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16/06/06 - 1일 차, 인도 은행에서 인출하기

게스트 하우스
게스트 하우스

월요일인 오늘 새벽부터 수요일 밤까지 아재가 뭄바이에 출장을 가시게 되었다. 자신이 부재중인 약 2박 3일 동안 내게 게스트하우스 보스 대행 임무를 맡겨두고 떠나셨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까지 손님 입장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업무에 관해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우선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로비에서 대기를 하면서 손님들께 아침인사를 했다. 평소 일어나던 시간이 아니라서 비몽사몽 하더라. 오후에는 은행 업무를 봤다. 아재가 전화로 하나하나 알려주셔서 어려운 것은 없었지만, 내 손으로 수표를 쓰고 수 만 루피를 인출하는 것은 상당히 긴장되는 일이었다. 지폐가 두둑하다. 곧 직원들이 월급을 받을 날이 다가오기 때문에 미리 인출을 해두는 것이다. 오늘은 SUNNITA(메인 주방장)의 월급날이다. 음, 10년을 일한 직원의 월급이 이 정도라니 놀라웠다. 인도는 역시 임금이 싸다......

 

저녁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하필 퇴근시간이랑 겹쳐서 난리가 났다. 이곳은 비만 오면 엄청난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덕분에 손님들의 퇴근이 엄청나게 늦어져서 로비에서 두 눈 뜨고 새벽까지 기다려야 했다.

 

16/06/07 - 2일 차, 영어 실력이 부족해

벵갈루루 공항 국기
인도 국기

현재 3명의 투숙객이 묵고 있다. 그런데 운전기사와 손님들의 출퇴근 및 이동 일정을 조율하는 게 너무나도 어려웠다. 이유는 바로 소통 때문이었다. 인도식 영어는 알아먹기도 힘든데, 내가 스피킹까지 부족하다 보니까 대화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손님이 퇴근하실 시간에 맞춰서 지사 근처에서 운전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교통체증 때문에 늦게 되는 순간 모든 일이 꼬여버린다. 도착 예상 시간, 손님의 현재 위치, 차가 주차된 위치 등 이 모든 정보를 운전기사와 손님에게 내가 전달해야 한다. 중계하듯이 사이에 끼어서 이야기하려니 미쳐버리겠다. 또한 한국인 손님만 계신 것이 아니라서 난이도가 급상승했다. 결국 손님들께 운전기사 전화번호를 넘겨주고서야 해결되었다.

 

저녁 9시쯤 주방 직원이 와서 주방을 마감해도 되냐고 묻더라. 나는 조금 당황했다. 아직 손님 2분께서 아직 퇴근을 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락에 오늘 저녁거리를 조금씩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늦게나마 퇴근하신 손님들은 이 도시락을 보시고 정말 기꺼워하시더라. 다행이었다.

 

16/06/08 - 3일 차, 손님이 비행기 놓칠 뻔함

인도 일몰
인도의 노을

오전은 인도 북부 여행 계획을 짰다. 오후부터는 무척 바빴다. 3일 전에 아재가 넘겨주신 서류 업무를 처리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미역국
저녁 미역국

저녁을 먹고 난 뒤, 운전기사 시바와 일정에 대해 전화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바는 지금 공항으로 이동 중이었는데, 9시에 아재가 방갈로르에 복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손님 중 한 분을 공항으로 모셔야 한다는 것이 기억났다. 제시간에 비행기 체크인을 하려면 얼른 퇴근하셔서 짐을 챙기고 일정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하필 그 타이밍에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엄청나게 차가 막히고이동시간이 정말 끔찍하게 늘어난다. 시바한테 공항을 가던 것을 멈추고 빠르게 삼성으로 이동을 지시했지만, 비 덕분에 도로 한가운데서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사에는 언제 퇴근할지 모르는 손님들 또는 주방 직원들 때문에 차량이 항상 대기 중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기 중인 차량에 손님이 타는 것이다. 문제라면, 내가 손님의 현지 휴대폰 번호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손님께 차량의 정보를 전달할 수가 없다. 주방 직원들 퇴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기 중인 차량은 복귀시켰다.

 

정말 다행히도 잠시 뒤에 손님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정말 정말 다행히도 트래픽을 뚫고 시바가 극적으로 도착했다. 저녁까지 드실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시간이 남았다. 짐을 챙겨서 공항으로 떠나는 손님을 배웅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바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따로 없다. 참고로 시바는 대학까지 졸업한 상위 귀족계급이라고 한다.

 

곧 아재가 돌아오셨고, 3일 동안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겁나 바빴다고 징징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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