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190131 드레스덴 날씨
190131, 드레스덴, 매우매우 맑음☆, 13일차


드레스덴 한인민박 로미하우스 아침식사
잡채밥과 갈비탕

 로미 하우스의 조식은 오전 8시에 제공된다고 한다. 7시 반에 일어나서 조금 기다리니 민박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방으로 내려왔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선 대형 식탁에 둘러앉았다. 오늘의 아침밥은 잡채 덮밥과 갈비탕, 밑반찬으로 김치와 달걀말이가 나왔다. 유럽에서의 첫 한식 상차림이었기 때문에 꽤나 기대가 되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잡채밥을 먹을 수 있다니, 놀라웠다. 아주 맛있었다.


 아침식사 후, 부족한 잠을 조금 보충하고 나서야 숙소를 나섰다. 어제 9.0 eu 짜리 가족권을 끊어두었는데, 과연 우리에게 적용이 될 것인가 걱정을 많이 했다. 엄마 아빠 자식 2인이 함께 쓰는 것이 가족권인데, 형제라고 자칭하는 남정네 두 명이 저 가이드라인에 들어갈까? 타자마자 검표원에게 검표를 요구받았고, 다행히도 무사통과했다. 휴. 표가 없던 젊은 친구는 바로 쫓겨났다. 나중에 C 형님께 물어보니, 드레스덴의 트램 검표원들은 시간당 일정 금액을 받고 부정승차 승객을 잡으면 성과급을 받는 임금체계인데, 대부분이 노숙자라고 한다.

 트램을 타고 드레스덴 국제무역센터에 도착하니 오후 1시경이었다. C 형님은 승강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너무 열심히 포켓몬고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우리 스스로에게 제한을 걸기로 했다. 밤 7시 30분이 되면 모든 것을 무시하고, 무조건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자. 우선 드레스덴 신시가지로 가서 점심으로 수제버거를 먹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가 수제버거집에 도착한 것이 저녁 5시였다.

ㅋㅋㅋ......

 수제버거집으로 이동하려고 트램에 타려는 찰나 근처에 5성 레이드 알이 출현했다. 그 레이드를 마치자마자 새로운 5성 알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레스덴 전역에 출현했다. 그렇게 점심식사를 당연하게도 거른 채, 드레스덴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다.  5시간 동안.

 

포켓몬고 40레벨 만랩달성
만렙 당했다.

 다행히도 짬짬이 현금을 인출하고, 파리까지 가는 기차를 예약했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스위스 인터라켄을 가거나, 독일의 다른 도시를 방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앙유럽의 추위는 너무 강렬했고, 날씨는 정말 거지같았다. 우리는 북쪽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 따뜻한 지중해 부근인 스페인, 포르투갈에 더 많이 체류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은 구경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파리행을 결정했던 것이다.


KochBox

드레스덴 수제버거 맛집 Kochbox
Kochbox Cheese-Burger

 드레스덴에는 수제버거 집이 정말 많았다. 다른 수제버거집은 먹어보질 못해서 비교할 수 없지만, Kochbox는 작은 가게인데 비해 햄버거에선 엄청 커다란 맛이 났다. 물론 시장이 반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불맛이 강렬하게 나는 소고기 패티는 진짜였다. 버거를 조금씩 먹고 있는데, C 형님이 하시는 말.

"수제버거로 저녁을 때웠으니, 계속 레이드 투어를 이어가는 것이 어떨까?"

ㅋㅋㅋㅋㅋ. 다행히도 2~3번의 레이드를 더 치른 뒤에 제시간에 레스토랑으로 향할 수 있었다. 내가 땡깡을 부렸기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이상 레이드가 발생하지 않았기때문이다. 드레스덴 곳곳에서 C 형님의 독일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빈이나 프라하도 포켓몬고 열정이 넘쳤지만, 독일은 더 엄청난 것 같았다. C 형님의 독일어 회화를 조용히 귀에 담으면서 스마트폰을 터치했다.


드레스덴 학세 맛집 아우구스티너
아우구스티너, Augustiner an der frauenkirche
드레스덴 아우구스티너 메뉴판
Augustiner an der Frauenkirche 메뉴판
신문같은 메뉴판

 일전에는 뮌헨에 있는 아우구스티너에서 맥주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드레스덴에도 지점이 있을 줄은 몰랐다. 참고로 베를린에도 아우구스티너 지점이 있다. 우리는 먼저 맥주를 종류별로 주문했다. 음식은 학세와 슈니첼을 주문했다. 빈에서 먹어본 슈니첼이지만 독일 본고장의 맛은 어떨까 궁금했다.

 

드레스덴 아우구스티너 맥주
스페셜맥주, 에일, 밀맥주
드레스덴 아우구스티너 슈니첼과 슈바인학세
슈니첼과 슈바인학세
부드러운 학세
부드러운 학세의 속살

 설탕 맛이 나는 흑맥주, 부드러운 밀맥주, 와인 같은 스페셜 맥주까지. 학세는 분명 돼지고기인 것은 분명한데, 닭다리살처럼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슈니첼은 빈이 조금 더 맛있던 것 같다. 우리는 음식과 맥주를 양껏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은 드레스덴에서 1년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희귀한 날씨였다고 한다. 바로 구름 한 점 없는 티 없이 맑은 날. 도착할 때부터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는데, 다음 날, 우리는 드레스덴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C 형님과 항상 술자리를 가지면, 나는 무조건 잠드는 현상을 겪는다. 철학적인 C 형님의 이야기가 지루해서인가, 언제나 수 시간의 레이드 투어 이후라서 지쳐서인가. 둘 다 겠지.


독일 드레스덴 군주의 행렬
군주의 행렬
밝게 빛나고 있는 드레스덴 오페라하우스
공연 중인 오페라하우스

 다행히 식사 후에는 5성 레이드 알이 없어서 바로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크게 안도했다. 드레스덴의 야경을 잠시나마 눈에 담고선, 숙소로 돌아와 가볍게 남은 캔맥주를 먹으면서 마지막 회포를 풀었다.

 


19/01/31 지출내역

- [드레스덴 ~ 프랑크프루트 ~ 파리] 기차 예약비 : 9.0 + 26.0 eu = 35.0 eu

- 인출 600 eu, 수수료 약 10만 원.

 

총 35.0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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