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냉장 시설의 부족으로 냉동 삼겹살이 유행했었다. 사후경직이 끝난 돼지고기를 영하 30-40도에서 급랭해서 보관했는데, 덕분에 질이 나쁜 싸구려 음식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요즘 들어 예전 감성을 느끼면서도 맛은 적당하고 가격이 저렴한 냉동삼겹살집이 늘어나고 있다. 2021~2022년에는 냉삼 식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가 지금은 사라지는 한국식 유행스타일를 보이기도 했다.
일부에는 가격은 생삼겹살보다 오히려 비싼 곳도 있다. 부산에는 서초갈비라고 100g에 2만 원, 2인 3인분 6만 원이 기본가격으로 받는 냉동삼겹살집도 있을 정도다.
냉동삼겹살이 인기 있었던 이유는 다양하다. 고기가 급랭되었다가 강한 열에 익혀지면 많은 수분이 빠져나오는데, 덕분에 수분이 대부분 날아간 바삭바삭한 식감이 좋다고 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양이 많다. 약간 대패삼겹살의 두꺼운 버전이라는 느낌.
난생처음 먹어보는 냉동삼겹살은 바로 남산집이었다. 서울타워가 콕 박혀있는 산 모양 가게 앰블럼에서 엄청난 디자인의 냄새가 났다. 아, 프랜차이즈 냉동삼겹살 집이구나. 방문한 지점은 무안군 남악점.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반찬은 파김치, 파무침, 쌈무, 각종 양념 등 흔한 것들과 부침개, 뼈해장국 등 독특한 것이 있다.
삼겹살의 가격은 200g에 13,000원으로 애매하게 저렴한 느낌이다. 그냥 평균치 같은데?
1인분이 120g, 150g, 200g 등 바리에이션이 다양한데 도대체 누가 정한 것인지 궁금하다. 고기를 구우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무게가 반토막이 나는데, 실섭취량을 따진다면 300g이 1인분에 적합하지 않을까 망상해 본다.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들이나 뼈해장국 같은 상차림비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적당하다고 느껴지는 가격이긴 하다. 이거 맛있다. 살짝 기름지고 매콤한 국물이 소주를 부른다. 삼겹살을 불판에 올리기도 전에 참이슬 한 병 조질 수 있는 맛이다.
시작은 냉동삼겹살, 주절주절은 위에서 다 했으니 고기 이야기만 하자. 냉동삼겹살 특유의 직사각형 커팅의 각이 살아있다. 정확하게 지방과 살코기가 반으로 나눠진 것이 참 재밌다. 때깔은 좋은 것 같은데, 먹어보기 전까진 모른다.
냉동된 고기에 강한 열을 가하면 생긴다는 수분 탈출 및 응결 현상인 드립. 고기가 구워지는 연기에 더해 수증기까지 솟아오르니 시야가 가려진다.
맛은 진짜 모르겠다. 빠져나온 수분기에 흐물흐물하고 비릿한 맛에 퍽퍽한 식감까지 조금 마이너스. 처음 먹어보는 냉동삼겹살인데 솔직히 말해서 실망이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냉동삼겹살이라고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바짝 구워진 삼겹살 맛.
냉동삼겹살은 맛있게 굽는 방법이 따로 있으려나? 다른 친구들도 냉삼은 조금 아니다 싶었는지 바로 대패삼겹살로 넘어가자고 제안했다.
그러고 보니 대패삼겹살도 냉동으로 유통된다. 그냥 냉동삼겹살을 대패로 얇게 저미면 대패삼겹살이잖아??
대패삼겹살은 맛이 괜찮았다. 얇다 보니 순식간에 구워지니까 속도도 빠르고, 드립현상도 금방 사라졌다. 볶듯이 구울 수 있어서 두꺼운 삼겹살보다 훨씬 편하다. 물론 두꺼운 고기를 분쇄하는 식감은 크게 줄어들지만, 입 속에서 춤추는 육즙과 육질은 삼겹살 그 자체다.
여기 부추김치가 고기쌈에 정말 잘 어울린다. 대패삼겹살 3-4점씩 넣고 커다란 쌈을 싸서 먹으면, 부족한 쫄깃함과 씹는 식감을 대체할 수 있다. 물론 친구들의 눈치를 잘 보고선 고기를 확보하자. 고기 한 점에 소주 한 잔이라니 미친놈들 밖에 없는 것 같다.
식사와 함께 주문한 더티 계란찜, 이름처럼 미친 듯이 솟아오르고 흘러내린 모습이다. 몸집이 커 보이지만 사실 저거 풍선 근육이다. 무난한 맛.
고기와 야채만 먹는다고 고생한 위장에 주는 소소한 휴식, 돼지기름과 참기름 등 각종 기름에 달달 볶은 매콤고소 볶음밥이다. 삼겹살 집에서 볶음밥으로 마무리하다니 정말 신난다.
사실 비교군이 하나라서 총평은 불가능하다. 냉동삼겹살을 어떻게 굽는지, 비싼 냉동삼겹살 맛도 똑같은지 등 우선은 다른 곳의 냉삼을 먹어보고 이야기해야겠다. 전체적으로 배부르고 맛있게 먹었다. 냉삼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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