다. 라씨는 일종의 물소젖 요거트로 북인도 지방에서 흔히들 먹는다. 인도식 요구르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바바라씨
바바라씨

원래 요거트를 싫어해서 먹기를 거부했으나, 소영이의 이끌림에 강제로 의자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걸쭉하고 희멀건한 느낌을 엄청 싫어해서 평소에 요플레도 안 먹는다. 고민의 고민 끝에 색깔이 조금 섞인 망고라씨를 골랐고, 소영이는 플레인 라씨를 선택했다.

 

낙서 한 줄

라씨가 나오기까지 벽에 낙서를 하면서 기다렸다. 수많은 흔적이 있었지만, 압도적으로 한국어와 일본어가 많이 보인다. 라씨의 맛은 상당히 달달하고 시원해서 꽤 괜찮았다. 인도 길거리 음식 + 생망고 + 요거트의 조합으로 내일 화장지가 남아날 지 궁금해진다.

 

철수네 카페 김치찌개
철수네 카페

갠지스 강 유역에는 한식을 판매하는 카페(식당)가 정말 많다. 선재 카페철수 카페는 한국에서 일하다 돌아온 인도인이 운영하며, 레바 카페는 한국인 사장 사모님이 운영한다. 세 카페 모두 한국어 메뉴판과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일식 카페도 정말 많더라.

 

철수네 카페

 

저녁 식사는 철수네 카페에서 김치찌개를 먹었다. 정말 오랜만에(3일) 인디카 쌀이 아닌 끈기가 있는 자포니카 쌀로 만든 밥을 먹어 본다. 이상하다. 분명 인도에서 가장 인도스러운 바라나시에 왔지만, 한식을 먹으며 주변에는 한국인이 가득하다. 

 

갠지스 야경바라나시 건물
갠지스 강의 밤

저녁식사를 마치자 해가 졌다. 해가 지면 날씨가 꽤 선선해져서 강가로 나가서 산책을 하기로 했다.

 

라자 가트 제사
축제?

그런데 가트 중심이 무척 소란스러웠다. 조명이 번쩍번쩍 빛나고, 사람들이 우글우글하게 모여있다. 강변에도 보트를 탄 사람들과 빽빽히 들어찼다. 무슨 축제가 있나 싶어서 다가갔다.

 

제사 중
제사 중

알고보니 힌두 사원에서 진행하는 일종의 제사였다. 바로 근처에 화장터가 있기도 하고, 갠지스 강을 대상으로 사제들이 단체로 기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 었다. 앞에 흰 띠를 두르고 붉은 옷을 입고선 일렬 횡대로 서 있는 사람들이 사제였다. 절을 하고 춤을 추고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인파가 많아서 살짝 걱정되긴 했지만, 먼 발치의 가트에 서서 지켜봤다. 소매치기의 낌새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정확히 무엇을 빌고, 무엇을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소주와 맥주
바라나시에서 소주 한 잔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골목의 구멍가게에서 맥주를 샀다. 참고로 바라나시 방갈리 톨라에서는 종교적 혹은 정책적인 이유로 술을 판매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팔 사람은 팔고, 살 사람은 산다. 승민이가 알려준대로 뭐라뭐라고 말하니, 신문지에 잘 싼 킹피셔 맥주 2캔을 얻을 수 있었다. 이거 완전 몰래 밀거래하는 기분이 든다.

 

소영이 방에서 소주 한 병과 맥주, 생라면을 나눠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걷고 이동하고 보고 경험하기 바빠서 의외로 조용하게 단둘이 이야기한 시간이 오늘이 유일했다. 3일동안의 짧고도 긴 여행이었기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안함이 느껴지는 바라나시의 첫날이 그렇게 지나간다.


06/17/금

무골사라이 -> 방갈리톨라 릭샤 250

3일 치 방세 1,500

물 3병 60

휴지 40

담배+라이터 240

바바라씨 망고라씨 50

철수네 카페 저녁(김치찌개) 250

맥주 2캔 150

사이다 1병 30

 

총 2,570Rs

(1Rs = 17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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