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땅 끝
우리나라에서 해가 지는 방향은 남서쪽이다. 서해안이나 남해안을 가면 쉽게 일몰과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에서 황혼을 보고 싶어 져서 무작정 우리나라 서쪽 땅끝에 가보기로 했다.
신안군의 천사대교는 7.224km의 국내 4위의 길이를 자랑하는 대형 교량이다. 내륙에서 가장 가까운 압해도와 바로 옆의 암태도를 잇고 있다. 천사의 의미는 섬의 개수를 의미하는 1004라고 한다. 약 10분 동안 마치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느낌을 준다.
목포에서 압해도, 암태도를 거쳐 자은도에 들어섰다. 자은도 분계해변은 신안군 초입부터 1시간 가까이 걸릴 정도로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지도에 찍힌 내 위치 GPS가 바다 위에 서 있는 듯하다. 정말로 대한민국에서 육로로 갈 수 있는 서쪽 땅 끝이었다.
분계해변을 산책하다가 발견한 카페 여인송. 카페 내부에는 편의점과 바로 옆에는 횟집까지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배치가 널찍하고 가구가 예뻐서 여유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평일 오후여서 그런가 손님은 내가 유일했다.
섬이라고 하기에 애매하고, 육지라고 하기에 애매한 이곳의 커피 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 차를 타고 이곳까지 오면서 왠지 모르게 오지로 향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 때문일까, 커피 가격이 신기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해변을 소나무 벽이 가리고 있어서 바다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햇빛이 덜 따가운 점은 좋다. 해님의 홍조가 완전히 붉어지기까지 노트북을 두들기면서 시간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지기 시작했다.
이런, 수평선 부근에 구름이 꽉 들어찼다. 제일 붉은색인 마지막 일몰의 모습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온 붉은빛을 바라보면서 아쉬움을 삼킨 채, 분계해변을 떠났다.
다시 만나게 된 천사 대교, 밤 시간에는 현수교 전체가 알록달록한 빛을 내고 있었다. 워낙 거대한 교량이다 보니, 옆모습을 보면 무척 웅장하고 예쁠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목포역 근처의 김정림해장국에서 콩나물 국밥 한 그릇 먹고 집에 왔다.
카페 여인송
061-246-0222
전남 신안군 자은면 백산리 8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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