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 vs 짬뽕
집 앞 중국집에 질렸던 우리는 조금 발품을 팔아서 남악까지 왔다. 남악에도 많은 중국집이 있었지만, 유독 깔끔하고 밝은 외관에 '밥이 공짜' 라는 광고판을 보고 학동반점에 홀리듯이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는 몰랐다. 여기서 식고문에 가까운 엄청난 양의 중화요리를 먹을 줄은......
학동반점 내부는 점심시간이라 아주 어수선했다. 주방은 뜨거운 열기가 흘러나왔고, 홀에도 사람이 꽉 차 있었으며, 배달기사들은 들락날락 끊임없이 음식을 픽업했다.
메뉴 구성은 단출했다. 짜장과 짬뽕, 볶음밥, 탕수육이 전부였다. 중화요리 전문점이지만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로 선택과 집중을 한 듯하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차돌짬뽕 하나에 쟁반짜장(2人) 하나, 탕수육 작은 것 하나다. 참고로 우리는 절대 곱빼기를 시키지 않았다.
가장 먼저 탕수육이 나왔다. 흰색 튀김옷의 찹쌀 탕수육 아닌 일반적인 탕수육이었다. 튀김옷만 맛있는 찹쌀 탕수육보다 잘 튀긴 일반적인 탕수육이 훨씬 맛있다. 냄새는 무척 좋다.
달콤한 향을 내는 탕수육 소스는 특별하진 않았다. 기타 잡스러운 야채나 과일말고 양파만 썰어 넣은 것도 무척 마음에 든다. 앗, 그릇 모양이 그릇을 따라서 흐르지 않는 부먹에 특화된 형태다. 그냥 냅다 부어버리자!
부먹과 찍먹은 중요하지 않다. 학동반점의 탕수육이 상당히 맛있다는 점에만 주목하면 된다. 달콤한 소스와 바삭한 튀김이 만나서 정말 맛있다. 바삭바삭.
이어서 정말 커다란 그릇에 차돌짬뽕이 나왔다. 정말 많은 면과 건더기, 차돌박이가 보인다. 위에도 말했지만 곱빼기를 시키지 않았다.
차돌 짬뽕의 장점은 고기와 면을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기름진 차돌박이 때문에 매운맛이 중화된다는 점이다. 살짝 밋밋해지는 국물은 슬프지만, 그에 비례해서 고소하고 쫄깃한 차돌박이는 일품이다. 후루룩 쩝쩝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더라. 보통 짬뽕인 학동 짬뽕 맛이 진짜 궁금해지는 그런 맛이었다.
엄청난 양의 쟁반짜장이다. 2인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접시에 면과 재료들이 가득가득 담겨있다. 반은 고기가 든 짜장 소스였지만, 다른 편의 반은 매콤한 유산슬 느낌의 해물 가득한 정체불명의 걸쭉한 소스였다. 감칠맛이 넘치고 탱글탱글 새우가 마구 씹히는 것이 아주 맛있는 소스다.
두 가지 소스를 섞어서 육지와 바다를 이어준다. 섞이는 순간 매콤하고 감칠맛 넘치는 새로운 짜장 소스가 완성된다. 이것을 면과 함께 후루룩 먹으니 정말 맛있다. 새우와 고기가 마구 씹히는 식감도 즐겁다. 소스에 밥을 비벼먹으면 진짜 맛있을 것 같다.
밥을 무료로 먹을 수 있다는 광고에 혹해서 들어온 곳이지만, 너무나도 배가 불렀기에 흰쌀밥은 생각조차 나질 않았다. 평소의 우리라면, 3인분 식사에 탕수육이면 아주 쉽게 먹어치웠을 텐데, 정말 힘들었다. 맛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열심히 먹지도 못했을 양이다.
짬뽕보단 쟁반짜장이 더 마음에 들었다. 맛도 좋고 양도 많아서 정말 행복한 식사였다. 남악 맛집 인정.
학동반점
061-284-2223
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2201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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