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경북 청송군 주산지 왕버들
경북 청송군 주산지 왕버들

 주산지는 산 위에 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 기슭에 있는 커다란 호수이다. 주왕산에 있는 호수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숙종-경종대에 만들어진 인공호수이다. 산속에 있는 호수라는 모습 자체로도 아름다운 관광지이지만,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가장 큰 이유라면 바로 왕버들이다. 버드나무가 뿌리와 밑동까지 호수에 완전히 잠겨있는 모습은 정말 신기하다. 300년에 가까운 수령을 자랑하는 왕버들은 주산지 곳곳에서 총 28개의 개체가 있다. 특히 버드나무가 물을 좋아하긴 해도, 물에 잠겨서 생존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주산지 왕버들은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출처: 주산지 왕버들 설명판-

 

 이번 글은 전부 누돈누산, 누나 돈으로 누나가 산 솔직 후기입니다.

 


 9월의 어느 날, 누나가 청송으로 가족여행을 기획했다. 아버지의 생신을 겸해서 거의 7년 만에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직장을 마치자마자 누나는 밤늦게 귀향했다. 밤새 부슬비가 계속해서 내렸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다행히도 비가 그쳤다. 하루 동안 홀로 집을 지킬 강아지에게 인사를 한 뒤, 축축한 모래바닥을 밟고선 차에 올랐다. 오늘은 아버지의 생신이자 오랜만의 가족여행이기도 하지만, 나의 첫 장거리 운전 데뷔날이기도 하다. 속도 유지를 위해 엑셀레이터를 지그시 밟고 있는 오른 다리가 긴장감에 뻐근했다. 아버지는 정속 주행에 지루해하시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실수로 진입로를 지나치는 바람에 뒷좌석에 있는 어머니께 엄청난 양의 걱정 어린 잔소리를 들었다. 청주-영덕 간 고속도로는 지겹게도 터널이 엄청나게 많은 고속도로였다.

 

경북 청송군 주산지 주차장
비가 내리고 있는 주산지 주차장
경북 청송군 주산지 안내판1경북 청송군 주산지 안내판2
청송군 정보 안내판

 청송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가 살짝 넘은 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기에 애매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바로 주산지로 향했다. 청송에 진입할 때부터 비가 엄청 내리기 시작했었는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더 강렬하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선견지명으로 우산은 인원수에 맞게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점은 정말 다행이었다. 차 안에서 잠시 동안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주차장에서 주산지까지 15분거리경북 청송군 주산지 차량이용불가
걸어서 1km를 이동해야한다.
경북 청송군 주산지 오르는 길
주왕산국립공원 주산지 가는 길

 하지만 전혀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비를 맞으면서 산을 타는 것은 조금 짜증이 아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우산을 쓰고 차 밖으로 나갔다. 비가 오는 날, 주산지에 가면 조금 특별한 모습을 목격할 수도 있다고 한다. 바로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물안개를 말이다.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국립공원 내부로 진입했다. 입구 근처 노점상에서 나는 사과 내음이 참 향기롭다. 주산지에는 입장료는 따로 없다.

 

경북 청송군 지질명소 주산지경북 청송군 주산지 뱀물림 주의
네? 뱀이오??
경북 청송군 주산지 마스크착용권고 현수막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산을 탄다
경북 청송군 주산지 가는 길
주산지 가는 길

 점심시간이 가깝고, 비가 내려서 그런지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내려오는 3팀 정도를 마주쳤으며,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들이 3팀 정도였다. 우산 때문에 자연스럽게 거리두기가 되었고,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천천히 산을 오르내렸다. 정말 기쁘게도 비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경북 청송군 주산지
주산지

 잠시 후, 주산지에 드디어 도착했다. 오르는 동안 비는 전부 그쳤지만, 대신 강한 호수 바람이 몰아쳤다. 우산이 뒤집어질 것 같아서 얼른 접었다. 주산지의 첫 감상은 그냥 넓은 호수라는 느낌뿐이었다. 아쉽게도 물안개는 피어있지 않았다. 

 

경북 청송군 주산지 나룻배
주산지의 나룻배

경북 청송군 주산지 내부진입로
주산지 내부 진입로

 주산지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꽃이 피기 시작하는 초봄, 푸른 녹음이 강렬한 생명력을 내뿜는 한여름, 단풍이 지기 시작하는 가을 중반, 그리고 눈이 무진장 많이 내린 후의 겨울이다. 계절의 색채가 강렬한 시기 전부가 주산지의 하이라이트다. 그런데 우리는 사실상 가장 애매한 날짜에 온 것이다. 모든 계절을 빗겨나간 어정쩡한 늦여름, 그것도 비 내린 이후에 도착했으니 무척 밋밋해 보일 뿐이었다. 

 

경북 청송군 주산지 왕버들경북 청송군 주산지 왕버들
물 속에 있는 왕버드나무

 주산지에서 센터를 맡고 있는 왕버들이다. 드문드문 이파리가 나있고, 밑동만 남아있는 것이 마치 죽은 것 같으나, 300살이 넘은 살아있는 나무다. 또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가장 유명한 장면의 촬영 장소이다. 누나를 제외하고 가족 중에서 그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 있다가 같이 보자고 말했더니, 가족끼리 볼만한 영화가 아니라고 누나가 핀잔을 주었다. 음, 뭔 내용이길래?

 

경북 청송군 주산지 오리 한 쌍경북 청송군 주산지 왕버들 안내판
주산지 오리 한 쌍
경북 청송군 햇빛쬐는 왕버들
햇빛이 쨍

 심지에는 왕버들이 여럿 모여서 호수 바람에 춤을 추고 있더라. 길의 끝에 도달하자 기적적으로 하늘이 열리면서, 햇빛이 내리쬐었다. 그 찬란한 빛을 왕버들이 받아내면서 무채색에 가까웠던 주산지가 조금 더 알록달록해진 기분이 들었다. 산을 오르거나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비가 그치는 바람에 우산이 어색해서 애꿎은 길바닥을 파헤쳤다.

 

경북 청송군 주산지 길
돌아가는 길

  열심히 사진을 찍고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내려올 때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주차장으로 내려와서 노점상에서 약간의 사과와 자두를 구매했다. 곧장 점심을 먹기 전에 누나가 예약해 둔 숙소로 향했다. 체크인을 하고 미리 짐을 풀기 위해서였다. 숙소는 청송 소노 벨(Sono bell)로 대명리조트의 새로운 이름이라고 한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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