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캠프파이어

여름이 아무리 덥다한들

뜨거운 불씨를 누비는

불쏘시개만 하겠느냐


고향집으로 엄청난 양의 택배가 도착했다. 어머니의 생신을 기념하여 누나가 무언가를 잔뜩 보낸 것이다. 택배에서 나온 물품들은 전부 음식들이었다. 마켓컬리 로고가 찍힌 상자 안에는 크림치즈니 페퍼 크래커니 베이컨이나 햄 등이 있었고 감바스 알 하이요에 소갈비찜이 간편식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누나는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떡국과 수육, 송어회

누나는 점심쯤에 고향집에 도착했다. 누나는 요리를 하기 전에 우선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부터 먹기 시작했다. 대접에 담긴 고소한 떡국과 두껍게 썰린 삼겹살 수육에 김장김치까지 환상적이었다. 브!로!콜!리!

 

저녁에는 상주송어장에서 송어 2kg을 포장해왔다. 야채 추가는 필수다.

 

호텔조식x 우리집아침상o

다음날 아침부터 누나의 칼춤이 시작되었다. 계란 프라이를 제외하고는 전부 누나의 작품이다. 마치 호텔 조식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나 보다. 빵과 크래커, 살짝 탄 베이컨, 토마토 샐러드, 베이크드 빈까지 정말 다채롭게 준비를 했다. 잼과 크림치즈까지 준비되어있어서 취향껏 빵을 집어 먹었다. 면과 밥을 사랑하시는 우리 아버지께서도 가끔 이렇게 누나가 해주는 독특한 음식들을 즐기시곤 한다.

 

카나페

점심식사는 소갈비찜을 해 먹었는데,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냥 냄비에 넣고 살짝 덥히기만 해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엄청 편했다. 맛은 아주 좋았으나, 가격 대비 양이 너무 적었다.

 

다시 저녁부터 누나가 움직였다. 위 사진은 누나와 어머니가 직접 만든 카나페. 참고로 저 도마는 주왕산 국립공원 출구에 있는 목공예품점에서 사 왔다. 이런 곳에서 쓰일 줄은 몰랐다.

 

저녁 메인 메뉴는 감바스 알 하이요다. 아침식사 때 남은 빵과 햄을 이용했다. 넘치는 올리브유와 탱글탱글한 새우의 만남이 너무 좋았다. 남은 햄과 베이크드 빈, 그리고 올리브유를 바른 바게트까지. 와인까지 곁들여서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탄수화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그러고 보니 전부 고기와 야채뿐이다. 감바스를 다 먹고 남은 올리브유에 파스타를 넣어서 즉석 알리오 올리오도 만들었다. 와, 이것도 진짜 맛있었다! 올리브유에 새우 향과 야채 향이 스며들어서 그런가 정말 감칠맛이 뛰어났다.

 

캠프파이어

식사를 마치고 갑자기 누나가 불멍을 하고 싶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나와 어머니는 바람이 불어서 위험하니까 그냥 집에서 쉬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마침 못 쓰는 나무 팔레트들이 있다고 가족들은 전부 밖으로 이끌었다. 집 앞 공터에서 팔레트 여러 개를 쌓아두고 불을 질렀더니, 꽤 큰 불이 완성되었다. 참고로 고향집은 농장이기 때문에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서 불을 놨다. 마침 바람도 잦아들어서 불꽃은 살랑살랑 하늘로 솟아올랐다.

 

캠프파이어 불멍

우리 집 꼬맹이들도 커다란 불꽃을 보고 우르르 몰려와서는 같이 멍을 때렸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마무리는 확실하게. 내일 아침엔 저 재를 전부 모아서 버려야겠다. 누나 덕분에 내일 내가 할 일이 늘었다.

 

마켓컬리 주문내역 및 가격

누나가 잔뜩 사 온 마켓컬리 음식들 덕분에 2박 3일 동안의 귀향 기간 동안 외식은 절대 하지 않았다. 다시 코로나가 유행하는 지금 시점에 집에서 간편하게 식사를 즐기는 건 어떨까 싶다. 오히려 외식보다 맛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감바스는 나중에 또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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