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담긴 술잔
포차 달달한 밤 - 시간은 먼저 가라 그래, 밤은 길잖아. 이 슬로건을 보자마자 이상하게 이과적 감성으로 너무 거슬렸다. 같은 시간 개념인 '시간'과 '밤'이 따로 노는 것은 문학적 허용으로 충분히 이해한다. '시간'은 의인화해서 동적인 표현을 하는 반면에 '밤'을 시간 개념 혹은 무생물로 표현함으로 혼란이 온다. 두 표현 모두 의인화하거나 대비를 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시간은 먼저 가라 그래, 밤은 내 곁에 있잖아 // 시간은 뒤돌아 봤지만, 이미 달밤과 함께
글쓴이의 허튼소리였습니다.
유달산 아래, 목포대교가 아주 잘 보이는 바닷가 맛집이 있다. 어떻게 이곳에 건물을 지었는지 의문일 정도로 목포 앞바다의 훌륭한 경치가 잘 보이는 곳이다. 목포대교, 목포해양대, 목포항, 유달산 등 목포의 명소가 전부 보이는 명당이다.
바닷가 술집이니만큼 다양한 회나 초밥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다양한 탕과 튀김류도 물론 판매 중이다.
조개구이, 해물전골, 모둠회, 조개찜, 모둠 해산물 등 해물요리를 메인 메뉴로 두고 있다. 방어나 굴 등의 시즌 한정 메뉴도 맛볼 수 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조개구이와 모둠회(사시미), 다양한 해산물들을 날로 먹고 구워 먹고 신난다. 마음이 점점 들뜨기 시작한다.
두부, 김치, 소시지, 단무지 살짝 보잘것없어 보이는 밑반찬에 노을빛과 바닷바람이 스며든다.
포차 달밤에서는 바닷가가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서 조개를 구워 먹을 수가 있다. 야외 테이블은 인기가 좋아서 저녁시간 대에는 자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다행히 일찍 방문했기에, 목포대교가 가장 잘 보이는 구석자리를 배정받았다.
숯에서 피워내는 강한 불꽃에 조개가 살금살금 익어간다. 조개에서 새어 나온 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위에 얹힌 치즈는 스르륵 녹는다. 따뜻한 바다 냄새가 이리저리 날뛰고 있다. 맛있겠다.
가리비 몇 개, 키조개 두어 개, 잡 조개 여럿, 조개 그라탱 하나, 그리고 가격은 아주 비싸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구워 먹는 조개는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가성비는 나쁘고 감성비는 좋다.
커다란 조갯살을 똑 떼서, 한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는다. 조개에서 나온 바다향 육즙과 치즈가 만나니까 묘한 맛을 낸다. 맛있다! 남아있는 관자가 맛있어 보여서 껍질을 숟가락으로 박박 긁다가 옆사람이 눈치를 준다. 크흠, 아직 멀쩡한 조개가 많이 남아서 그것부터 먹고 보자.
황혼이 지고,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하면 목포대교에 알록달록한 조명들이 점멸한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더욱 밝게 빛나면서 목포대교 전체를 장식한다. 강 너머에 있는 고하도에서 시작한 불빛이 목포대교를 타고 파도타기 하듯이 차례대로 반짝이는 모습도 장관이다.
다음 메뉴는 모둠회다. 광어, 연어, 우럭 등 기본적이지만 다양한 회가 나온다. 회보다 장식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 이 메뉴도 감성비가 뛰어나다.
고소한 연어와 쫄깃한 광어회는 소주와 정말로 잘 어울린다. 조개구이로 술잔에 노을을 채웠으니, 이젠 술잔에 소주를 가득 채울 때다. 회 맛은 무난하게 맛있었다.
술과 분위기에 취했으면, 안주가 무슨 상관일까? 목포항에서 출발하는 커다란 제주행 여객선을 보면서 마치 여행을 떠나듯 술 한잔을 들이켠다.
어제는 영산강 상류에서 한 잔, 오늘은 영산강 하류에서 한 잔, 내일은 서해바닷가에서 한 잔. 물길 따라, 술길 따라.
[전라남도, 신안군] 노을이 아름다운 서쪽 끝 해변카페, 여인송 (1) | 2022.05.22 |
---|---|
[전라남도, 무안군] 엄마 밥상같은 생선구이 맛집, 유달탕찜 (0) | 2022.05.20 |
[전라남도, 목포시] 뒷개와 생고기, 팔금식육식당 (0) | 2022.05.09 |
[전라남도, 무안군] 중식코스요리를 이 가격에?, 글로리반점 (1) | 2022.05.06 |
[전라남도, 목포시] 얼큰한 샤브샤브 칼국수, 옥암칼국수 (0) | 2022.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