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은 라면이다.
날이 밝으니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깨어있는 사람은 나뿐, 적막한 캠핑장에는 파도소리만 들려왔다. 세상에 나만 있는 느낌이다.
달팽이가 소주를 마시면 취할까? 빨간 뚜껑이 라니 정말 센 녀석이다.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으니, 별의별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날씨가 쌀쌀해서 난로를 켰지만,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서 텐트 입구는 커다랗게 열어둔 상태였다. 동료들은 해가 뜨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 난로 위에는 또 감자가 익어가고 있었다.
출출해져서 감자 하나를 까먹었다. 까맣게 타버린 껍질을 살살 떼어내고 젓가락으로 파먹었다. 꽤 오랜 시간 난로 위에 있었는지 엄청나게 뜨거웠다. 고소하고 설익은 맛이 일품이다. 해변을 천천히 산책하면서 오전 내내 시간을 보냈다.
동료들은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기상했다. 해장 겸 아침식사를 준비하려는데, 먹을 것이 역시나 감자와 라면뿐이었다.
후배가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차로 뛰어가더니 '소고기'를 꺼내왔다. 문제라면 이 놈도 이 소고기가 언제부터 차 트렁크에 들어있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음? 냄새는 안 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먹고 죽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조리를 강행했다. 허브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대충하고 알루미늄 포일로 둘둘 말았다. 고기는 총 3 덩이가 있었다.
직화로 구워먹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어젯밤에 번개탄도 전부 사용했고, 석쇠도 너무 더러워서 고기를 올려놓을 수 없었다.
난로의 약한 화력이었지만, 호일의 아름다운 열전도율이 소고기를 빠르게 익혀갔다. 고기의 육즙이 새어 나오면서 삶아지기 시작했지만, 소고기는 어떻게 먹든지 맛있지 않을까? 그런데 고기가 점점 익으면서 시큼한 냄새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미 상했구나.
총 3 덩이의 소고기 중에 2 덩이가 냄새가 무척 심했다. 냄새가 괜찮은 소고기 한 덩이도 의심스럽다고 아무도 안 먹는 것을 내가 전부 먹어치웠다. 살아서 이 글을 쓰고 있으니 괜찮은 고기였나 보다. 남은 고기는 낚시할 때 미끼로 쓰던지 해볼 예정이다.
아침식사는 결국 또 라면으로 종결되었다. 캠핑의 꽃은 역시 라면이지.
겨우 2봉지 남은 삼양라면을 4명이서 나눠먹고 나니 훨씬 더 배가 고파졌다. 감자도 라면도 과자도 일용할 양식이 전부 떨어졌다. 결국 우리는 곰소항으로 나가서 점심을 사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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