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도미회
도미회

도미회


향일암에서 내려와서 숙소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손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놀랍게도 이미 인솔자인 형님께서 숙소를 잡아놓으셨다. 그것도 향일암 초입에 있는 펜션을 말이다. 아무 말씀 없이 갑자기 숙소 방향으로 쓱 들어가길래 깜짝 놀랐다.

 

뜨레모아 펜션

진짜 향일암 경사로를 살짝만 오르면 바로 보이는 뜨레모아 펜션이다. 비수기에 평일이라서 그런지 손님은 오직 우리밖에 없었다.

 

여수 뜨레모아펜션
향일암 펜션 클라스

숙소는 정말 넓고 깨끗했다. 주방에는 접시와 하이라이트, 주방기구 등 대부분의 집기가 갖추어져 있었고, 화장실도 청소 상태가 아주 깔끔해서 기분이 좋았다. 와이파이도 빵빵하고 주차장도 엄청나게 넓다.

 

향일암항벤치
테라스 전경

심지어 뷰도 아주 좋았다. 테라스로 나가면 향일암만큼은 아니지만 앞의 향일암 항구와 저 멀리 남해바다가 아주 잘 보였다. 물론 흐린 날씨 덕분에 아쉬운 풍경이긴 했다. 저 벤치는 옆방과의 경계다.

 

소주와 맥주
소주와 맥주 준비 끝

맥주만 드시는 분을 위해 대량의 칭따오를 구비해놓았다. 소주는 적당히 4병 2.5 L면 충분할 것 같다.

 

배달 도미회
도미회

메인 안주는 도미회다. 향일암 근처에는 횟집이 없기에 여수 시내에 있는 수산시장에 가서 회를 떠 오거나, 직접 가서 먹어야 했다. 음주가 반드시 동반되기에 택시를 타고 다녀오기엔 너무 비용이 많이 들었고, 회를 떠 오기에는 시간이 걸리고 무척 귀찮았다.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에 펜션 사장님의 놀라운 제안이 들어왔다.

 

도미회
도미회

펜션 사장님 왈, 편도 택시비만 내면 잘 아는 택시기사님께 부탁해서 회를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여수 현지인, 그것도 지역 사정에 빠삭한 택시기사님이라니 수산시장에서 눈탱이 맞을 일도 없다. 그렇게 30분 후, 우리는 택시비와 팁 포함해서 5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도미회를 받아볼 수 있었다.

 

밑에 한 층 더 있음
2층 도미회

짜잔, 사실 2층이었답니다. 도착한 도미회의 신선도와 양이 정말로 놀라웠다. 이 가격에 이 정도 양이라니 정말 많다. 비싸서 먹어본 기억조차 없는 도미회가 이렇게나 많이 쌓여있다니 행복하다.

 

도미 서더리

 또한 도미 서더리와 매운탕용 양념과 야채까지 따로 챙겨줬다. 회에 이은 얼큰한 매운탕이라니 완벽한 서순이다.

 

맛있는 도미회고추 쌈짱 도미회
맛있는 도미회

방금 뜬 도미회의 맛은 정말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담백함과 쫄깃함만이 남는 최고급 흰 살 생선회의 그 맛 말이다. 맛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식감만으로도 행복한 그 맛이다. 뱃살 부분을 먹으면 살짝의 기름기는 느껴지지만 여전히 담백하다.

 

도미회 쌈
투명한 도미회

상추 위에 아름다운 도미회 한 점을 올린다. 얇은 도미살이 상추의 초록빛을 빨아들인 것처럼 아래쪽이 비친다. 알싸한 쪽마늘 하나에 쌈장을 듬뿍 찍어서 도미회 위에 올리면 끝이다. 붉은색, 흰색, 노란색, 초록색 원색의 조합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맛도 역시 아름답다. 쫠깃쫠깃.

 

도미 매운탕도미 서더리 매운탕
도미 서더리 매운탕

적당히 먹고 바로 매운탕을 끓였다. 냄비에 서더리와 양념, 야채를 전부 넣고 물만 부으면 끝이다. 도미 매운탕 밀키트가 따로 없다. 엄청 마음에 들지만 어디 수산시장의 어떤 횟집인지 모르다는 점이 재밌다. 도미 서더리는 가시가 많아서 먹는데 살짝 불편했지만, 국물이 엄청나게 시원하고 얼큰해서 문제 될 일은 없었다. 술이 술술 들어간다.

 

향일암 GS25 편의점
향일암 유일한 편의점

즐거이 술자리를 가지던 중, 술과 안주가 부족해서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비수기에는 편의점이 밤 9시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문을 닫기 전에 후다닥 필요한 것들을 사서 파티를 이어갔다. 즐거운 사람들, 즐거운 장소, 맛있는 음식, 그렇지 못한 날씨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간다.


맑은 날 향일암
떠나는 날 맑은 날씨

'여행이 끝나는 날에는 날씨가 무척 좋아지는 현상'은 정말로 만고불변한 세상의 진리인 것일까? 수평선에 걸쳐져 있는 남해군의 모습은 정말로 억울할 정도로 잘 보였다. 향일암은 정말로 햇빛이 잘 드는 곳이 맞다. 오늘에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구나.

 

뜨레모아 펜션

061-644-0081

전남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9-20

 

 

짧지만 강렬하고 행복하고 맛있었던 여수 여행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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