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연남동 맛집 지리산 흑돼지
연남 지리산 흑돼지

흑돼지

맛있엉!


연남동 경의선책길 교차로 근처에 위치한 이 고깃집은 아는 동생네 자취방으로 가는 골목에 있어서 거의 맨날 지나치곤 했습니다. 심플한 흑백 간판으로 지리산 흑돼지라고만 적혀있어서 상호가 없는 집인 줄 알았습니다. 또한 1층보다 살짝 높은 곳에 위치해서 맨날 냄새만 맡아서 어떤 고깃집인지 전혀 파악이 안 되고 있었습니다. 오늘 후배에게 식사를 대접해야 할 일이 있어 '연남 지리산 흑돼지'로 쳐들어갔습니다.

 

연남 지리산 흑돼지 메뉴 및 가격

연남 지리산 흑돼지, 메뉴가 찌개류를 제외하면 흑돼지 오겹살 딱 하나뿐인 엄청난 집이었네요. 다른 집은 목살이나 특수부위를 같이 파는데 오겹살 일편단심이라니 놀랍습니다. 하긴 흑돼지 하면 오겹살, 삼겹살, 목살을 가장 자주 먹으니 선택과 집중을 잘한 거죠. 가격도 적당한 것 같습니다. 흐음.

 

불판 위의 지리산 흑돼지 오겹살
불판 위의 오겹살

시작은 가볍게 3인분으로 출발합니다. 고기 빛이나 숙성 상태는 아주 좋아 보입니다. 매장 입구에는 고기 숙성 냉장고에서 흑돼지 오겹살 여러 팩이 숙성되고 있었는데, 마치 자외선 컵 소독기 같아서 신기하게 쳐다봤습니다. 직원분께서 고기를 직접 불판에 올려주시고, 통후추 그라인더를 가져와서 통후추를 팍팍 뿌려주셨습니다.

 

흑돼지 오겹살 구이
흑돼지 오겹살 구이

고기는 그냥 저희가 직접 구웠습니다. 저는 직원분이 고기를 굽는다고 불판 앞에 서 계시면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더라고요. 일행과 사적인 이야기도 하기 꺼려지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말이죠. 기름 빠져나가는 곳에는 김치와 마늘을 잔뜩 올려서 완벽한 조화를 이뤘습니다. 정말 맛있는 냄새가 폴폴 납니다.

 

노릇노릇 구워진 흑돼지 오겹살
노릇노릇 구워진 흑돼지 오겹살

환상적인 오겹층이 보이십니까. 일행인 후배가 고깃집 알바를 오래 했더니 고기를 환상적으로 구워줬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소금이나 기름장에 찍어먹고선 육즙을 느끼기로 했습니다. 확실히 좋은 고기를 잘 숙성했는지 쫄깃쫄깃하고 육즙이 팡팡 터집니다. 진짜 맛있네요.

 

그런데 통후추가 제대로 갈리지 않고, 고르게 뿌려지지 않았나 봅니다. 덕분에 가끔씩 씹히는 통후추 조각의 영향으로 맛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어요. 후추향이 팡 터졌다가 그저 그랬다가. 후춧가루를 사용하거나 그라인더를 촘촘한 걸 쓰면 좋겠네요.

 

구운김치와 깻잎쌈
구운김치와 깻잎쌈

다음 순서는 무지성으로 눈앞의 모든 재료를 쌈을 싸 봤습니다. 깻잎 위에 오겹살은 매너로 한 조각만 올리고, 기름에 잘 구워진 김치를 쭉 찢어서 돌돌 말아서 올리고, 마늘 올리고, 쌈장을 살짝 얹어서 한 입에 와구! 아, 물론 상추로도 똑같이 한 번 더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저는 상추나 깻잎을 고기 없이도 주워 먹기 때문에 야채 리필을 참 많이 했습니다.

 

고기 추가
고기 추가요!!!

어느 정도 먹고 나선 가볍게 오겹살 2인분을 추가 주문했습니다. 사실 여기서 멈추고 그냥 김치전골에 밥을 먹었어야 했는데, 돼지 둘이서 돼지고기를 먹으니 멈출 수가 없군요.

 

오겹살 1인분 만오천원
고기는 언제나 옳다

두 번이나 구운 판이라서 깔끔하진 않지만, 오히려 고기는 더 맛있게 구워진 것 같습니다. 처음과 다른 점이라면 통후추를 뿌리지 말아 달라고 직원께 말씀드렸다는 점입니다. 통후추가 빠지니까 훨씬 밸런스 잡히고 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직접 소금이나 쌈장, 마늘 등을 이용해서 직접 향신료와 간을 추가해서 먹으니까 훨씬 맛있었습니다.

 

연남 흑돼지고기 김치전골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전골

고기를 2명이서 5인분을 먹었음에도 마무리는 곡기로 해야 된다는 생각에 전골 1인분과 밥을 시켰습니다. 김치전골에는 오리지널과 스팸이 들어간 버전 2가지가 있었습니다. 스팸이 들어가면 김치찌개가 아니라 부대찌개 느낌이 날 것 같아서 일반 김치전골로 주문했습니다.

 

밥과 김치전골
밥 한공기 뚝딱

고깃집 마무리는 역시 매콤 얼큰한 김치찌개 국물에 밥을 술술 말아서 한 입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시원한 물냉면도 좋지만, 저는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계속 배가 따뜻한 것이 좋아서 찌개와 밥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김치전골은 고기를 먹지 않고 단일 메뉴로도 판매하는 품목이라서 다음에 따로 먹어보고 싶네요. 고기를 너무 먹어서 그런가 김치 맛밖에 안 나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꺼억
꺼억

가볍게 삼겹살에 소주나 할 생각이었는데, 괜히 호기를 부려서 스케일이 커져버렸습니다. 저와 후배의 위장을 무시하면 안 되던 것입니다. 적당히 5만 원이면 끝날 거라고 생각하고 맛있게 먹었다가 10만 원 가까운 계산서를 들고 오열을 했습니다. 그래도 가까운 곳에 흑돼지 오겹살을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네요.

 

오늘도 맛있게 먹어치웠습니다!

 

연남 지리산 흑돼지

서울 마포구 연남동 2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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