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190125 오스트리아 빈 날씨
190125, 베네치아 -> 빈, 맑은 뒤 흐림, 7일차


 어제 마트에서 사 온 빵과 음료를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간단하게 식사했다. 호스트는 이미 출근을 했는지 숙소는 조용했다. 테라스에서 나풀거리면서 햇살을 듬뿍 받고 있던 세탁물을 거둬서 차곡차곡 배낭에 집어넣었다. 오전 10시에 메스트레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로 예약했다. 환승 없이 곧바로 빈에 도착하는데, 예상시간이 오후 5시이다. 또 해가 진 도시의 모습이 첫 모습이 될 예정이다. 로마에서처럼 여유 부리지 않고 플랫폼에 미리미리 10분 전에 가 있었다. 살짝 연착했지만,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발자국을 떼고선 열차에 탑승했다.


내 일기장
밀린 일기를 쓰는 중

깜빡 잊고 쓰지 못한 짧은 이야기를 적는 여분 페이지를 꼭 남겨둔다.

 열차에 타서 가장 먼저 끝내야 할 업무는 밀린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무려 21일(나흘 전) 콜로세움을 보러 간 날짜까지만 쓰여있었기 때문에, 거의 3-4일이 밀려있었다. 가끔 창 밖을 바라보다가 소설도 읽고, 글을 쓰면서 여유로운 기차여행을 즐겼다. 저 멀리에 있는 산맥에서 눈이 쌓여있는 것이 보였다.

 

이탈리아 기차여행 풍경1
멀리서 보이는 알프스산맥
이탈리아 기차여행 설산
저게 알프스 산맥은 아니겠지?

 점심은 출발하기 전에 미리 구매한 맥도날드로 해결했다.

 

이탈리아 기차여행 풍경2
이탈리아 Udine 역
국경 근처 도시인 UDINE


 기차가 국경을 지나자 외교부에서 보낸 각종 안내 문자들이 휴대폰으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또한 와이파이 도시락이 갑자기 신호가 끊겼다. 기차 내부에도 와이파이가 있었지만, 품질이 좋지 못해 도시락을 계속 쓰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곧 다른 신호를 잡더니 연결이 되었다. 국가 간 계약된 통신사가 다르면 재설정을 위해 잠깐 끊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눈 앞에 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국경 설산
오스트리아 국경 설산2
오스트리아 눈 덮힌 국경마을

오스트리아 Villach 역
오스트리아의 국경에 있는 필라흐

 베네치아에서 국경을 넘는 것보다 필라흐에서 빈까지 가는 길이 훨씬 멀었기 때문에, 꽤나 지루한 여정이 될 것 같다. 장장 7시간의 기차여행 중 일기를 전부 썼느냐? 22일 남부 투어만 겨우 끝내 놓고 딴짓하면서 놀았다. ㅋㅋ 언제 다 쓰냐 진짜...

 

오스트리아 Porschach am Worthersee 역
오스트리아 Klagenfurt 역
오스트리아 Unzmarkt 역
오스트리아 Knittelfeld 역
오스트리아 Bruck an der Mur 역
지나온 오스트리아의 도시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차가 정차했을 때, 우리는 흡연을 시도했다. 기차가 멈추고 하차를 한 뒤, 최대한 기차의 움직임과 승무원의 눈치를 살핀다. 얼마나 정차하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 재빠르게 끽연 후에 다시 탑승을 하기로 했는데, 자동문이라서 그런지 자꾸 닫기는 것이 아닌가? 닫힐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서 한 명은 내려서, 한 명은 문에 걸쳐서 빠르게 흡연했다. 모든 짐과 외투가 기차 내부에 있었기 때문에 우릴 버리고 떠나간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말 멍청하고 무모한 것 행동이었지만 긴장감이 지루한 여행을 깨웠다.

(2019년 당시 오스트리아에서는 기차역 플랫폼에 재떨이도 있고, 흡연이 가능했다.)


 17시 30분, 우리는 드디어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도착했다. 날씨는 벌써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미친 듯이 추웠다. 찬 바람이 쌩쌩 불었으며, 장갑을 낀 손은 너무 시렸다. 바로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고 싶었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 예약한 에어비엔비의 호스트가 일이 있어서 밤 21시 30분이 되어야 우리를 맞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선 역 근처나 내부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빈 중앙역 내부
wien H.F 역 내부

 아침 점심을 전부 빵으로 해결해서 그런가, 쌀과 면이 먹고 싶었다. 역 내부 지하 1층에 있는 동남아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종류를 선택하고, 면인지 밥인지 선택, 고기 종류, 사이드 메뉴, 음료까지 마치 서브웨이에서 주문하는 것 같았다. 인디카 쌀이라서 나풀거리긴 했지만, 오랜만의 쌀밥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빈 맛집 크리스피치킨라이스
빈 맛집 스파이시커리누들
크리스피치킨라이스, 스파이시커리누들


 짐을 락커에 넣어두고 근처에 관광을 다니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우리를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포켓몬고 레이드였다. 이탈리아에서 우리끼리 힘들게 도전했던 기억 때문에 솔직히 열기가 반 이상 식어있었다. 그런데 마침 역 앞에 꼭 붙어서 2개나 출몰한 것이 아닌가? 혹시나 싶어 기다렸다가 알이 부화되자마자 레이드에 입장했다.

