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랑
맛이
미쳤어요!
닭강정을 깔끔히 처리한 뒤, 오룡에서 남악으로 이동했다. 목포여행이라고 했지만 무안에서만 돌아다니니까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냥 전라남도 탐방이라고 하자.
우리는 무작정 남악에 산다는 대학 친구의 자취방으로 쳐들어갔다. 대충 열흘 동안 얹혀살 예정이기 때문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었다. 그리곤 와이파이 데이터를 축내면서 방바닥을 덥히면서 시간을 보냈다. 집주인은 일을 마치고 자정이 다되어서야 귀가를 했다.
곧장 술판이 벌어졌다. 대학교에서 서로 만나 술만 먹었으니, 다른 지방에서 만나서도 먹을 것이 술밖에 더 있을까. 진짜 맛있는 국밥집이 있다고 당장 주문을 하더라. 서울과 고향에서 먹은 국밥 종류만 해도 세 자리를 넘는데, 배달 국밥이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조차도 안 했다. 국밥집의 이름은 '이것이 국밥이다'. 상호명을 쓰는데, 끝에 온점을 자꾸 쓰게 만드는 당황스러운 이름이었다. 약 40분 뒤에 도착한 국밥의 냄새가 정말 고소해서 그런가 허기가 졌다. 두세 시간 전에 기름진 닭강정으로 배를 이미 가득 채웠는데 당황스러웠다.
밑반찬은 적당히 평범했다. 깍두기는 달달하니 얼큰한 국밥에 잘 어울릴 것 같았고, 나머지 반찬 역시 적은 양이지만 강한 맛으로 입가심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았다. 그나마 리뷰 이벤트로 받은 계란장은 꽤 맛있었다. 청양고추가 둥둥 떠있는 달콤 짭짤한 간장에 담긴 찐계란은 언제나 옳다.
이것이 국밥이다의 메뉴는 돼지국밥, 순대국밥, 내장국밥 등 해장국류는 모두 판매한다. 특히 추천하는 메뉴는 돼지국밥에 매운맛을 추가해서 먹는 것이다. 매운맛과 꽤 매운맛 두 가지가 있으니 선택해서 먹을 수 있다.
돼지국밥 +찐만두 8p 세트(11,900원) + 고기추가(2,500원) + 얼큰 매운맛 추가(1,000원) = 15,400원
뚜껑을 열자마자 사골 냄새와 고소한 기름 향이 강하게 풍겼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국물의 양이었다. 고기추가를 안 해도 이 정도 양이라니 국물만 먹고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하나만 시켜도 소주 안주로는 정말 완벽하겠다.
국물뿐만 아니라 건더기도 정말 실했다. 건더기 부피 때문에 국물의 양이 많은 것이 아닐까도 생각되는 양이었다. 돼지고기, 부추, 파, 청양고추, 콩나물 등이 들어있었다. 역시 전라도일까? 콩나물이 돼지국밥에 들어가는 것은 생소했다. 하지만 아삭아삭한 콩나물이 돼지고기랑 어울리지 않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더 맛있지.
우선 밥 한 공기를 말아서 국물이 스며들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플라스틱 대접에서 넘칠듯한 국물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소주를 한 잔 마시고, 국물을 한 숟갈 떠먹었다. 엄청나게 진한 맛이다. 매운맛과 진한 육수가 어우러져 방금 먹은 알코올 향을 씻어내 버렸다. 그리고 매운맛이 얼큰한 정도라서 그렇게 맵지 않아 정말 좋았다. 다음 소주 한 잔이 미친 듯이 당기기 시작했다. 진짜 맛있다는 말이 육성으로 새어 나왔다. 아주 강렬한 맛이 조미료 맛이긴 했지만, 맛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국밥을 먹으면서 며칠 전에 먹은 월강돼지국밥을 이야기했다. 서울에 꽤 오래가질 못한 친구는 월강의 돼지고기 맛을 그리워했다. 물론 월강도 진짜 진짜 맛있지만, 이렇게 강렬한 맛은 나질 않는다. 그냥 서로 다른 영역의 맛있는 돼지국밥이라고 받아들였다. 이상하게 월강돼지국밥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찐만두는 종류가 여럿이어서 행복했다. 단품으로 주문하면 4,500원, 세트로는 3,900원 정도 하는 것 같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갈비만두, 새우만두가 각각 2개씩 들어있는 구성이다. 속이 비치는 얇은 만두피 덕분에 훨씬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물론 맛도 아주 좋았다. 강렬한 국밥과 같이 먹기에는 아주 좋은 구성이었다.
큰일이다. 안주가 좋으니 소주잔이 도는 속도가 점점 붙기 시작했다. 냉장고 속의 술은 금방 떨어졌고, 후배가 편의점에 가서 소주를 쓸어왔다. 유리병은 치우기 귀찮아서 대용량 페트병으로 사 왔단다. 오우, 천잰데?
목포여행의 첫째 날은 맛있는 국밥과 소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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