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190202 프랑스 파리 날씨
190202, 흐린 뒤 살짝 갬, 파리, 15일 차 오전일정


 아침의 날씨는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 비가 내릴까 말까 고민하는 구름의 움직임에 뒷마당의 나무가 흔들리는 강풍까지 정말 을씨년스러웠다. 어제 비를 맞으면서 너무 떨어서 그런지 나가기가 너무너무 꺼려졌다. 만약 오전에 비가 온다면 과감히 일정을 포기하기로 했다.

 

뒷마당의 토끼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공유기와 거리가 조금 있어서 그런지 숙소 내부에서는 와이파이가 한 칸 정도로 약하게 잡혔다. 반면에 문을 열고 뒷마당으로 나가면 아주 신호가 강해졌다. 그래서 뒷마당에 있는 토끼 구경이나 하면서 와이파이를 탐닉했다. 문제라면 우리가 가진 식량이 라면뿐이라는 것이다. 라면은 어젯밤 늦게 먹었기 때문에 아침으로 또 먹기는 꺼려졌다. 하는 수 없이 비가 더 내리기 전에 빠르게 근처 마트에서 아침거리를 사 오기로 했다.

 

 우리의 숙소는 Gare de Drancy 역 근처의 주택가, 가까운 슈퍼마켓은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었다. 무엇보다 프랑스에 왔으면 까르푸를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형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골목을 요리조리 복잡하게 천천히 걸어갔다. 동네 자체가 파리 외곽지역이라서 그런지 건물도 낮고, 무엇보다 포켓스탑이 몇 개 없었다.

 

파리 드엉시 Carrefour
드엉시 카르푸시티 도착!

 꽤나 큰 매장이었다. 우선 파리지앵의 필수품인 브래드 소드 바게트를 구매해볼까...... 빵 코너에 도착하려는 찰나에 갑자기 찾아오는 복통. 나는 허둥지둥 가게의 화장실을 찾았지만, 전부 직원용인지 매장 내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혹시 거리에는 공중화장실이 있을까 한 블록을 전부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직원에게 화장실을 물어보는 것도 조금 창피해서 그냥 숙소로 빠르게 복귀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숙소 열쇠만 내가 챙기고 나머지 와이파이 수신기와 지갑을 형님께 드렸다. 장 보는 것을 전부 형님께 맡기고선 나는 걸어온 길을 고통스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에 공중화장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수 번을 기원했지만, 여긴 관광지가 아니었다 ㅠㅠㅠㅠㅠ.

 

숙소에서 까르푸까지 걸린 시간
고통의 23분+a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해서 볼일을 해결하니 긴장감이 풀려서 멍하니 누워있었다. 그 상태로 10분 정도 지나서야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바로 숙소 예약을 내가 했고, 까르푸 마트까지의 길 안내도 내가 했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형님은 숙소의 주소와 위치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황급히 휴대폰을 확인했고, 역시나 와이파이가 달랑달랑해서 카카오톡 알람이 전혀 울리지 않고 있었다. 이미 10분 전에 형님에게 메시지는 와 있었다. 나는 뒷마당으로 후다닥 뛰쳐나가서 메시지를 보냈다.

 

비웃는 뒷마당의 집토끼
??? : 멍청이 ㅋㅋ

 맞다. 형님은 길을 잃으셨다.  다행히 방향은 맞았던 것인지 멀지 않은 위치에 계신 것 같았다. 빠르게 숙소의 주소를 보내고 골목 초입에 마중을 나갔다. 인터넷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용히 서서 양 길 끝만 바라봤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형님께서 골목 끝에 나타나셨다.  어디선가 본 영화처럼 갈색 종이봉투에 바게트를 세로로 꽂고 당당히 귀환하셨다. 내가 싸지른 똥, 아니 똥 싸지르러 가는 동안 멋지게 임무를 처리하셨다.

 

갈색 종이봉투 안을 채우고 있는 바게트 빵과 과일, 와인병
이거 말하는 거임 ㅋㅋㅋ

 커다란 바게트, 우유, 베이컨, 치즈, 인스턴트 비트 스튜, 오렌지 등. 필수 영양소를 모두 고려한 형님의 선택에 꽤 감탄했다. 덕분에 늦은 아침상은 꽤나 푸짐하게 차려졌다.

 

유럽식 아침식사, 베이컨 치즈 바게트 스튜
베이컨, 비프스튜, 치즈를 곁들인 파리바게트.

 아, 그리고 못 믿는 사람이 많은데 진짜로 프랑스인들이 걸어 다니면서 바게트를 먹는 것을 목격했다. 파리지앵이라면 거리를 걸으면서 바게트는 뜯어줘야지.

 

 

저녁 일정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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