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작품도 작품이다
날씨가 슬슬 널뛰기를 시작한다. 아침에는 미친 듯이 추웠다가 한낮에는 땀이 삐질 나올 정도로 더워지는 계절의 경계에 서있다. 일교차가 너무 심해서 옷을 뭘 입어야 할지 고민되기 까지 한다. 그나마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자전거를 타고 영산강변을 따라 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영산강 자전거 종주길은 목포부터 담양까지 연결된 146km에 이르는 자전거길이다. 강변을 따라서 시원시원하게 길이 나있고, 깔끔하게 닦여 있기 때문에 산책과 라이딩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언젠가 모든 인증 지점에 들러서 도장을 받아보는 것이 목표다.
따로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길을 따라서 무작정 페달을 굴렸다. 눈에 다 담기지도 않는 영산강의 하류의 모습을 바라보며 라이딩하는 것은 정말 상쾌했다.
약 40분을 달렸을까 청호리 부근에 위치한 못난이 동산에 도착했다. 작은 동산 아래, 논과 밭밖에 없는 평원에 우뚝 서 있는 흰색 건물은 엄청 눈에 띄었다. 못난이 카페? 난이네 슈퍼? 깔끔한 흰색 건물은 예쁘기만 한데, 무슨 이름이 이렇담.
뚱뚱한 몸매, 작은 눈, 커다란 콧구멍, 우스꽝스러운 입, 누런 피부색까지 꽤나 부담스러운 못난 작품들이 카페 내부에 가득했다. 이곳 못난이 동산은 못난이 아빠 김판삼 조각가의 자택이자 공방이며, 개인 전시관이라고 한다. 못난 것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예술가의 집이었던 것이다.
김판삼 예술가의 작품을 구경하다 보니, 잘난 것과 못난 것의 경계가 흐려지는 후유증이 발생했다. 화장실에서 조차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정말 재미있는 곳이었다.
그렇다. 이곳은 사실 카페다. 그래서 명목상 커피자판기도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믹스커피나 각종 티백, 냉수 등이 후원 혹은 무료로 제공된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이곳에 들러서 잠시 물을 보충하고는 후원함에 남은 현금을 쑤셔 넣고 사라진다.
카페 뒷마당으로 더욱 기괴묘묘(?)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완전히 별세계였다. 작은 동산 아래 높게 지어진 공방에선 무언가 뚝딱뚝딱 망치소리와 날카로운 그라인더 소리가 시끄럽다. 무언가 작품이 깎아지고 있나 보다. 그나저나 저건 기린 맞지?
가만히 밖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으면 못생긴 얼룩 고양이가 슬금슬금 다가와 발목에 자기 뺨을 마구 비빈다. 워낙 붙임성이 좋아서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따뜻한 햇살 아래 고양이 목덜미를 쓰다듬고 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주변에 세워진 조각품들 때문에 이세계의 경계선에 발을 걸친 듯하다.
목적 없는 삶이 끔찍한 이유는 자신의 달리기가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모르고 페달을 무작정 밟았을 때는 그렇게 멀게 느껴지더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짧기만 하다. 그새 구름이 끼면서 저 멀리 있는 영산강 하구둑이 흐릿하게 보인다.
짧은 이세계로의 여행이 끝이 났다.
못난이 미술관
전남 무안군 일로읍 청호리 28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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