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속의 색다름
유달산 중턱에 위치한 남도 전통 한정식집 한미르 한정식에 방문했다. 목포시에만 수많은 한정식 집이 있지만, 방문해 본 곳 중에서 가장 높이 위치한 곳이다. 주차장이 따로 없어서 전방의 유달산 공원 주차장에 대거나, 가게 앞 도로에 불법 주차해야 한다.
우리가 배정받은 방은 주방 근처의 개인실, 2명이서 먹기에는 엄청 넓은 곳이었다. 늦은 점심시간에 방문했기에 손님은 없었기에, 여유롭게 식당에 들어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유달산 중턱에 위치해서 아랫동네의 정경이 아주 잘 보인다. 영산강과 목포항이 보이는 것이 참 좋다. 저기 산 앞의 큰 건물이 목포 항구다.
한미르 한정식 가격
1인 50,000원
호박죽, 살짝 달달해서 입맛을 돋게 만드는 애피타이저다. 식사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이다. 그리곤 간장, 초장 등 기본적인 양념과 접시들이 세팅된다.
참고로 목포 한정식은 일종의 코스요리처럼 음식이 나온다. 총 4단계로써, 1 날 음식, 2 익힌 음식, 3 식사, 4 후식 순서의 코스로 제공되는 형태다. 수십 가지 반찬을 한상에 깔아버리는 여수 - 순천 한정식과 구성이 전혀 다르다. 덕분에 처음 목포 한정식을 접했을 땐 엄청 당황했었다.
1단계 날 음식. 활어회, 육회, 탕탕이, 홍어삼합 등 생선과 해산물을 메인으로 하는 날것 요리가 나온다.
생고기, 전라도 지방에서는 육사시미를 생고기라고 부른다. 쫄깃쫄깃 신선한 소고기가 정말 맛있다. 고소한 참기름과 함께 즐기면 훨씬 맛있다.
활어회, 광어인지 도미인지 짧은 식견으로는 구분이 불가능하다. 탱탱한 생선살의 식감이 미쳤다.
홍어 삼합, 고소한 수육, 푹 익은 묵은지 그리고 홍어회까지 전라도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홍어 세꼬시를 오도독 씹을 때, 폭력적일 정도로 강력한 암모니아 향이 난다. 덕분에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홍어를 처음 먹어보는 서울 친구는 두 번 씹고 뱉어버렸다. 솔직히 나도 한 조각 이상은 힘들다.
전복회, 쫄깃한 식감만큼은 우주 최강인 해산물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바다 맛이 난다. 초장에 푹 찍어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낙지탕탕이, 낙지를 도마에 놓고 칼로 탕탕탕 쳐서 만들었다고 탕탕이다. 고소한 참기름에 묻힌 낙지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구 날뛰는 낙지가 무척 신선하다.
야채무쌈, 무순, 당근 등 생야채를 얇게 썬 무에 말아놓은 것뿐인 음식이다. 세심하고 정성스러운 손길이 느껴진다. 입가심용으로 씹어먹으면 참 좋다.
조개탕, 엄청 칼칼하고 시원하다! 회만 주워 먹다 보면 배가 차가워지기 마련인데, 한 숟갈 떠먹으면 다시 따뜻해지는 마법의 조개탕이다.
구절판, 밀전병과 8가지 재료를 싸 먹는 음식이다. 아쉽게도 6가지 재료밖에 없어서 구절판이 아니라 칠전판이라고 불러야겠다.
얇은 밀전병 위에 각종 야채를 올려서 먹으면, 마치 야채 만두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것 같다. 난생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무척 신기했다.
약과와 떡, 1단계 날음식을 마무리하는 일종의 중간 후식 느낌이다. 달콤한 맛이 좋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음식들이 1~2조각씩 제공되는데, 양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식의 가짓수가 엄청 많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배가 불러서 못 먹는 경우도 있다. 천천히 적당히 조금씩 만찬을 즐기자.
2단계 익힌 음식, 불고기, 전, 잡채, 튀김, 찜 등 육고기를 메인으로 따뜻한 음식들이 나온다.
불고기, 사실상 목포 한정식의 메인 요리가 아닐까 싶다. 고소하고 달콤한 간장 양념을 사용해서 소고기를 조리했다. 밥이 엄청 생각나는 맛이다. 쫄깃쫄깃.
잡채, 설명이 필요 없는 한식 중의 한식이다. 특별할 것 없는 당연한 맛이지만, 고소한 당면과 시금치가 먹기 좋다.
부침개, 슬쩍 보기만 해도 수제라는 느낌이 나는 전이다. 계란 옷을 입은 육전은 얇지만 맛이 풍부했고, 동그랑땡은 두툼하고 기름을 머금어서 아주 맛있었다.
튀김, 바삭바삭하고 달콤한 호박 튀김이다. 옅은 간장소스가 잘 어울린다.
골뱅이무침, 이건 익힌 음식이 아니잖나 싶었는데 익힌 골뱅이가 잔뜩 들어 있었다. 아삭한 무와 오이 사이에서 쫄깃함을 뽐내는 골뱅이는 환상적이다.
표고새우완자, 새우 완자를 커다란 표고버섯 위에 올리고 매콤한 소스와 야채를 뿌린 독특한 음식이다. 고소한 완자와 표고버섯의 향긋함이 아주 잘 어울렸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완자 역시 맛있다. 다른 한정식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라 아주 색달랐다.
오징어 파찜, 커다란 오징어에 대파를 꽂아 넣고 매콤한 양념과 함께 푹 쪄냈다. 오징어에 쌓인 파의 폭발적인 향기가 인상적인 음식이었다. 역시 난생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맛을 비교하기가 어렵다.
3단계 식사, 젓갈, 김치 등 밑반찬이 전부 새로 깔리고, 생선구이, 양념게장 그리고 국과 밥이 나온다. 생선구이는 직원분께서 직접 뼈를 발라주시기 때문에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생선구이와 양념게장이 정말 맛있다.
사실 이쯤 되면 배가 정말 부르다. 조금씩 끊임없이 20가지 넘는 음식을 먹었더니, 배가 가득 찼다. 공기에 담긴 밥이 반공기가 채 되질 않는다는 사실이 무척 편안할 정도다. 시원한 시래기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후루룩 넘기면서 먹었다.
4단계 후식, 4단계라고 하기엔 조금 모자랄지도 모르겠다. 보통 식혜 혹은 수정과가 후식으로 제공된다. 엿기름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엄청 단내가 난다. 시원하고 달달한 것이 아주 맛있다.
한미르한정식, 전체적으로 음식들이 무난하고 맛있다. 다른 한정식 집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한식 메뉴가 무척 색다르다. 다만 '와, 이거 정말 맛있다!'라고 외칠만한 대표 음식은 없는 것은 아쉽다. 가격도 한정식 집 중에서 비싼 축에 속하지만, 음식 맛이나 풍경, 서비스 등 복합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맛집이라고 칭할만하다. 부모님이나 어르신들을 모시고 한 끼 식사하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다.
한미르한정식
061-243-7227
전남 목포시 유달동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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