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현지인/메뉴
<극한으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어느 날, 정말 무심결에 떠난 여수행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여행의 시작이었기에 이동 내내 황망하기만 했다. 운전자의 인도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다 도착한 한 밥집, 여기서의 한 끼 식사 덕분에 어지러운 머릿속이 오직 여수에 대한 궁금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치면 나오는 맛집이라는 곳은 겉은 화려하기만 하고 맛은 그럭저럭인 식당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그럴까? 돌산맛집은 이름도 그렇고 외형도 그렇고 정말 진정한 로컬 맛집의 향기를 강하게 풍겼다. 전라도 토박이인 안내자이자 운전자이며 나의 형님께서 선택한 이 식당의 외형은 그런 모습이었다.
식당 내부에는 혼자서 가볍게 식사를 하는 손님과 막걸리를 푸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메뉴는 간단했다. 식사메뉴로는 찌개가 준비되어있고, 거문도 생갈치를 이용한 조림과 구이 아니면 여수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해산물 안주류가 전부였다. 지역민의 선택과, 메뉴의 종류까지 다 나왔다.
참고로 말하지만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생갈치조림이다. 전라남도식 반찬 구성은 언제나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반찬 가짓수가 정말 많은데도 불구하고 전부 맛있어 보인다. 메인 음식과 공깃밥이 나오기도 전에 우리는 반찬을 하나씩 뜯어먹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확히 무슨 생선인지 모르겠다. 서대구이? 박대구이? 그냥 생선구이? 아주 바삭바삭하고 중간에 묻힌 간장 양념이 심심한 생선구이의 풍미를 확 살린다.
말이 필요 없이 맛있는 꼬막무침. 꼬막무침은 꼬막 자체의 선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양념이 아닐까 싶다. 놀랍게도 달짝지근 짭짤한 것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아, 아직 밥이 안 나와서 상상으로 밥을 크게 한 숟갈 퍼먹었다고 치자. 여기 양념맛이 진짜 좋다.
주문한 메뉴는 갈치조림인데, 무려 갈치구이가 스끼다시로 나왔다. 정말 거대하고 길쭉하다. 살이 아주 통통하고 실해서 먹을 것이 정말 많았다. 예쁘게 갈치를 해체해서 발라서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발라먹었다. 고소하고 담백해서 아주 맛있다.
여수에서 갓김치는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씁쓸한 갓과 매운 양념의 맛의 조합은 정말 강렬했다. 아삭아삭 육즙이 터지는 듯한 갓의 식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중 하나다.
갈치속젓! 처음엔 보고 쌈장인 줄 알았다. 바다내음이 젓갈 속에 꽉 들어차 있다. 조금만 먹어도 엄청 짜기에 흰쌀밥에 슥슥 비벼먹으면 아주 완벽하다. 생고추까지 얹어서 크게 한입 먹으니 짜고 맵고 감칠맛이 폭발한다.
거문도 생갈치조림은 매콤한 향기를 풍기면서 식탁 위에 올려졌다. 정말 놀랍게도 아직 메인 메뉴는 나오지도 않았던 것이다!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도 전에 배가 불러지는 점은 남도식 밥상의 무서운 점이다. 다 익혀서 나왔기 때문에 바로 먹을 수 있다. 잘 익은 무와 감자를 크게 잘라서 나누고, 빨간 옷을 입은 갈치를 덜어왔다.
정말 맛있다! 갈치구이가 심심하고 담백함으로 갈치 본연의 맛을 보여줬다면, 갈치조림은 강렬하고 매콤한 양념으로 생선의 맛이 커다랗게 만들고 있었다. 갈치뿐만 아니라 푹 익어서 몰랑몰랑한 무의 맛은 환상적이다. 매콤한 육수를 쭉 빨아들여서 한 조각으로 밥 한 숟갈을 뜨게 만들었다.
미치겠다. 너무 배부르다.
돌산맛집
061-642-5563
전남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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