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많다! 맛있다! 미쳤따!, 월강 부산돼지국밥
고기가 부드럽다 못해
살살 녹는다, 녹아!
오랜만에 찾아간 월강 부산돼지국밥집은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브레이크 타임이 되었습니다. 사장님이 고기 소진 팻말을 걸려고 나오는 순간에 제가 문을 열고 진입했던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옆에 있는 프랜차이즈 국밥집에 가서 끼니를 때우고선 다음날 이른 점심시간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다음날, 한적한 식당 구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주머니께서 바로 밑반찬을 가져다 주신곤 주문을 받습니다. 밑반찬에는 진짜 맛있는 깍두기 김치와 생부추, 새우젓 등이 있습니다.
월강돼지국밥에는 국밥과 수육 그리고 수육백반이 메뉴의 전부입니다. 그중에서 국밥은 돼지국밥과 내장국밥으로 나뉘어있습니다. 돼지국밥에는 부드럽고 진짜 맛있는 수육이 잔뜩 들어가고 내장 역시 조금은 들어가 있습니다. 반면에 내장국밥에는 쫄깃쫄깃하고 맛있는 돼지 내장이 잔뜩 들어가고 고기가 조금 들어가는 형식입니다. 둘 다 맛있지만, 오늘은 맛있는 고기를 많이 먹고 싶어서 돼지국밥(특)으로 주문했습니다.
※참고로 월강 부산돼지국밥집은 주말 대부분을 쉬기 때문에 평일에 찾지 않는 이상 무척 먹기가 힘든 곳입니다.
제가 처음 월강부산돼지국밥에 방문 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홍대 근처 최고의 국밥 맛집이라고 친구의 소개에 이끌려 식당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국밥 한 그릇에 무려 9,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상당히 당황했었더랬죠. 돈이 없었던 시기라서 고민 끝에 9,000원짜리 일반 돼지국밥을 주문했고, 아무런 기대 없이 기다렸습니다. 여긴 무조건 12,000원짜리 특을 시켜야 이득이라는 일행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면서 말이죠. 곧 식탁 위에 올려진 뚝배기에서 큼직한 고기와 국물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아......특 시킬걸."
월강돼지국밥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부드럽고 맛있는 수육입니다. 그렇다고 국물이 못하냐, 그것은 절대 아닙니다. 고기가 맛있으면 당연히 그 고기를 우려낸 국물도 맛있는 법! 국물이 맑아 보이지만 충분히 육수를 머금고 있어서 진하고 밥을 말아 넣으면 아주 맛있는 국밥이 됩니다.
저는 부산돼지국밥답게 부추를 엄청 넣어서 먹습니다. 부추를 양념에 무쳐서 부추김치를 내놓는 집도 있지만, 월강돼지국밥처럼 생부추를 내놓는 집을 훨씬 좋아합니다. 여기는 셀프로 리필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무조건 사장님이나 사모님을 호출해야 하는데, 너무 자주 부추와 김치를 달라고 하니까 미안해 죽겠습니다. 부추도 맛있지만 김치도 엄청 맛있어서 리필이 아주 잦습니다.
부추가 국물에 담가져서 어느 정도 숨이 죽으면, 바로 소면부터 건져 먹습니다. 딱 한 젓가락에 후루룩 먹을 수 있는 양이서 아주 좋습니다. 소면을 이용해 가볍게 국물의 간과 맛을 느끼면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진처럼 고기와 함께 먹으면 맛있는 한 젓가락 고기국수가 되기도 합니다.
정말 고기는 아끼고 아껴서 따로 건져 먹지 않았습니다. 완벽한 돼지국밥을 만들기 위해서 부추의 숨을 충분히 죽이고, 거슬리는 소면을 전부 처리했습니다. 스테인리스 밥공기를 열면 흑미가 곳곳에 박힌 보랏빛 흑미밥이 나타납니다. 바로 흔들어서 국밥에 퐁당 말아줍니다. 마치 시약을 제조하듯이 열심히 꼼꼼하게 섞고 말아 준 다음에 크게 한 숟갈 떠서 고기와 함께 먹어줍니다. 와, 진짜 국밥충이 왜 생겨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맛입니다. 치킨 먹을 돈이면 뜨뜻한 월강돼지국밥 든든하게 2그릇이나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알고계셨나요?
참고로 (특) 국밥은 고기가 진짜 진짜 많으니 소식하시는 분들은 도전하지 마십시오.
오늘도 맛있게 먹어치웠습니다!
월강돼지국밥
02-326-5800
서울 마포구 연남동 258-14
영업시간 09시 ~ 21시
브레이크 타임 15시~17시
첫째 주, 셋째 주 토요일
매주 일요일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