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이
지금까지 가봤던 목포 한정식집은 전부 번화가나 관광지 근처에 있었다. 그랬기에 다원 한정식을 방문하기 위해 지도를 봤다가 당황했다. 주택가에 식당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식당 주변에는 일부 상점을 제외하곤 전부 주택뿐이었다. 식당조차도 가정집을 개조한 듯했다. 오히려 맛집처럼 보이는 주변의 풍경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주차였다. 식당 옆에는 1대의 차를 댈 공간이 있었지만, 골목이 좁아서 여의치 않았다. 그나마 가까운 골목 끝에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관상식물과 꽃이 가득한 마당을 지나고, 후원이 보이는 복도를 지나서 주방 옆에 위치한 룸으로 안내되었다.
할아버지가 텔레비전을 보시던 시골 안방이 생각나는 곳이었다. 나전칠기 자개농은 진짜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엄청난 색깔과 개수를 자랑하는 담금주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저 새까만 술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한정식
2인 - 80,000원
4인 - 140,000원
( 계절 메뉴 추가 시 +a )
※4인 이상 1인당 35,000원 +a 추가※
굴비 정식 1인 - 20,000원
우리 그룹이 주문한 것은 한정식 5인상 그리고 육회낙지탕탕이와 전복회를 추가했다.
남도 한정식의 특성상 음식의 가짓수가 정말 다양하다. 되도록이면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을 하면 빠르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목포식 한정식 특징은 마치 코스요리처럼 진행된다. 한 번에 다양한 음식이 깔리는 것이 아니다. 날 음식, 익힌 음식, 곡기, 후식 순으로 마치 파도처럼 음식이 몰려온다. 시작은 신선한 해산물과 각종 생선회다.
우선 따뜻하고 달달한 호박죽으로 입가심을 한다. 심심하고 따뜻한 호박의 단맛이 참 좋다.
오늘의 술은 전라남도 소주의 보해 잎새주, 다른 소주보다 살짝 강한 알코올향을 가지고 있다.
꼬치에 통낙지 한 마리를 돌돌 말아서 그대로 데쳤다. 흔히 접하지 못하는 모습의 음식이라 먹는 것도 맛도 생소하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단짠단짠 소스가 참 맛있다.
전복을 굽거나 삶아서는 먹어봤지만, 회는 난생처음 먹어 본다. 놀랍도록 쫄깃한 식감이 아직까지도 떠오를 정도다. 바닷물 같은 육즙이 폭발한다. 신선하고 맛있다.
민어는 고급진 식감과 살짝 붉은빛을 띠는 흰 살 생선이다. 목포에는 민어거리가 있을 정도로 쉽게 접할 수 있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에 미친듯한 맛을 뽐낸다. 흰살 생선주제에 기름지다니!
꼬막 크기가 대단하다. 짭짤한 양념장과 쫄깃하게 데쳐진 꼬막살이 너무 맛있다. 저거 다섯 알이면 밥 한 공기는 없어질 텐데, 아쉽게도 몫은 하나씩이다.
회무침일 줄 알았는데 입가심용 야채무침이었다. 아삭아삭!
새우 소금구이, 솔직히 말하면 새우는 껍질을 너무 까기 귀찮다. 머리만 떼고 껍질째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키틴질이 의외로 고소하다.
남도식 한정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홍어회, 나조차도 한 점 이상은 고역이다. 홍어회와 수육, 김치까지 삼합으로 후다닥 먹어 치웠다. 직접 먹는 것보다, 홍어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 발버둥 치는 모습이 제일 즐겁다.
회나 해산물을 초장에 찍는 것은 죄악이다. 하지만 오징어 숙회는 초장이 아니면 뭔가 이상하다. 쫄깃 새콤한 맛은 최고다.
목포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 바로 낙지탕탕이다. 육회까지 섞으면 정말 고급지고 비싼 음식이 탄생한다. 날고기와 생낙지가 이렇게 어울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쫄깃한 식감과 참기름의 고소함으로 모든 것을 때려 부순다.
차가운 음식을 먹었다면 이제 따뜻한 음식 차례다. 다양한 생선과 고기를 찌거나 굽거나 익힌 음식들이 나온다.
동그랑땡, 호박전 등의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부침개와,
다양한 생선구이와 튀김까지 나온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메뉴는 소갈비찜이다. 갈비찜은 언제 어디서 먹어도 맛있다 보니 익힌 요리 중 가장 인기가 좋았다. 육고기 메뉴가 적다 보니 유일하게 추가주문한 메뉴였다.
여기까지 대략 20가지의 음식들을 먹었다. 비록 각 음식은 적은 양이었지만, 가짓수가 많다 보니 상당히 배부르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순서는 식사다. 지금까지는 고기와 생선 요리를 즐겼을 뿐, 곡기는 하나도 나오질 않았다. 빈 그릇을 치우고선 다시 10가지의 밑반찬으로 상이 차려진다. 여기에 쌀밥과 시래기된장국이 제공된다.
5인분이라고 하기엔 반찬의 양이 적고, 밥도 반 공기만 준다. 정말 다행히도 우리가 배부른 것을 아는 눈치다.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 후식 음료로 수정과가 제공된다. 씁쓸 달콤한 계피향만 맡으면 정말 끝이다!
끊임없이 몰려오는 음식은 너무 즐거우면서도 부담스러웠다. 다양한 해산물과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최고다. 조금 여유롭게 조금 느릿하게 즐기면서 먹는다면 정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방문했었던 여러 한정식 집 중에서, 다원한정식은 가장 집 같은 곳이었다. 진짜 가정집에 차려진 식당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음식 자체가 익숙하고 따뜻했다. 또한 다른 한정식집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다원한정식
061-272-8777
전남 목포시 용당동 1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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