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은 등대가 되지 못해
목포에서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던 중, 친한 형님께서 연락을 해왔다. 자신이 오토바이 전국일주를 하고 있는 중인데, 마침 오늘 전라남도 부안군에 도착할 예정이니 합류하지 않겠냐는 이야기였다. 현재 변산반도에 있는 해수욕장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과 함께 사진을 보내왔다. 강렬한 빨간색 사이드카 오토바이가 너무 눈이 부셨다.
우리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출발을 해서 목포를 빠져나갔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약 1시간 30분 동안의 드라이브 동안 본 것은 어둠뿐이었다. 유명한 곰소염전을 지나 구석으로, 구석으로 들어간 것 같다. 해변도로를 타기 전에 곰소항 근처 마을에서 간식거리와 술을 구매했다. 편의점 찾기도 힘든 동네다.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펜션의 불빛이 전부였다. 앞에 파도가 치는 바다인 것은 확실하지만 너무 어두워서 가늠이 되질 않았다. 벚꽃이 피고 지는 봄이었음에도 새벽 밤바다는 상당히 쌀쌀했다. 변산 밤바다!
자정이 넘어서 겨우 도착한 곳에는 작지만 강한 텐트호텔이 세워져 있었다. 우리 말고도 캠핑족이 여럿 더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이동했다. 텐트를 열어보니 형은 혼자서 음악을 틀고선 밤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궁상을 떨고 있었다. 우선 사온 맥주와 안주거리로 가볍게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었다.
전기 랜턴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가스랜턴도 청소했다. 양파망 같은 심지에 불을 붙이는 법이 무척 까다로웠다. 랜턴은 정말 밝았다. 멍하게 쳐다보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듯했다. 아까부터 파도가 어둠 속에서 깨지고 부서지고 있었다.
난로에 기름을 채우고,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했다. 난로는 작았지만, 우리에게 충분한 온기를 나눠주었다. 정말 따뜻하다.
조리를 위해 번개탄은 피웠지만 금방 사그라들었다. 라면을 끓이려다가 불이 팍 죽어버렸다.
얘, 봄 감자가 맛있단다. 알루미늄 포일로 감자를 둘둘 싸서 난로 위에 두었다. 이미 우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익어가고 있었기에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정말 고소하고 따뜻하고 맛있다. 고구마도 당기는걸.
캠핑의 꽃은 역시 라면이다. 양은냄비는 내가 사용하려고 구매한 것인데, 깜빡 잊고 차에 박아두었다가 오늘 꺼냈다. 냄비가 없었다면 호일로 그릇을 만들어서 먹어야 했다. 냄비 최고.
난로의 열은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물이 끓는데 꽤 오래 걸렸다. 하지만 급했던 우리는 물에 살짝 기포가 일어나자마자 면을 넣었다. 면이 다 불어버리겠지만, 오히려 캠핑은 이런 맛이다. 라면은 삼양라면이다.
감자를 까먹고, 라면을 끓이고, 소주를 나누면서 담소를 나눴다. 동이 텄음에도 소곤거리는 술자리는 끝나지 않았다. 나는 술에 취해 까무룩 잠들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또 감자가 구워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밤을 꼴딱 샌 듯하다.
해돋이를 보려고 기다렸는데, 여기가 서해라는 사실을 깜빡했다. 대신 빠르게 밝아오는 하늘과 함께 모항 해수욕장과 수평선을 드디어 볼 수 있었다. 정말 좋은 곳이다.
전라남도 부안군
변산반도
모항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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