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 해장라멘 단골집이 미슐랭이었던 건에 관하여, 오레노 라멘
집 옆에
미슐랭 식당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레노 라멘은 예전에 살던 자취방 바로 옆에 있던 조그만 라멘집이었습니다. 특히 과음한 다음날 룸메이트랑 함께 항상 해장을 하던 곳이었죠. 상당히 외진 곳에 있으며 매장도 엄청 좁은데도 손님이 바글바글 해서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 라멘집이 2018년부터 연속으로 매년 미슐랭 가이드에서 빕 구르망(합리적인 가격의 맛집)에 등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레노를 나만의 작은 라멘집이라고 착각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ㅋㅋㅋ
브레이크 타임(15시~17시)이 끝난 직후인 이른 저녁시간에 갔음에도 아래층까지 줄이 늘어져 있었습니다. 더 일찍 왔더라면 좋았겠지만, 이 정도의 웨이팅은 오히려 짧아서 다행입니다. 그래도 옆에 있던 소품샵을 인수해서 가게를 확장했기 때문인지, 꽤 빠른 속도로 줄이 줄어들었습니다. 전에는 테이블 2개와 바 테이블이 전부여서 엄청 좁았었죠.
오레노 라멘의 주문은 전부 키오스크에서 선결제를 합니다. 음료와 주류를 주문할 때는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홀에 있는 직원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해서 결제를 도와줍니다. 오레노 라멘의 대표 메뉴는 흰색 빠이탄 국물이 일품인 토리빠이탄이입니다. 하지만 저는 카라빠이탄을 먹을 예정입니다. 카라는 말 그대로 빨간색 빠이탄으로, 토리빠이탄의 매운맛 버전입니다.
계산을 마치고 영수증을 받아 들고 줄을 살펴보니 열 명 남짓한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2~3명짜리 4그룹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기시간을 대충 예상하면서 조용히 맨 뒤쪽에 줄을 섰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직원이 다가와서 혼자 오셨냐고 물어봅니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바로 웨이팅 없이 매장 내부로 안내를 해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솔로 하이패스 개이득ㅋㅋ!!! 어라? 왜 눈물이......?
예전에도 항상 앉았던 바 테이블에 앉게 되어서 기분이 삼삼했습니다. 오픈형 주방이라 내부가 아주 잘 보여서 어떻게 라멘이 만들어지는지 잘 보입니다. 오레노 라멘의 장점 중 하나는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빠릅니다. 앉아서 초생강을 씹으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오래 지나지 않아서 맛있는 라멘 한 그릇이 제 앞에 놓입니다.
오레노 라멘 빠이탄의 토핑은 기본적으로 생파, 캐러멜 라이즈 양파, 목이버섯, 반숙 계란장, 닭고기 차슈로 구성됩니다.
숟가락 안의 국물에 동동 떠있는 검은색 물체가 카라멜라이징 한 양파입니다. 거의 탈 정도로 볶아낸 양파 조각인데 덕분에 아주 달달하고 감칠맛이 넘쳐서 라면 국물을 훨씬 맛있게 만들어줍니다.
오레노 라멘으로 해장하러 방문했던 첫 번째 이유. 국물이 끝내줍니다! 예전에는 흰 국물 토리빠이탄 메뉴만 있었습니다. 매운맛이 없음에도 시원하고 진한 닭 육수가 해장에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맵고 얼큰한 맛이 추가된 카라빠이탄은 시원하고 진한 맛에 얼큰함까지 더해져서 더욱 환상적으로 변했습니다. 카라 메뉴가 출시된 이후엔 토리 빠이탄은 쳐다도 보질 않았네요.
면은 얇은 라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얇지만 국물을 넉넉히 먹어서 탱탱해지면 정말 맛있는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쫄깃쫄깃한 면은 아니지만 오레노 빠이탄에 잘 어울립니다. 길쭉하게 썰려있는 목이버섯과 곁들여서 후루룩 먹어줍시다.
그리고 오레노 라멘의 빠이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닭고기가 주재료라는 점입니다. 심지어 차슈까지 닭가슴살입니다. 이 차슈는 제가 처음 먹은 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닭안심인 것 같은데 조리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부드럽고 촉촉합니다. 두 조각밖에 없다는 점이 아쉬울 정도로 정말 맛있네요. 또한 삼겹 차슈를 추가할 수도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해장 라멘으로 가장 적합한 두 번째 이유. 면 추가가 무료입니다. 처음 받았을 때와 똑같은 양의 메뉴와 토핑으로 다시 한번 더 받아먹을 수 있습니다. 숙취와 허기로 고통받는 위장을 얼큰하고 진한 국물로 한 번, 맛있는 면 추가로 한 번, 총 두 번이나 달래줄 수 있습니다.
단, 육수는 리필이 안 됩니다. 덕분에 아무리 대식가라도 면 추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의 최고 기록은 면 2회 추가입니다. 마지막에는 국물이 거의 바닥을 보일 정도라서 3회까진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타 지역에서 숙취에 고통받을 때마다 생각나던 오레노 라멘 카라빠이탄, 지금 상태는 아주 멀쩡하지만 그래도 정말 맛있는 집입니다. 식사로도 해장으로도 완벽한 해장 라멘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깔끔히 먹어치웠습니다!
오레노라멘 합정 본점
서울 마포구 독막로 6길 14