아니, 이럴수가!!! 무려 10명이 넘는 인원이 입장해서 우리와 함께 싸우고 있었다. 나와 형님은 상당히 놀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금발머리 아주머니, 수염 난 배불뚝이 아저씨, 안경 낀 여학생 등 대략 7명의 인원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천천히 다가가 짧은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고, 추운 날씨에도 그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응대해주었다. 솔직히 대화가 10% 밖에 통하지 않았지만, 타지에서 처음 만난 그들과 어울리면서 Wien H.F 역 주변을 싹 쓸어버렸다. 약 1시간 반 동안 대화와 게임을 반복하면서 총 4개의 레이드를 성공했고, 좋은 몬스터가를 잡으면 서로 콩구레추레이션! 을 외치면서 즐거워했다. 역시 이탈리아가 이상한 것이었다!!!!

 

빈 중앙역 앞 공원 조형물
역 앞 공원에 있는 조형물

 밤이 깊어지니 날씨가 더욱 추워지고 레이드는 더 출현하지 않아서 동료들과는 헤어지게 되었다. 무거운 배낭과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도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추위는 이기지 못했다. 맥카페에서 몸을 녹이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올리브영같은 드러그스토어에서 물과 음료를 구매하기도 했다.


 9시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오스트리아 지하철은 개찰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단순히 펀칭 기계와 통로를 구분 짓는 철제 손잡이만 존재했다. 우리나라처럼 입구를 막지 않고 완전히 개방해 둔 것이다. 물론 불시에 검표를 하겠지만, 무임승차가 무척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숙소는 꽤나 외곽에 있는 Kagraner Platz 역 근처에 있었다. 문제라면 오스트리아의 새로운 주소체계를 숙지하지 못했다는 점인데, 31/23 이 숫자 조합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여전히 에어비엔비 앱에서 제공하는 구글맵은 애매한 위치만 찍어서 우리를 인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31번지 건물의 23호이라는 뜻이었다. 미친...... 그러니까 지도가 못 알려주지.

 

오스트리아 빈 에어비엔비 숙소 복도
거울의 방

겨우 도착한 곳은 꽤나 깨끗하고 고급진 연립주택이었다. 23호니까 2층에 있겠거니 싶어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커다란 거울만 서 있고, 아무것도 없어서 지나쳐서 다음 계단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거울 속에 갑자기 어떤 사람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뭐임?? ㄷㄷㄷㄷ 거울로 착각한 것은 큰 유리로 된 문이었다. 어떻게 아무도 우리의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친 걸까?

 젊은 중국인 부부가 우리를 맞아줬다. 집은 정말 깔끔하고 좋았지만, 문제라면 너무 호스트와 밀접한 공간인 것 같다. 로마나 베네치아에서는 확실하게 구분되어있는 공간이었는데, 이번 집은 그냥 아파트의 작은 방을 우리한테 준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에어비엔비의 모습이긴 했다. 남은 방을 외부인에게 셰어 하는 것. 하지만 우리는 너무 불편했다. 화장실도 중국인 부부가 앉아서 쉬는 거실을 지나서 현관 앞에 있는 화장실로 가야 했다. 흡연을 하려면 문을 총 3개나 따고 내려가서 다시 올라와야 했는데, 심지어 23호의 문이 여는 법도 어렵고 잘 열리지도 않아서 호스트가 도와줘야 했다. 끙.... 다행히 2박 3일 일정이었기에 두 밤만 자면 된다지만.... 벌써부터 불편함이 온몸을 기어오른다. 그래도 긴 기차여행과 짐을 전부 싸들고 돌아다녀서 피곤했던 덕분인지 불편함을 느끼기도 전에 바로 잠들었다.

 

오스트리아 빈 에어비엔비 숙소
아기자기한 숙소

 


19/01/25 베네치아 -> 빈 지출내역

 

베네치아

-아침 맥도날드 더블 치킨버거 : 2.7 x2 = 5.4 eu

-물 + 음료 : 0.8 + 1.2 = 2.0 eu

 

-저녁 태국음식점 : 7.9 + 7.5 = 15.4 eu

-맥카페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 2.6 eu

-빈 지하철 요금 : 2.4 x2 = 4.8 eu

-물 + 주스 : 2.04 eu

 

총 32.24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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