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박이를 생으로?
목포역에서 내려서 무작정 바다내음을 따라 움직였다. 낮은 건물이 많은 목포 구 시가지에 바닷바람이 불어오니 항구도시의 느낌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민어의 거리, 목포 종합 수산 시장을 거쳐 목포항과 여객 터미널이 나온다.
'목포는 항구다.'는 당연한 문구를 오늘 드디어 확인했다. 영산강과 서해안이 만나는 그 지점에서 많은 배들이 파도에 흔들리고 있더라. 또한 제주도나 신안의 여러 섬을 가려면 이곳에서 배를 타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목포항 근처를 구경하다 보니 금방 해가 졌다. 목포에는 맛부림을 자랑할 음식들이 많다. 그중에서 예전에 먹었던 생고기(육사시미)의 맛이 그리워졌다. 목표역 근처의 궁전생고기를 찾아갔다.
살짝 늦은 시간이라 간판의 불이 꺼져있어서 깜짝 놀랐으나, 사장님께서는 우리를 받아주셨다. 평일이라 일찍 닫고 가족들과 소고기를 구워드시려다가 우리가 쳐들어 온 것이다.
한지에 일필휘지로 적힌 메뉴판을 보니 온통 소고기뿐이었다. 구이를 먹기엔 살짝 시간이 늦었고, 생고기에 소주 한잔 마시면 정말 완벽할 것 같았다. 그런데 차돌박이 생고기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생고기는 알지만 생 차돌박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목포에서 생고기를 먹을 땐 2가지의 소스를 준다. 바로 고소하고 짭짤한 기름장과 매콤한 양념장이다. 또한 다양한 밑반찬이 준비되었다.
마감 시간에 들이닥쳤음에도 사장님께서는 푸짐하게 차림을 내어주셨다. 천천히 짠지들도 소주잔을 비웠다. 김치가 워낙 맛있어서 소주가 술술 들어갔다.
왼쪽 생고기 1인분과 오른쪽 생차돌박이 1인분, 이 한 접시에 6만 원 되시겠다. 고기의 빛깔이나 마블링만 봐도 이 가격이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생고기는 붉은빛과 탄력을 자랑했다. 탱글탱글한 식감과 씹을수록 나오는 고소함은 놀랍다. 살짝 감칠맛이 부족하다면 특제 양념장에 찍어 먹어보자. 매콤한 양념과 참기름, 다진 마늘을 마구 섞은 막장형태라서 다채로운 맛이 미쳤다.
생 차돌박이, 마블링과 지방 부분이 정말 아름답다. 구이로만 먹어봤던 차돌박이를 생고기로 먹으면 어떤 맛일까? 얇게 썰어진 차돌박이가 입 안에서 진짜 녹아내린다. 이미 기름져서 그냥 먹기만 해도 맛있지만, 소금장에 살짝 찍어먹으면 더욱 놀랍다.
생고기의 쫄깃함과 고소함에 소주를 곁들이니, 병이 금방 비워진다. 흡입하는 우리 모습을 지켜보시던 주인장께서 고기를 나눠주셨다. 사르르 녹는 잘 구워진 등심구이 맛에 소주를 더 시켜야 했다. 고기맛도 좋았지만 목포의 인심맛도 최고였다! 차돌박이 생고기는 진짜 추천한다.
궁전 생고기
061-242-9298
전남 목포시 무안동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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