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빠하르간지
빠하르간지

아침 6시 30분에 벌떡 일어나서 다른 사람들을 깨웠다. 오전 8시 전후로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내 독촉에 금방 준비를 끝낸 일행들은 여유로운 시간에 거리로 나올 수 있었다.

 

빠하르간지의 밤은 시끄럽고 번쩍였던 것에 반해 아침은 조용하고 휑했다. 주말 홍대 거리랑 비슷해서 소름이 돋았다. 쓰레기가 마구 버려진 모습마저......

 

뉴델리 역
뉴델리 역

다미 누나는 이제 인도 북부로, 소영이와 나는 동쪽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짧은 2박 3일의 만남이었지만 정든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묘한 기분이 든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다미 누나는 1년 동안 혼자서 인도 일주를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정말 대단하다.

 

기다리는 사람들
뉴델리 열차 플랫폼

우리가 탑승해야 하는 아그라행 열차의 도착시간은 오전 8시 10분. 도착시간에서 5분이 지났음에도 어디서 탑승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로비에 있는 전광판에는 우리가 타야 할 기차의 정보가 전혀 출력되지 않고 있었으며, 플랫폼에는 전혀 상관없는 열차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무거운 짐
짐을 인 인도인

연착이 엄청 심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열차가 증발한 듯이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것은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후 약 20분 동안 경찰관들에게 물어보고 외국인 관광객 안내처, 외국인 발권센터를 미친 듯이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해야만 했다. 그 결과 겨우 우리의 기차가 정차할 곳이 8번 승강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차 플랫폼
꼬맹이 쉬 하는 중

8번 승강장에 도착해서 천장에 매달린 전광판을 살폈지만 역시 아무런 정보가 출력되지 않았고, 막 떠나려는 9번 승강장의 기차만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이 9번의 기차가 우리 기차가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기차 번호는 전혀 다르고, 목적지도 모르는데 소영이는 이것을 타자고 채근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인도 기차 SL
드디어 열차 탑승

그렇게 고민의 추가 점점 기울어지는 찰나에, 정말 다행히도 8번 플랫폼 전광판에서 우리 기차의 정보가 출력되기 시작했다! 약 10분 뒤 도착이라고 한다. 와, 미친...... 이 동네는 연착이 40분이 넘는데 아무런 안내가 없냨ㅋㅋㅋㅋㅋ 정말 십년감수했다. 인도의 기차는 절대 일찍 오는 경우는 없으니 최소 30분은 여유롭게 기다려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꽉 찬 내부
인도기차 SL 풍경

인도의 기차 침대칸 등급은 4단계로 나뉜다. 1AC, 2AC, 3AC, SL(CL). 1AC ~ 3AC는 에어컨이 달린 1~3등석이라는 뜻이며, 등급이 높을수록 가격의 차이가 심하다. 1AC와 2AC는 독립적인 공간이지만, 3AC와 SL은 완전히 개방식인 차이가 있다.

 

흔히 인도 기차 하면 소개되는 것이 바로 SL칸이다. sleeper의 약자로써 대충 2층~3층 침대가 좌석 위에 있다. 가장 저렴하고 사람이 정말 많은 좌석등급이다. 입석 승객도 모두 이쪽으로 모인다. 당연히 에어컨은 없으며, 심하면 천장 선풍기도 없을 때도 있다. 창문에 유리가 없는 경우도 많다. 차양막을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정도가 끝이다.

 

인도가족인도 여성
빛과 어둠

올바른 기차에 탑승한 것은 정말 다행이었으나, 살짝 긴장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몸이 밀착될 정도로 승객들이 꽉 찬 기차 칸에서 외국인은 소영이와 나뿐이었다. 상대적으로 피부색과 복색이 전혀 다르니 대부분의 눈길이 우리한테 모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만 쳐다볼 뿐이었다. 정말 신기하게 끊임없이 보기만 할 뿐. 위에 침대칸에 앉은 사람들의 발이 달랑달랑 흔들린다. 앞자리에 앉은 예쁜 꼬마랑 눈싸움도 하고, 한국에서 일했다는 엔지니어가 다가와서 대화도 나누고, 음악 듣고, 소영이랑 수다 떨고, 대놓고 잠도 자면서 기차 여행을 즐겼다. 인도라는 낯선 나라였지만,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 부산을 가던 기분이랑 다를 게 없다고 생각되더라.

 

아그라 도착

약 3시간을 달려서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쯤이었는데, 기차의 연착이 2시간은 가깝지 않나 생각된다. 기차 안에서는 가만히 선풍기 바람만 쐬고 있으니 덥다고 느껴지지 않았는데, 밖으로 나오니 후덥지근한 날씨가 아주 끔찍했다.

 

근처에서 새로운 동행을 만나서 밥을 먹고, 바로 타지마할로 이동할 생각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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