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인도 벵갈루루 영어일기
16.05.12 ~ 16.06.13 영어일기

드디어 찾았다.

 

한 달(16.05.12 ~ 16.06.13) 간의 일기를 적어둔 공책을 창고 깊숙한 곳에서 찾아냈다. 놀랍게도 나는 한 달 내내 영어로만 기록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나는, 내가'가 모든 문장에서 반복되고 쉬운 단어만 조합된 낮은 수준의 문장이지만, 당시의 사건이 기억나질 않아서 해석하는데 엄청 오래 걸렸다. 내가 쓰고 내가 모르는 이상하고 무서운 기록이었다. ㄷㄷ


16/05/12/목 - 숙제를 안 했다

인도 벵갈루루 19시의 거리풍경
오후 7시

오늘은 비빔 카페일이 무진장 바빴다. 오전 11시에 출근했는데 오후 4시가 다되어서 도착했으니 말이다. 그 덕분에 돌아와서 숙제를 후다닥 할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졌다. 대화를 나눌 내용이 없기 때문에 상키는 집에 온 지 5분 만에 돌아가버렸다. 상키한테 너무 미안했다. 내일부터라도 열심히 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저녁에는 역시 호수공원에 나가서 운동을 했다. 어제처럼 호수공원에 또 갇힐까 봐 엄청 두리번거리면서 조깅을 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사람들이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국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도 사람까지 함께 있는 것을 보니, 특정 부서의 전체 회식인 듯했다. 한국인과 인도인이 섞여서 한식을 먹는 모습이 무척 색달랐다. 이렇게 대규모 회식이 있는 날에는 저녁식사 메뉴가 다양하고 맛있어 지기 때문에 나도 개이득이었다.

 

16/05/13/금 - 공책 사러 가는 길

메리다 공책
https://www.zazzle.com/merida

어제 숙제를 해놓지 않는 바람에 영어수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숙제를 얼른 끝내겠다는 생각에 아침운동과 아침식사도 생략하면서 열심히 했다. 나중에 배고파서 과일만 조금 얻어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 영어 수업은 SNS의 폐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싸이월드, 관심종자에 이어 인터넷 방송인 신태일 이야기까지 영어로 풀어서 설명하느라고 진땀을 뺐다. 또 '인도 사이다'라는 의미불명의 단어의 뜻을 인도인에게 설명하는 귀중한 경험까지 했다. 금요일이어서 숙제를 왕창 내줬다. See you Monday.

 

늦은 오후, 따로 기록할 공책이 필요해서 가까운 마트에 공책을 사러 갔다. 그런데 오늘은 금요일, 주인이 무슬림이었는지 상점 문이 닫혀있었다. 참고로 이슬람교에서는 금요일이 안식일이자 주일이기 때문에 일요일처럼 무조건 쉰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상점으로 이동했다. 차로 가 본 기억만 있어서 약간 모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상점에 도착하니 다행히 공책이 많았다. 그러나 적당한 표지의 공책들은 전부 재활용 종이를 이용한 질이 나쁜 공책뿐이었다. 볼펜으로 글씨를 쓰다가 글씨 모양 그대로 찢어질 만큼 품질이 나빴다. 문제라면, 종이가 빳빳하고 품질과 좋은 공책들은 디즈니 공주들이 그려진 것뿐이었다. 그나마 하늘하늘하지 않은 메리다가 그려진 공책을 구매했고, 계산하면서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16/05/14/토 - 지루한 정전

정전이 잦은 인도
정전이 잦은 인도

오늘 오전은 만화를 보면서 시간을 죽였고, 오후에는 리포트 과제로 받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볼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정전이 되었다. 정전이 되면 인터넷도 완전히 끊겨버리기 때문에 스마트폰은 먹통이 된다. 오후 내내 너무 지루했다.

 

그러다 언제 잠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저녁 7시를 지나고 있었다. 밖은 아직 엄청나게 밝았지만, 또 호수에 갇힐 것 같아서 저녁 운동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주말이니까 쉬어도 된다고 자기 합리화를 했다.

 

결국 낮잠 때문에 잠이 안 와서 새벽 4시에 잠들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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