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이 먹고 싶어
기름진 내장이 먹고 싶다. 곱창은 얇고 작아서 내가 원하는 내장이 아니다. 지방이 잔뜩 낀 막창이나 대창이 먹고 싶다. 근처에는 곱창집뿐이다. 슬프다. 남악 시내를 지나가다가 이상한 고깃집을 발견했다.
연탄집. 작고 옆으로 치우친 네온사인 간판, 대충 플래카드로 만든 커다란 간판까지 시선을 끄는 집이었다. 특히 플래카드 간판에 적힌 돼지막창 글자가 유독 크게 보인다.
파는 메뉴는 오직 돼지고기뿐인 것 같다. 요새 흔치 않은 연탄구이라니 당장 친구를 불러서 쳐들어갔다.
붉게 달아오른 이십오공탄 연탄이 들어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연탄이다. 연탄의 종류에는 구공탄이라고 불리는 십구공탄과 이 이십오 공탄이 있다. 만드는 공법에 따라 크기와 구멍 개수가 다를 뿐, 똑같이 뜨거운 연탄이다.
김치와 야채만 나와도 감지덕지인데, 기본 반찬들이 꽤나 푸짐하다.
파채무침 대신 어슷파무침 되시겠다. 매콤하고 새콤한 소스에 아삭함을 더했다.
살얼음이 뜬 시원하고 묵사발, 차가운 냉면 육수 베이스에 상추와 도토리묵을 잔뜩 집어넣었다. 추가메뉴로 주문 가능.
계란말이가 기본으로 나오는 집은 이상하게 호감도가 높게 보정이 된다. 밥집이든 술집이든 계란 요리는 언제나 옳다.
돼지 막창으로 시작한다. 내 엄지 손가락보다 굵은 막창 스틱이 연탄불 위에서 춤을 춘다. 너무 둥글둥글해서 불판에서 굴러 떨어지는 춤을 보여주더라. 집게로 잡고 사진을 찍어야 할 정도였다.
속에 꽉 찬 지방이 너무나도 맛있어 보인다. 정말 내가 꿈에서 그리던 모습이다. 뜨거운 연탄불에 녹아내리는 막창의 기름냄새가 정말 미칠 듯이 좋다.
잘 익은 막창을 우선 소스에 푹 찍어서 맛봤다. 내장 특유의 쫄깃쫄깃함 속에서 터질듯한 고소한 기름기가 자극적이다. 살짝 매콤 달콤한 특제 소스는 자칫 기울어진 맛을 바로 세워준다. 감칠맛까지 미쳤다.
소스, 김치에 상추까지 싸서 먹었다. 파무침의 상큼한 맛이 막창의 느끼함을 씻어준다.
다만 막창은 쌈이랑 잘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 입 안에서 야채가 완전히 분쇄되었음에도 막창의 질깃함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맛은 물론 있지만 따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은 삼겹살이다. 계속 막창을 먹고 싶었지만, 데려온 친구가 삼겹살을 워낙 좋아해서 어쩔 수가 없다. 두껍고 아주 신선한 생삼겹살이 나왔다. 막창도 그랬지만 이 집 삼겹살도 정말 예쁘다......!
막창 기름이 스며든 불판에 삼겹살을 올려서 지글지글 굽는다. 연탄불은 새로운 기름 덕분에 아직까지도 불타오르고 있다.
직화로 구운 삼겹살 특유의 담백한 불맛이 정말 좋다. 연탄으로 구우면 독특한 향이 더해져서 훨씬 맛있어진다. 살짝 건강에는 염려되는 새까만 느낌의 맛이긴 하다. 막창보다는 못하지만 기름진 육즙이 정말 맛있다.
삼겹살은 역시 쌈장과 파김치를 듬뿍 넣어서 상추쌈을 먹어야 제맛이다. 막창에서 충족하지 못했던 쌈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마무리는 갈매기살이다. 슬슬 배불렀지만, 소주가 조금 남아서 어쩔 수가 없다. 연탄불에 볶듯이 지져먹는 갈매기살은 옛날 생각을 나게 만들더라. 대학생 시절 싸고 양이 많은 고기 안주는 갈매기살이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갈매기살로 연탄의 마지막 불꽃을 태워본다.
우선 내장을 먹고 나서야 살코기를 즐기다니, 마치 육식 맹수가 된 듯하다. 내장도 뱃살도 횡격막도 맛있는 집이다. 매일 밤 12시에 마감을 해서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점이 너무나도 아쉽다. 또 막창 먹고 싶다. 진짜로.
연탄집
061-282-2453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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