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이의 복잡한 이야기

보성 돌게장

녹차 싫어


전라남도 보성군은 녹차밭으로 유명한 곳이다. 계단식으로 끝없이 펼쳐진 차나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다. 그 정도로 보성=녹차밭의 공식이 정석처럼 굳어진 것 같다. 하지만 보성군이 남해에 위치한 바닷가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다.

 

오늘은 장선 해수욕장에 왔다. 지도에는 해수욕장이 아니라 장선해변으로 표시된다. 룰렛을 돌리듯 우연히 결정된 이 목적지는 풍광이 정말 아름다웠다. 작은 소나무 밭 사이로 쏟아지는 바닷바람이 정말 강했으나, 그만큼 시원했다. 녹차밭 관람보단 바다에서 캠핑이 더 재밌을 것 같다!

 

보성군 바닷가
보성 장선해변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바다의 찐득함이 잔뜩 묻어있었다. 시원함과 축축함을 동시에 느끼니까 기분이 피아노 위의 메트로놈처럼 똑딱거렸다. 푸른 하늘과 초록빛 바다가 주는 풍광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멍을 때렸다. 저녁때가 되니 그나마 바람이 잦아들어서,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번개탄 구이
불멍용 번개탄?

바닥이 축축해서 솔잎이 겹겹이 쌓인 구석진 곳에 터를 잡고선 텐트를 세웠다. 그리고 매우 어둡다. 가로등도 민가도 없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급히 번개탄으로 불을 피우곤 가만히 불멍을 했다.

 

돼지고기
고기는 역시 직화

캠핑엔 역시 고기다. 근처에는 상점이 전혀 없어서, 뒤늦게 도착하는 동생에게 고기를 부탁했다. 돼지고기 목살이 강한 화력에 타듯이 익어갔다. 대충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대충 익은 고기를 허겁지겁 집어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수제 막장

소주는 충분하고, 위스키까지 준비했다. 밤이 되자 바람이 멎고선 잔잔한 파도소리만 들렸다. 파도소리를 안주 삼아서 한 잔, 비가 올 듯 달무리가 진 하늘을 바라보며 한 잔, 그렇게 동이 틀 때까지 마셔댔다. 저게 태양이구나@@@~

 

 

장선해변/장선해수욕장

 

상당히 좁은 곳이고 해수욕을 하기에는 마땅치 않다. 또한 근처에는 어업용 쓰레기, 조개껍질 등이 널려있어서 그렇게 깔끔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조용한 곳을 찾는다면 좋은 선택일지도.

p.s 간이 공중 화장실이 있는데, 진짜 깨끗하고 냄새가 안 난다. 휴지도 있음.


해비치 펜션
해비치 펜션

다음날, 텐트를 때리는 강한 바람 때문에 잠에서 깼다. 해가 뜰 때까지 술을 먹다 보니 머리가 너무나 아팠다. 근처에서 해장할 곳을 찾다가 발견한 해비치 펜션. 장선 해변에서 득량만길을 따라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해평항 바로 앞에 위치해있다.

 

해비치 돌게장 맛집
돌게장정식

해비치는 펜션이지만 돌게장 정식을 판매하는 식당이기도 하다. 평일 점심시간에 방문했는데도 손님들이 꽤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오신 것 같았다. 두근두근

 

포장 가격
해비치 게장 메뉴 및 가격

당장 주문이 가능한 메뉴는 간장게장 정식이 유일하다. 회 종류는 예약 시 가능하다고 한다. 포장 및 택배 주문도 가능해서 잠깐 구매를 고민하기도 했다. 간장게장정식 가격 1인분 15,000원!

 

간장게장 돌게장
돌게장 정식

돌게장 정식의 구성은 간장게장, 새우장, 불고기, 솥밥, 계란 프라이로 되어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땐, 불고기가 없어서 대신 전어구이가 나온다고 한다. 오히려 좋다. 김, 미역무침, 젓갈 등 바다향 잔뜩 나는 다양한 밑반찬과 음식이 빠르게 나왔다.

 

간장게장
간장게장

간장 돌게장. 상당히 양이 많다. 크기가 큼직한 돌게들이 수북하게 쌓여서 나왔다. 필자는 사실 간장게장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 간장 맛밖에 나지 않아서 너무 짠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통통한 게장
게장 속살

와, 맛있다. 게장이 하나도 짜지 않고 달달하다. 게살이 맛있고 감칠맛 넘치는 간장을 듬뿍 먹어서 씹으면 씹을수록 맛있다. 쫄깃쫄깃하고 통통한 게살은 식감마저 좋다.

 

간장새우장
간장새우장

새우장. 1인당 1개씩 돌아가서 껍질까지 씹어먹었다. 게장과 같은 간장을 사용해서 역시 감칠맛이 넘친다. 싱싱한 새우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계란프라이

계란 프라이를 여럿 모아놓으니까 정말 먹음직스럽다. 숟가락으로 슥슥 4 등분한 뒤, 밥 위에 얹어서 먹어야겠다.

 

뚜껑 개봉전맛있는 쌀밥
솥밥

솥밥. 주문이 들어가자마자 바로 솥밥이 제조된다고 한다. 갓 지은 밥알의 윤기는 아름다웠다. 쌀밥이 쫄깃쫄깃하고 단맛이 나는 것만 같았다. 밥이 최고로 맛있다. 거기에 게장과 함께 먹으니 정말 행복하다.

 

누룽지숭늉만들기
숭늉만들기

밥을 다 먹고 나니까 솥바닥에 누룽지가 정말 잔뜩 생겼다. 뜨거운 물이 같이 나오길래 무슨 용도인가 했더니, 누룽지로 즉석 숭늉을 만들어 먹는 용이었던 것이다. 물을 붓고, 잠시 뚜껑을 덮어두었다. 잠시 뒤가 기대된다.

 

전어구이
전어구이

전어 구이. 불고기 대신 나왔지만, 훨씬 귀하고 맛있는 메뉴가 나온 것 같았다. 전어회는 많이 먹어봤지만 전어 구이는 처음 먹어본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정말 좋다.

 

전어구이
며느리가 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던 전어 구이의 향기는 정말 압도적이었다. 고소한 생선살의 맛은 향에 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우적우적.

 

게딱지장
게딱지 장

게 요리를 먹으면 항상 마무리는 동일하다. 바로 게딱지장! 게딱지에 잔뜩 붙어있는 노랑빛 게장이 너무나도 매혹적이다. 문제라면 솥밥이 너무 맛있어서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여분이 없다. 당장 공깃밥을 여러 개 추가 주문했다.

 

게딱지장비빔밥
게딱지장비빔밥

감칠맛 넘치는 간장과 바다향 가득한 게딱지장이 섞이자 정말 완벽한 게장 비빔밥이 완성되었다. 김가루와 참기름을 넣고 볶는 것도 좋지만, 이 방법이 훨씬 바다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살짝 비리다는 의견이 나오긴 했다.

 

빈그릇
꺼억

이제부터 나도 간장게장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맛있었다.

 

1박 2일 일정의 짧은 보성군 캠핑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난생처음 방문해본 보성군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보성에 대한 수식어가 '녹차밭'에서 '게장맛집바닷가'로 바뀌게 된 여행이었다.

 

 

해비치 펜션/게장정식

061-853-5800

전남 보성군 득량면 해평리 36-8

(월요일 정기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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